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안나푸르나여!
히말라야 산장(롯지 이름)에서 하룻밤 자고 난 뒤에 그 유명한 M.B.C(마챠푸차레 베이스 캠프)에 도전했다.
아시는 분은 아실 터. 마챠푸차레는 아직까지 사람의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 그곳 사람들에게는 '범접할 수 없는 신의 땅'으로 여겨지는 신성한 산이다.
생긴 것부터가 범상치 않다. 가까이서 볼수록 '정말 사람이 가기 힘들겠구나' 느껴지는 산이다.
그 가파른 모양새 때문에 '피쉬 테일(물고기 꼬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반면 안나푸르나 남봉은 의젓하고 잘 생겼다.
각설하고, 천신만고 끝에 엠비시(무슨 방송국 이름 같지 않나?)에 도착해서 찬란한 햇살 속에서 오찬을 한 것은 3월25일 오후 2시.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세 시가 넘어서면서부터 우박을 동반한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오후 대여섯 시 쯤에는 엄청나게 쌓였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산장 식당에 모여들어서 고립되지는 않을까, 과연 마지막 목표인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까지 갈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했다.
그러나 난 산장의 원탁 테이블(발밑에 가스 난로가 놓여 훈훈한)에 앉아서 갖고 간 소설을 맛있게 탐독했다.
내가 걱정해서 바꾸거나 기여할 수 없는 일은 아예 걱정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에.
동행들은 그런 나를 두고 '못 말리는 천하태평'이라고 어처구니없어했지만.
실제로 이날 밤 8시부터 퍼붓던 눈은 거짓말처럼 그치고, 10시 즈음에는 그 유명한 '네팔고원의 별잔치'가 벌어졌다.
크기도, 밝기도, 갯수도 우리가 보던 밤하늘의 별과는 차원이 달랐다.
모든 것이 열다섯 배 정도쯤 크고, 많고, 밝았다.
평생 못 잊을 것이다.
마챠푸차레 위에 걸렸던, 아니 내 이마 위에까지 내려왔던 그 수많은 별들을.......
(아쉽다. 별을 담아낼 수 없는 내 사진 실력이)
다음날 새벽 7시.
우리는 안나푸르나로 향했다.
태양은 이미 화려하게 떠올라 반팔로 올라도 될 지경이었다.
만년설에 덮힌 안나푸르나 남봉을 바라보면서 가까이에는 아무도 밟지 않은 거대한 설원을 걷는 기분을!
2시간여만에 오른 A,B,C는 과연 듣던 대로 신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촌스럽지만, 이 순간만은 놓칠 수 없었기에, 에비시 표지판 앞에서 한컷!)
안나푸르나를 놓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내려오는 길에 설원에서 아쉬움을 담은 채 한 컷!
안나푸르나, 위대한 여신이여!
다음에 올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