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배실천’으로 해군기지반대운동 본격적으로 나서...종교,문화예술계로 확산
강요배 화백·김수열 시인 등 문화예술인등도 ‘함께’...기지철회때까지 '릴레이' 참여

평화를 염원하며 제주해군기지 철회를 촉구하는 종교인과 시민단체 회원들의 ‘평화의  백배(百拜)’ 실천 평화행동이 시작됐다.

도내 불교·기독교·천주교·원불교 등 4개 종단 성직자들은 각각 종교와 옷차림은 달랐지만 ‘평화는 평화로써 지켜진다’는 신념은 같은 것이었다.

마치 서로 어깨동무를 한듯 평화를 향한 발걸음을 함께 내딛은 것이다.

평화를 위한 제주종교인협의회 소속의 각 종단 성직자들과 도내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30여명은 16일 오후 6시부터 신제주로터리에서 ‘평화의 백배’를 올리며 이것이 모태가 되어 ‘평화의 씨앗’이 전국에서 튼실히 결실 맺기를 소망했다.

쌀쌀한 바람 가르며  일배..., 이배..., 삼배..., 백배,   평화염원과 참회의 마음 담아

생명평화탁발순례단의 평화백배 실천 선언문이 확성기를 통해 경건히 흘러나오는 동안 종교인과 시민단체 회원들은 평화의 염원을 담아 일배…, 이배…, 삼배…, 백배에 이르기까지 차분히 마음을 모아갔다.

이날 ‘평화백배’ 실천에 앞서 임문철 신부(중앙성당 주임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해군기지문제가 이토록 첨예하게 갈등을 불러오게한 사태의 책임은 종교인들의 평화에 대한 가르침이 부족한 탓”이라며 “오늘 종교인들이 평화백배 운동에 앞장서는 것은 우리 종교인들이 도민들과 평화를 갈구하는 염원을 함께 하고, 그동안 평화실천운동의 부족함을 참회하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효 스님(원명선원 선원장)은 백배라는 절의 의미에 대해 “자신을 낮추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절(拜)은 가장 큰 울림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다가갈 것”이라며 “오늘 종교인들의 작은 실천행동이 평화를 이루려는 제주도민들에게 간절한 호소로 전달돼 열매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효 스님은 이어 "내가 무력을 가지면 평화가 오고 상대가 무력을 가지면 평화가 깨진다는 잘못된 논리와 사고로 살아왔다" 면서 “평화를 무력으로 지키려 하는 군사기지 설치 시도는 진정한 평화의 이치를 전하지 못한 종교인 모두의 잘못이다. 오늘 그 참회의 뜻으로 종교인들이 백배 실천에 나선 것이고 이 뜻이 제주가 평화의 섬이 되는 밑거름이 되길 기원한다”고 했다.

군사기지는 거대한 '죽임의 문화'..."종교인들 단호히 해군기지 반대한다"

이날 이정훈 목사(늘푸른교회)도 평화의 메시지를 통해 “얼마전 평화종교인들은 김태환 지사의 요청으로 점심을 같이 한적이 있다”면서 “당시 그 자리에서 종교인들은 한목소리로 역사에 후회할, 그리고 오점으로 남을 해군기지를 단호히 거부할 것을 당부했었다”고 소개했다.

이 목사는 “그러나 4·13 도청 앞 강제연행 사태를 지켜보면서 신부님, 수녀님, 도의원들까지 연행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어느 분의 말씀처럼 제주도정에 분노를 넘어 연민의 정마저 느껴진다. 도민을 주인으로 섬기지 않고 쓰레기처럼 유치장으로 내모는 것이 뉴제주운동이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힘이 있어야 평화를 지킬수 있다고,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거짓 평화다. 세계는 죽임의 문화와 살림의 문화가 충돌하고 있고 해군기지는 죽임의 문화이므로 우리 종교인들은 단호하게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며 철회를 위해 도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했다.

   
 
 

평화의 메시지에 이어 이경선 대표(제주여민회)도 평화행동 선언문을 낭독했다.

17일 김수열 시인, 18일 강요배 화백 등 문화예술인 참여 이어진다

이날 종교인들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은 쌀쌀한 저녁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약 30여분간의 평화백배를 올리고 오후7시께 평화실천행사를 마쳤다.

이날 평화백배 실천 행사에는 대효스님(원명선원 선원장), 강설스님(산방산 보문사 주지), 이정훈 목사(늘푸른 교회), 제현우 사관(구세군 제주교회), 박동신 신부(성공회 제주교회), 임문철 신부(중앙성당 주임신부), 현성훈 신부(서귀포 복자성당 주임신부), 부영호 신부(중앙성당 보좌신부), 천주교 제주교구소속 8명의 수녀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30여명이 함께 했다.

한편, 평화염원·해군기지철회를 위한 평화백배실천 운동은 기지계획이 철회될 때 까지 매일 오후 6시 신제주로터리에서 날씨와 요일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특히 이 실천운동에는 17일 김수열 시인(민예총 제주지회장), 18일 강요배 화백(민미협 회장), 26일 임원진(녹색연합)씨 등이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날 발표된 평화선언문 전문.

평화는 평화에 의해서 지켜진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지금 온 섬은 노란 유채와 푸른 보리밭이 어우러져 한 폭의 평화로운 풍경을 자아냅니다. 그러나 제주는 아직 평화의 들녘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제주의 전통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4.3의 비극을 화해와 상생을로 승화시켜 세계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사그라지지 않는 도민사회의  갈등과 대립으로 인해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가는 길은 요원하기만 합니다. 그 쟁점에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논란이 상존합니다.

평화의 섬,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문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사안입니다. 군사안보의 단순논리를 넘어 제주도의 미래와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경제놀음으로 사고 팔 수도 없으며, 힘으로 얻어지는 것 또한 더더욱 아닙니다. 평화, 그 자체로 상생의 길을 도모하는 진리의 가치를 갖습니다.

제주도 해군기지의 건설강행은 평화를 위협하는 패권주의의 추종에 불과합니다. 더욱 우려스럽기는 천년의 삶을 살아 온 민초들의 터전을 이들의 동의도 없이 짓밟는 만행입니다. 맑은 공기가 없는 곳에 꽃이 피지 못하듯이 사회의 정의와 민주주의가 사라진 곳에 평화는 유지될수가 없습니다.

평화는 평화에 의해서 지켜진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척박한 환경과 잦은 수탈, 국가폭력의 위협에서도 제주도는 모진 질곡의 삶을 이겨왔습니다. 이제 그 고단했던 삶을 위로하고, 평화와 생명이 깃든 삶을 우리 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유해야 합니다.

제주를 아끼는 도민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들께 호소합니다. 김태환 제주도지사와 대한민국 정부에게 진정어린 마음으로 촉구합니다.  제주의 미래와 국가의 평화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깊이 고민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세계평화의 확산에 일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갓 틔운 평화의 어린 새싹을 가슴으로 키우는 마음으로 평화행동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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