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직 외과, 도심 제주시보건소 사거리에서 숲속 애월읍으로 병원 이전

병원이라면 백이면 백, 유동 인구가 많은 장소를 선택할 것이다. 그런데 도심을 떠나 숲으로 둘러싸인 농촌으로 터전을 옮긴 제주 병원이 있다. 바로 홍성직 외과다.

홍성직 외과는 7월 6일 병원 이전을 기념한 장터 ‘에코파티’를 열었다. ‘의술’을 하나의 산업으로 이해한다면 수지타산이 맞는 입지를 골라야 마땅하다. 병원도 실력만큼 속된 말로 ‘목’이 좋아야 하는 업종이다. 보통의 생각에서 바라볼 때 홍성직 외과의 선택은 예상을 한참 벗어난다. 

아파트 주택 단지와 시외버스터미널이 인접한 입지(제주시보건소 사거리)를 두고 선택한 새 병원은 애월읍 납읍리. 주변을 둘러봐도 초록빛 녹차밭과 수풀 밖에 보이지 않고, 자동차를 타도 시내까지 30분 이상 소요되는 흡사 외딴 섬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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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보건소 사거리에서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숲속으로 병원을 옮긴 홍성직 외과. 녹차 숲 뒤쪽으로 병원 건물이 보인다. ⓒ제주의소리

홍성직 외과 원장 ‘홍성직’은 “이전 병원에서도 콘크리트 느낌보다는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면서 “현대인의 병은 삶의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자연과 교감하면서 건강 이상의 삶의 철학을 바로잡는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고 밝혔다.

홍성직 외과의 새 보금자리는 그가 28년 전부터 가꿔온 소유 농장이다. 유기농 달걀 등 자연친화적인 먹거리 재료를 만들면서, ‘작은 농부들이 생산한 유기농 농산물을 서로 나누는’ 에코파티를 정기적으로 열어왔다. 병원 이전으로 한 동안 멈춘 에코파티도 다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마다 다시 연다.

병원 시설은 사무실 겸 숙소로 사용한 농장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예전 공연장으로 쓰인 널찍한 큰 방은 의료장비·기구가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신발장 옆에는 PC와 책상을 놓고 어엿한 접수창구가 차려졌다. 오렌지색을 띤 갈색 전등이 비추는 진료 대기 공간은 아늑한 서재 느낌이다.

홍성직은 “주변 1.5km 안에 약국이 없어 병원 안에서 약 처방까지 가능하다. 치질, 피부종양, 유방종양, 티눈, 사마귀 농양, 겨드랑이 암내 수술, 남성 수술, 레이저 치료 등 주로 작은 외과 수술과 검진을 소화할 방침”이라면서 “각종 말기 암 환자 상담과 치유, 음식 조절을 통한 만성 질환 관리도 함께 병행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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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접수창구가 맞이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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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진료 대기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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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제주의소리

지금 건물을 병원으로 한동안 사용하다가, 가까운 거리에 새로운 건물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유기농 식재료와 함께 숲 속 산책로, 유리 온실 카페도 갖추면서 병원 이상의 병원으로 거듭난다. 현재 새 건물 설계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 선보인다.

홍성직은 “사람의 건강은 몸, 정신에 그치지 않고 발 딛고 있는 땅과 주변 환경, 사회, 정치, 교육 모든 분야에 영향을 받는다. 자기를 둘러싼 이런 분야들이 건강할 때 진정한 의미에서 건강할 수 있다”며 “홍성직 외과는 경쟁에 시달리고 물질 만능에 사로잡힌 심신을 쉬게 만드는 의료 공간 이상의 치유 센터를 꿈꾼다”고 소개했다.

홍성직 외과
제주시 애월읍 납읍로 10길 158-4
064-753-7550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토요일 오전 9시~오후 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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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직 외과는 생태 공동체, 문화 공간로서 함께 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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