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반대위 등 ADPi보고서 분석, '교차활주로' 대안 주목..."고의 은폐 추궁할 것"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과 관련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사(ADPi)의 용역보고서가 뒤늦게 공개됨에 따라 현 제주공항 확충 방안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특히 ADPi가 제시한 제주공항의 보조활주로 활용 방안이 공개되면서 이 보고서에 대한 국토교통부의 '고의 은폐'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은 14일 오전 10시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ADPi는 현 제주공항의 교차활주로 개선을 통해 제주공항의 항공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ADPi 보고서 원문을 분석한 이들 단체는 "ADPi는 국토부가 제시한 2035년 제주의 항공수요인 여객 4560만명, 29만9000회 운항을 전제로 이를 충족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했고, 그 대안으로 현 제주공항 보조활주로의 활용을 제안했다. 연장하지도 않고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과 관련 ADPi의 용역보고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제주의소리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과 관련 ADPi의 용역보고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제주의소리

ADPi가 제시한 항공 수요 증대 방안은 △제주공항 주 활주로에 고속탈출유도로 확충 △제주공항 주 활주로에 평행 방향으로 활주로 신설 △항공기 교차활주로를 이용하는 것을 가정한 보조활주로 적극 활용 등 총 3가지다.

제2공항반대위 등은 이중 3번째 대안에 주목했다.

실제 ADPi는 용역보고서 결론의 옵션 3에서 '불과 몇 년 동안의 운영을 위해 새로운 활주로를 건설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과제이나 보조 활주로의 재활성화 및 교차 활주로의 결합 운용은 관제부문의 일부 도전적인 측면에도 불구하고, 2035년 경 까지 필요한 용량을 제공하는 훨씬 저렴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ADPi는 이 제안이 '현실적이고 실용적(realistic and pragmatic)'이라며 며 단기·중기적으로, 승객의 교통량이 최대치에 도달하는 2035년까지 용량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 제주공항의 제약을 고려하면서도 항로, 접근성, 관제시설 등 몇 가지 개선안을 실행하면 시간당 60회 운항이 가능해 미래 항공 수요에 대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간당 60회는 미연방공청(FAA) 표준용량을 기준으로 할 때 연간 28만3500회의 운항이 가능한 수치다.  현재 제주공항의 회당 평균 탑승객 수인 170명 기준을 적용하면 연간 이용객은 4800만명이 넘게 된다. 지금까지 나온 모든 장기 수요 예측치를 넘는 결과다.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과 관련 ADPi의 용역보고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제주의소리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과 관련 ADPi의 용역보고서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 제주제2공항성산읍반대대책위원회와 제주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제주의소리

제2공항반대위 등은 "ADPi는 보조활주로의 재가동과 기존 활주로에 대한 결합 운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명시하며, 대용량을 제공하는 교차 활주로 시스템의 비교 가능한 예로 75 ATM/h 의 높은 용량을 가지고 있는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 사례를 들었다. 지속 가능한 용량은 구체적으로 60회로 제시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특히 "ADPi 역시 짧은 활주로에서의 운용으로 인한 안전 문제를 알고 있지만 이것은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에서 오히려 현재 실행 중"이라며 "활주로 말단 안전지역 (RESA)의 부족은 치명적인 활주로 오버런을 방지하는 어레스터 베드(arrestor bed) EMAS 유형의 설치로 인해 보완된다"며 기술적으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안전상의 문제로 교차활주로 방안을 제외시켰다는 국토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전면 반박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0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ADPi 용역에) 교차활주로의 경우 착륙 항공기와 이륙 항공기 동선 충돌 우려 등 관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이 반영됐다"고 설명하며 "더 이상의 오해와 억측이 없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2공항반대위 등은 "교차활주로의 안전 문제는 ADPi의 의견을 배제한 국토부의 자의적인 해석에 불과하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ADPi가 제시한 다른 방안과는 달리 '옵션3'에는 '충돌'이라는 위험요소는 등장하지 않는다. ADPi가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대안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겠나"라고 반문하며 "(제2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수행자인)김병종 한국항공대 교수도 '세계 3대 엔지니어사인 ADPi의 판단은 굉장히 신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런 국토부가 ADPi의 전문성을 부정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DPi 보고서의 실종과 잠적, 은폐와 재등장은 제2공항의 근거로 작동했던 '제주공항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의 부실과 조작·은폐 의혹을 담은 스모킹 건"이라며 "추후 진행되는 제2공항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ADPi보고서 고의 은폐 의혹 등을 추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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