강사풀제→강사전담제 전환, 학생·학부모·탈락강사 불만…애꿎은 학생들만 피해

음악예술 중점학교인 제주 함덕고가 음악강사 선임 문제로 잡음이 일고 있다. 그 배경에 교내 정규직 음악교사들과 학교에 파견된 외부 전문가인 음악강사들 간 ‘알력다툼’이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논란은 함덕고가 지난 3월 새 학기를 앞둬 기존 운영되던 '강사풀제'를 '강사전담제'로 전환하면서 불거져 나왔다.

‘강사풀(pool)제’는 예술고교 특성상 예술분야별 전문 인력을 학생·학부모가 개별적으로 선택 후 학교방문 교육을 통해 레슨을 받는 방식이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질을 높이고, 예술 전공자 및 관련 전문가들에게 교육현장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전국 대부분 예술고에서 시행하고 있다.

반면, 강사전담제는 학교가 직접 필요한 분야의 전문 강사를 모집·선발해 학생들에게 레슨을 진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결국 예술고 강사풀제와 강사전담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문교육을 담당할 강사를 학생·학부모가 선택하느냐, 아니면 학교가 선발 과정을 거쳐 결정하느냐가 다른 점이다. 

강사풀제는 개별 학생들에게 보다 넓은 선택의 기회가 있다는 장점, 강사전담제는 학교가 검증한 인력에게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함덕고의 경우 그동안 운영해오던 ‘강사풀제’ 방식을 이번 새 학기를 앞두고 ‘강사선발제’로 돌연 변경하면서 일부 학부모들과 강사들로부터 항의가 이어지는 등 석연찮은 논란이 일고 있다.

강사풀제에서 강사전담제로 변경되면서 자신을 전담해 레슨을 해주던 전문강사로부터 수업을 받지 못하게 된 학생들이 속출하면서 예술분야 수업 특성상 불만과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 전문가 A씨는 "악기 연주를 예로 들더라도 손 끝 감각 하나만을 갖고 반 년 넘게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많게는 수 년 간 레슨을 받아 온 강사가 하루아침에 바뀐다면 결코 쉽게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또 "대부분의 레슨 강사들은 단순히 연주기법만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표현법은 물론, 학생의 멘탈까지 관리게 마련이다. 학생의 입시 성적이 곧 강사로서의 명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학교에서 우수한 강사를 선발해 수업하더라도 이러한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기 어렵다. 전국의 유명 예술고등학교가 강사풀제를 선택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음악 전문가 B씨 역시 "음악예술 특성을 고려하면 굳이 강사를 한정 짓는 강사전담제로 바꿔야 했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100명의 학생이 있다면 100명의 표현이 다 다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강사들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B씨는 "아무래도 함덕고가 음악중점학교로 운영되면서 도내 음악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학교내 음악교사와 외부 전문강사들 간에 불편한 기류가 끊이지 않아 왔다"며 “기본적으로 외국 유학까지 다녀오고, 대학 출강까지 나서는 강사들로서는 자신의 수업 방식에 교내 교사가 이견을 가지면 불편하기도 했을 것이다. 음악 강사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일부 강사들을 쳐내려했던 것 아니냐'는 소문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함덕교 교사와 초빙된 외부 전문강사 간 불거진 갈등이 학교 차원에서 정리되지 못하고, 도교육청으로 수차례 민원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학교 측은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로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기존 강사풀제와 강사전담제를 병행 운영하고, 2학년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강사전담제를 적용했다. 그러다보니 불만과 동요는 2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모 C씨는 "처음에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난해 말 학교 측에서 강사전담제의 장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을 해줬고 대다수의 학부모들도 동의한 사안이다. 선발된 강사들 면면으로 봐도 상당한 이력을 지니고 있더라"며 "그러나 처음에는 동의했던 학부모들도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던 강사가 탈락하다보니 뒤늦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학부모 D씨는 "현재 아이를 가르친 선생님(강사)과 함께한 것이 3~4년째다. 입시를 앞두고 갑자기 선생님을 바꾸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결국 레슨비는 사교육비로 충당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 다른 문제도 드러났다. 강사풀제를 강사전담제로 변경해 공모 과정에서 당초 공고모집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고시된 '2019학년도 함덕고등학교 음악과 전공실기 강사 모집 공고'에는 19개 전공분야의 강사 모집인원을 설정했다. 이 중 바이올린의 경우 2~3명, 성악은 3~4명을 선발한다고 공고했지만, 실제로는 바이올린 4명, 성악 5명의 강사를 선발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이 모든 것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함덕고 관계자는 "강사풀제의 장점도 있지만, 여러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해서 제도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며 "학교에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집에서 따로 수업을 한다든가, 강사 수가 너무 많다보니 근태 관리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학교 밖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학부모를 대상으로 가정통신문을 발송하고, 전문 실기강사 운영방안을 위해 협의회와 학부모총회 등을 열었다. 참석한 이들의 동의를 받고 음악과 내부 운영규정을 개정한 것"이라며 강사전담제 전환을 위한 정당한 절차를 거쳤음을 강조했다.

공고 인원보다 선발 인원이 늘어난 문제와 관련해서는 "강사 모집 공고를 낸 후 신입생 중 전공과목을 변경한 학생도 있었고, 타 학교에서 전학 온 학생도 있었다"며 "선발 인원이 늘어도 총 정원 내에서 선발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강사 선발은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음악이 전문 예술분야다보니 학교에서 축적한 노하우가 있지 않겠나. 현재로서는 학교의 판단에 중심을 둬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사와 강사 간 '알력다툼' 논란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는 문제지만, 알력으로만 보지 말고 학생들의 교육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가르칠 수 있을까'에 대한 서로 간의 입장이 다른 것이라고 이해해달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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