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도 마르지 않은, 용이 사는 마을의 산물 
가뭄에도 마르지 않은, 용이 사는 마을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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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섬의 산물] 120. 용수리 지사개의 산물

해안마을 용수리의 옛 이름은 지사개(지삿개·지세개·와포) 또는 벗개(우포), 군영개(군영포), 범질포 등 다양하다. 

‘지사’는 기와의 제주어로 ‘기와를 구웠던 곳’이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산리와 대정 신평리 등에서 생산하는 기와, 옹기 등을 육로로 옮겨와 이곳 포구에서 제주성으로 실어 날랐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알려진다.

용수리 명칭의 유래는 마을 역사와 관련이 있다. 용당리에는 ‘용못’이 있는데, 용못의 한자어 표기로 용수라고 이름 붙였다는 이야기다. 다른 하나는 가뭄에도 샘물이 아주 잘 나와서 다른 마을 사람들이 ‘신승물’이라고 불러 왔으며, 좋은 물이 많이 나는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전설과 역사가 살아 있는 용수리 마을. ‘숭숭물’이란 좋은 물이 있는 동네로 알려져 있으며, 마을 사람들은 마을에 용이 산다고 믿는다.

이 마을은 자연적으로 샘솟는 물을 식수로 이용하지 않고, 사람의 힘으로 판 우물을 식수로 사용했다. 그 대표적인 물이 좁지물(좁진물·잡짓물·잡지수·신승물)이다. 《남헌집》이나 《증보탐라지》에서 좁지물은 한자어로 적지천(赤地泉)이라고 합니다. 산물 주변의 토양이 붉은 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정합니다.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개수 전 좁지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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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수 후 좁지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좁지물은 우물 형태의 산물이다. 땅을 파서 만들었지만 좁은 구멍에서 스스로 흘러넘쳐 흐른다. 숭숭물이란 애칭을 갖고 있으며 마을의 서쪽 밖 농경지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이 우물은 가로, 세로 각 3m인 사각 우물이다.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어서 낙천리 등지에서 이 산물을 길러 갔다.

마을 주민들은 두레박을 사용하지 않아도 물이 저절로 솟아 넘쳐 흐르며, 여름이면 차고 시원할 뿐만 아니라 겨울에는 몸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온기가 서린 물이라고 자랑한다. 최근에 지붕과 돌담 등을 고쳐 옛 모습은 우물 밖에 남아지 않아 아쉽다. 지금은 농업용수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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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지물 물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마을 해안에도 산물이 있다. 모래 사이에서 물이 나서 두레박을 길러 쓰던 우물인 모살물(지서개물, 모시물)이다. 이 우물은 용수포구와 해안도로를 만들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가 마을사람들의 의지로 사각통 형태의 우물로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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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살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 산물은 용수리 속칭 '엉덕동산'이라는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깃든 절부암(節婦岩)이 위치한 지사개에 자리 잡고 있다. 절부암 밑에서 할머니가 발견하여 바다를 삶터로 하는 어촌 사람들과 포구의 뱃사람들이 귀한 식수가 되었다.

이 물은 밀물일 때는 염분이 많은 바닷물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썰물일 때는 좋은 식수원으로 어로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물이었다. 지금은 원형을 찾아 볼 수 없지만 해안도로 한 가운데 ‘바다를 막아 둑을 쌓아 만든 우물(捍海隄井)’이란 치수비가 세워져 있으며, 현대식 지붕을 씌워 우물통만 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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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살물 물통.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이들 산물 외에도 바닷가 화상물케에 화상물이란 특별한 산물이 있다. 이 산물은 “용수에는 사람이 살 수 없지만 화상수가 있어서 사람들이 살 수 있다”고 한 어떤 풍수가의 말이 구전될 정도로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 하는 해중 산물이다. 화상수란 화향수(花香水)로 이른 새벽에 떠다가 제를 지낼 때 제단에 올렸던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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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물. 제공=고병련. ⓒ제주의소리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겼다가 썰물 때만 잠깐 드러난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제를 지내거나 집안에 결혼 등 큰일이 있을 때 화상수가 있는 바닷가에 가서 제를 지낼 정도로 용이 기운이 깃든 기가 센 산물이라고 한다. 물때를 잘 맞춰야 볼 수 있는 화상물. 자연 그대로 남아 한라산 영실계곡의 막내 오백장군인 차귀도가 산물을 보호하는 호위무사로 서있다.

#고병련

제주시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등학교와 건국대학교를 거쳐 영남대학교 대학원 토목공학과에서 수자원환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공학부 토목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사단법인 동려 이사장, 제주도교육위원회 위원(부의장)을 역임했다. 현재 사회복지법인 고연(노인요양시설 연화원) 이사장을 맡고있다. 또한 환경부 중앙환경보전위원과 행정자치부 재해분석조사위원, 제주도 도시계획심의, 통합영향평가심의, 교통영향평가심의, 건축심의, 지하수심의 위원으로 활동했다. 지금은 건설기술심의와 사전재해심의 위원이다.

제주 섬의 생명수인 물을 보전하고 지키기 위해 비영리시민단체인 ‘제주생명의물지키기운동본부’ 결성과 함께 상임공동대표를 맡아 제주 용천수 보호를 위한 연구와 조사 뿐만 아니라, 시민 교육을 통해 지킴이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섬의 생명수, 제주산물> 등의 저서와  <해수침입으로 인한 해안지하수의 염분화 특성> 등 100여편의 학술연구물(논문, 학술발표, 보고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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