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교통약자 전기차충전소 접근성 절반 이상 '부적절'

제주세계자연유산문화센터에 설치된 교통약자용 전기자동차 충전기. 이동 경로의 빗물받이 덮개가 휠체어에 불편을 주고 있다.  사진=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세계자연유산문화센터에 설치된 교통약자용 전기자동차 충전기. 이동 경로의 빗물받이 덮개가 휠체어에 불편을 주고 있다. 사진=제주장애인인권포럼

제주도가 설치한 교통약자용 전기차충전소의 절반 이상이 접근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단법인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복지정책모니터링센터(센터장 이응범)는 12일 오전 10시 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통약자용 전기차충전소 접근권 모니터링'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과 6월 두 달에 걸쳐 4명의 장애인 당사자를 중심으로 모니터링단을 구성, 충전소 접근가능 여부와 충전기 사용가능 여부, 충전기 사용방법 안내 여부 등을 점검했다. 실제 모니터링은 총 52기의 교통약자용 전기차충전소 중 시설이전 공사중인 애월읍사무소 충전소 1기를 제외한 51기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총 51기 중 점검 항목을 모두 만족해 적절하게 설치된 곳은 22기로 43.1%에 그쳤고, 나머지 56.9%인 29기는 부적절하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충전기 설비와 관련한 항목은 대체로 적합한 수준이었지만, 충전소가 설치된 장소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서귀포소방서 앞 설치된 교통약자용 전기자동차 충전기. 주차장 너비가 좁아 장애인주차장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주장애인인권포럼
서귀포소방서 앞 설치된 교통약자용 전기자동차 충전기. 주차장 너비가 좁아 장애인주차장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제주장애인인권포럼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교통약자용 전기차충전소 51기 중 유효폭이 확보된 곳은 41기, 미확보된 곳은 10기로 나타났다. 주차장 면적이 좁아 휠체어의 접근이 어려운 경우도 9기에 달했다.

바닥 표면의 경우 37기가 적절한 반면 14기는 부적절하게 설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도블록이 울퉁불퉁하거나 도로 빗물받이가 덮여있는 경우, 잔디밭 위로 보도블록을 쌓은 경우, 바닥 블록이 파손된 경우 등이 대표적인 부적정 사례다.

충전기 사용가능 여부에 대한 조사에서는 45기가 적절했고, 4기는 충전케이블이 고장나거나 작동버튼이 먹통이 되며 부적절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용방법 안내 여부 조사에서는 충전가능차종 설명은 51기 충전소에 모두 갖춰졌다고 조사됐다. 사용방법에 대한 안내만 3기에 부착되지 않았다.

이응범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복지정책모니터링센터장. ⓒ제주의소리
이응범 제주장애인인권포럼 부설 장애인복지정책모니터링센터장. ⓒ제주의소리

제주장애인인권포럼은 "교통약자용 전기차충전소에 대한 제도적인 설치 기준과 규격을 마련하고 사용자의 입장에서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 케이블로 인한 고장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충전케이블을 모두 전동케이블 형태로 설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주차블록, 볼라드, 도로 빗물받이 등으로 교통약자의 전기차충전소 접근을 방해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 주차장에 장애인이 하차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통약자용 전기차충전소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2016년 제주도내 전기차충전소 402기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전기차충전소가 단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조사됨에 따라 후속조치 차원에서 이뤄지게 됐다.

당시 문제 제기로 인해 제주도는 2018년부터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를 위한 전기차충전기 설치사업을 추진했고, 도내 복지시설과 관공서 등에 52기를 설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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