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찬성여론 높이기 위해 성명서 대신 썼다" 실토
현수막·신문광고 문안도 대신 만들어…찬성측 도덕성 의심

해군기지 유치 찬성 '가짜 성명서'의 배후에는 제주사랑실천연대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제주사랑실천연대(상임대표 강영석)는 해군기지 유치찬성 단체들의 성명서를 대신 써 왔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찬성여론을 높이기 위한 여론조작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사랑 실천연대는 강영석 전 제주상공회의소장이 상임대표를 맡고, 김영일 제주도재향군인회장, 김영중 대한경우회제주도지부회장, 김영희 전국주부교실제주도지부회장, 김원한 대한건설협회제주도회장, 김천문 전 제주도연합청년회장, 양승홍 제주상공회의소 부회장, 양정보 해병전우회 제주도연합회장, 오영애 대한미용사회제주도지회장, 이상운 대한주택건설협회제주도회장 등 9명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또 자문의원으로 이봉길 전 한라일보 논설위원, 홍석표 제주산업정보대학 교수가 있으며, 감사에 지난해 5.31지방선거에 출마했던 김명철 제주도농공단지협의회장, 함관보 제주도자동차매매사업조합 이사장이 참여하고 있다.

▲ 지난 11일 찬성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제주사랑실천연대(상임대표 강영석)
제주의 소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군기지를 유치해야 한다는 명의로 지난주 말에 발표된 '(사)제주바다사랑환경보전협의회'와 '이북5도민회'의 성명서는 해당 단체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해군기지 유치 찬성단체인 '제주사랑실천연대'가 작성해 언론에 배포한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제주의 소리가 '가짜 성명서' 내용을 보도하자 제주사랑실천연대는 해명자료를 통해 "제주바다환경보전협의회는 해군기지유치 관련 성명을 발표할 때에 제주사랑실천연대와 사전에 협의 하에 작성했다"며 "그러나 성명 발표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사무 착오로 인해 사전 배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제주사랑실천연대는 또 "60여곳에 이르는 소속 단체에는 우리가 이들 단체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으며, 단체별로 특색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성명서 초안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해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해군기지 유치 찬성 성명 대부분이 자신들이 주도하고 사실상 한 곳에서 직접 만들어진 성명서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이북5도민회' 성명서는 이 단체와 사전에 전혀 협의 없이 제주사랑실천연대가 일방적으로 작성해 발표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도덕성에도 심각한 의문이 일고 있다.  

해군기지 유치찬성 단체들은 국방부 장관이 제주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공권력 강제연행이 빚어진 지난 '4.13 사태' 이후 16일부터 19일까지 거의 비슷한 내용을 갖고 '제주사랑실천연대' '해군ROCT' '재향여군협의회' '보훈.안보단체' 등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제주사랑실천연대 이승학 사무총장은  "솔직히 말하면 찬성단체들이 여론조사 관계 때문에, 찬성 여론을 드높이기 위해 반대단체처럼 집회를 할 수도 없어서 찬성단체 성명서로 여론을 조성시키려고 했다"며 해군기지 여론을 자신들의 유리한 국면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가 있었음을 실토했다.

또한 제주사랑실천연대는 도내 현수막과 신문 광고 게재 문제까지 맡아 찬성 단체의 광고문안을 대신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무총장은 "중앙의 자주국방네트워크 같은 곳은 자발적으로 광고문안을 작성하지만 제주지역의 경우 여건이 안되는 단체들이 많아 광고 역시 우리가 맡아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군기지 유치 찬성 '가짜 성명서' 문제는 '이북5도민회'와 '제주바다사랑환경협의회'가 직접 언론사를 통해 배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밖으로 불거지게 됐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