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무늬만 민군복합관광미항' 치부 드러내…'대국민 사기' 비판 제기

군사기지와 크루즈항이 공존하는 국내 유일의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선지 3년이 지났지만 애초 기대와 달리 크루즈선 없는 '무늬만 민군복합관광미항'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크루즈항로 곳곳에선 뒤늦게 암초가 여러 곳에서 발견돼 '제주해군기지 강행'을 주도한 정부가 대국민사기극을 펼쳤다는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도 나오고 있다.   

16일 제주도에 따르면 서귀포 강정 크루즈터미널이 준공된 2018년 5월28일 이후 민군복합항관광미항에 기항한 크루즈선은 단 2척에 불과하다.

제주도는 2009년부터 총사업비 601억원을 투입해 강정 크루즈터미널을 만들었지만 중국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사태가 터지면서 준공 후 개점휴업이 이어졌다.

개항 10개월만인 올해 3월2일에야 영국 국적 크루즈선인 14만8528톤급 퀸메리 2호(Queen Mary Ⅱ)가 강정 크루즈터미널에 처음 입항했다. 
 
5월15일 타이완에서 출발한 14만2714톤급 크루즈선인 영국 국적 마제스틱 프린세스(Majestic Princess)호가 입항했지만 이후 두 달째 크루즈선 입항소식은 없다.

강정 크루즈항은 올해 82척의 크루즈 입항이 예정돼 있지만 대부분 취소 예정인 중국발 크루즈선이다. 연말까지 기항 예정인 크루즈선은 9월17일과 11월26일 2척 정도다.

제주항의 경우 올해까지 17척의 크루즈선이 입항했다. 7월27일 대만의 썬 프린세스(Sun Princess)를 포함해 연말까지 7척의 크루즈선이 더 찾을 예정이다.

사드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6년 한해 동안 제주에는 제주항을 통해 무려 507차례에 걸쳐 크루즈선이 기항했다. 2017년에는 98차례로 급감하고 지난해에는 20차례에 그쳤다.

크루즈선 유치와 함께 내부적 문제도 산적해 있다. 2016년 2월 해군기지가 준공됐지만 3년이 넘도록 민군복합형관광미항 내부 수역에 대한 군사시설 보호구역 설정이 미뤄지고 있다.

해군은 남방파제 끝 지점과 내부 수역 모두를 군사시설 보호구역 내 제한보호구역으로 지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크루즈선 오가는 해역도 해군 통제 범위내에 들어간다.

반면 제주도는 진정한 '민군복합관광미항'이 되기 위해서나 예측 가능해야 하는 크루즈관광 특성상 크루즈선이 오가는 해역은 군사시설 보호구역 제한지역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현재는 제주도-국방부-국토부 3자 협정에 따라 도지사가 매해 10월 말까지 다음연도 크루즈 선박의 입·출항 계획을 국방부장관과 국토부장관에게 사전에 통보하는 절차를 거치고 있다.

크루즈선 항로도 문제다. 제주도는 크루즈터미널 준공을 앞두고 2017년 9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항로설정을 위한 ‘서귀포 크루즈항 항로고시를 위한 해상교통안전진단’ 진행했다.

그 결과 해양수산부의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인 12.4m에 미치지 못하는 4개 지점이 확인됐다. 문화재구역 내 준설을 위해 문화재청에 현상변경허가 신청까지 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당초 해군과 제주도는 방파제 진입각 30도에서 크루즈선의 입출항이 자유롭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위와 군사기지저지범대위 등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이유다.

정부는 2012년 2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크루즈선 항로를 확정한 바 있다. 제주도는 뒤늦게 후속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전문가 자문을 구하기로 했지만 마땅한 대책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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