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검토위 2차 공개토론회, 주요 쟁점 정부-반대측 평행 대치

29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주재로 열린 제2공항 도민 공개토론회.  ⓒ제주의소리
29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주재로 열린 제2공항 도민 공개토론회. ⓒ제주의소리

서귀포시 성산읍 제주 제2공항 논란과 관련 도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두번째 공개토론회가 열렸다. △제2공항 예정 부지의 군 공역 중첩 △ADPi 보고서 은폐 의혹 △신도2 후보의 평가 조작 등 기존에 제기됐던 의혹들이 재차 점화됐지만, 무엇 하나 뚜렷하게 정리되지는 못했다.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위원장 강영진)는 29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도민 공개토론회를 개최했다. 

강영진 검토위 위원장이 좌장으로 나섰고, 정부측 인사에는 전진 국토교통부 신공항기획과 사무관과 이제윤 한국공항공사 신공항계획팀장, 반대측 인사에는 문상빈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과 박찬식 제2공항반대범도민행동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토론회는 제2공항 찬반 패널 간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된 후, 사전에 제출된 객석의 질문에 답하는 순서로 이뤄졌다.

◇ "ADPi 보고서 철저히 은폐" VS "제주공항 상황 맞지 않아"

첫 토론 주제로는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사(ADPi) 용역 보고서에 대한 은폐 의혹이 다뤄졌다.

박찬식 대표는 "ADPi 보고서가 5지난 12일 공개됐는데, 제주공항의 단기 확충만이 아니라 장기적인 수요 확충 방안까지 연구한 것이 밝혀졌다. 그동안 국토부는 ADPi는 '단기확충 방안만 검토했다'고 했는데,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그게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며 "국토부는 'ADPi 연구내용과 결과를 면밀히 검토해 단기확충안만 받아들였다'고 했지만, 이를 언제 어떻게 검토했는지 검증하기 위한 회의록과 조사 자료는 거듭된 요청에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진 사무관은 "ADPi 보고서의 장기확충 방안이 탈락한 것에 대한 의혹은 추측성으로 왜곡하는 측면이 있다"며 "ADPi 보고서는 2015년 3월 공항 확충 단기대책과 보조활주로, 근접활주로 방안 등 3가지 안을 발표했고, 같은해 5월 사전타당성용역 TF에서 여러차례 협의를 거쳐 2~3번째 대안을 탈락시킨 후 첫번째 대책을 반영했던 것"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29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주재로 열린 제2공항 도민 공개토론회.  ⓒ제주의소리
29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주재로 열린 제2공항 도민 공개토론회. ⓒ제주의소리

그러나, 박 대표는 "ADPi 연구는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회사에 1억3000만원이라는 예산을 주고 맡긴 용역이다. 전체 사전타당성용역의 20%에 가까운 금액"이라며 "국책 연구기관 등 몇 군데 질문을 했더니 이런 경우 ADPi 보고서는 당연히 최종보고서에 최소 한 챕터 이상이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ADPi의 안에 어떤 부분을 수용했고, 어떤 부분을 불구용했는지 보고서에 실리는게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것이고, 보고서에 실리지 않더라도 적어도 부록으로 실려야 했다"고 맞섰다.

박 대표는 "심지어 ADPi에 해당 연구용역을 줬다는 사실 조차도 최종 보고서에는 적혀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ADPi 보고서가 완전히 은폐됐던 것"이라며 "여러가지 가능한 대안을 검토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예 제외되면서 검토할 기회도 놓쳤다. 이건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을 심각하게 왜곡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전 사무관은 "최종보고서의 성격은 정책 결정의 근거를 제시해주는 목적으로, ADPi 용역은 최종보고서가 아닌 하도급 용역"이라며 "원도급사가 하도급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하고 거기서 채택된 내용을 실었고, 그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정책 결정을 했다"고 답했다.

이제윤 팀장은 "ADPi 보고서 권고 사안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게 아니다. 제주공항 단기인프라 확충사업으로 에어사이드만 520억원을 투입했고 터미널 증축하며 용량을 늘리려고 했다"며 "용량을 늘리려는 노력을 안한게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이다. ADPi에서 외국의 사례를 들어서 얘기하는데, 항공기 탑승인원 등을 종합 고려하면 한국 현실에는 맞지 않고 효과를 못 보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맞섰다.

◇ "관제시스템 개선으로 수용량 개선 가능" VS "공역-항로 등 전반적 고려돼야"

관제시스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박 대표는 "제주공항 단기인프라 확충 사업이 효과를 못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관제 시스템이 개선 안됐기 때문이다. 관제 시설과 장비, 훈련 등이 이뤄진 다음에는 수용력이 늘어날 것인데, 이런 시도도 없이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반대 측이)예시로 든 다른 나라의 공항은 제주공항과 무엇이 다른지 봐야 한다. 제주공항 주 활주에 유도로를 만들고 보조활주로를 하나 더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계류장을 전부 뒤로 물려야 하고, 화물청사도 밀어야 한다. 유도로와 터미널 사이가 좁은게 제주공항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제약이 있다는 것은 ADPi도 분명히 얘기하고 있다. 그런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활주로를 이원화 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한 것"이라며 "제주공항의 주활주로와 보조활주로를 교차 활용하는 대안이 '동선이 충돌해 위험하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미국의 101개 공항 중 59개가 교차 활주로고, 활주로 2개 있는 공항의 70% 이상이 교차활주로를 사용하고 있다.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보질 못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전진 사무관은 "제주공항 관제탑 시설 개선사업은 현재 진행중"이라며 "물론 관제의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관제시설과 인력 개선이 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 공역, 항로, 공항 인프라 증대 등의 절차 개선이 맞물려야 수용력이 늘어날 수 있다. 단순 관제뿐만 아니라 타 공항과의 항로 구성 등 유기적인 연관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 스크린골프와 PGA는 다르듯이 문서를 보고 판단하는 것과 실체는 다르다. 그래서 전문가가 있는 것"이라며 "전문 엔지니어들이 다 검토해서 판단했기 떄문에 진행되는 것이지 단순히 외국의 사례를 보고 '이정도면 될거다' 말하면 안된다"고 꼬집었다.

문 위원장은 "그래서 ADPi라는 전문가들의 개선을 검토하라는 것이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제시한 것인데, 국내 전문가들이 이 자료를 어떻게 검토했는지 조차 알려지지 않았다. 오늘까지 관련 회의록을 제출해놓기로 해놓고 또 제출이 안됐다. 국내 전문가들이 어떻게 평가했는지를 제시해보라는 것 아니냐"고 맞불을 놨다.

29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주재로 열린 제2공항 도민 공개토론회.  ⓒ제주의소리
29일 오후 2시30분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 제2공항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검토위원회 주재로 열린 제2공항 도민 공개토론회. ⓒ제주의소리

◇ "군 공역 중첩 감점 미반영" VS "협의 가능 사안으로 평가"

군 공역 중첩 문제도 재차 도마에 올랐다.

문 위원장은 "사전타당성 용역에서 성산 후보지는 군 공역이 전혀 중첩이 안됐다고 평가했지만, 성산 후보지 활주로 방향에 의해 남북진입표면에는 군공역과 접촉한다. 공역 문제는 가중치 30점을 배정하는 등 가장 중요한 평가항목이었지만, 공역이 명확하게 겹침에도 불구하고 겹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며 "이는 명백한 거짓말을 한 것으로, 평점 배점에 상당한 차이를 낳았다"고 의혹을 표했다.

전 사무관은 "검토위 과정에서도 군 공역이 접촉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향후 공항건설의 가능성과 용의성 등을 다각도로 봐서 최고의 후보지를 선정하기 위해 용역이 진행된 것"이라며 "해군 훈련 공역이 남북방향으로 위치해 있는데, 향후 공항건설 과정에서 충분히 협의가 용이하다는 판단 하에 중첩은 됐지만 평가를 높게 매겼다"고 답했다.

박 대표는 "해군 비행기라고 바다로만 다니나. 당연히 육지로도 다니니까 육지에도 공역을 그어놓은 것인데, 공역의 겹치면 당연히 감점을 해야 했음에도 감점이 없었다. 조정을 하는 것은 평가를 내린 다음의 문제고,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을 거였으면 평가 항목에 넣지를 말았어야 했다"며 "이는 용역진이 일방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에 불과하다. 용역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보여주는 사례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 "신도 후보지 점수 조작" VS "전문적 판단 의한 최적화"

반대 측은 당초 제2공항의 유력 후보지였던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부지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점수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도 재차 끄집어냈다.

박 대표는 "신도 후보지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신도2 후보지를 소음 문제 때문에 탈락한 신도1 후보지 위치로 이동시키면서 스스로 점수를 낮췄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이보다 훨씬 평평하고 소음 피해도 적은 바닷가쪽으로 이동시킬 수 있었음에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직접 준비해 온 항공사진 판넬을 꺼내들며 "신도리 바닷가 쪽으로 활주로 위치를 옮기면 소음 등고선에 겹치는 지역도 모두 바다고, 장애물도 없다. 이 좋은 곳을 놔두고 왜 하피 마을이 다 겹치는 곳에 활주로와 공항 부지를 배치했는가"라며 "이에 대해 계속 묻고있지만, 납득할만한 어떤 해명도 아직까지 듣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전 사무관은 "바닷가 쪽으로 활주로를 이동시키면 북쪽에 위치한 수월봉 훼손 문제가 불거질 수 있고, 장래 항공기가 지나갈 때 진출입로가 직선이 되면 대정읍 소음피해 지역이 우려됐기 때문에 검토되지 않았다"며 "연구는 전문적인 판단에 의해 최적의 위치라고 판단된 곳에 대해 단계별로 최적화가 이뤄졌다. (반대 측이)일방적으로 제시한 안을 다시 검토할 근거는 없을 것 같다"고 일축했다.

한편, 검토위는 이날 오전 4차회의를 끝내고, 오는 6월 17일 최종 회의만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3차 도민토론회를 개최해 제2공항 논란에 대한 마지막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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