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민에 속고 고유정에 당한 경찰 ‘실종 수사의 패착’
한정민에 속고 고유정에 당한 경찰 ‘실종 수사의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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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피해자측 실종 신고로 수사 시작...초기 판단 미스가 부실수사 논란으로 이어져

2018년 한정민의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 2019년 고유정의 전 남편 살인 사건. 공교롭게도 두 사건 모두 실종신고의 초기 대응이 부실수사 논란의 패착으로 이어졌다.

경찰청은 7일 고유정(37.여) 부실수사 의혹 논란에 대한 ‘경찰청 관련기능 합동 현장점검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초동 수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고유정은 5월25일 오후 8시10분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졸피뎀을 투약한 전 남편 강모(37)씨를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하고 2박3일간 머물며 사체를 훼손했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범행 발생 이틀 후인 5월27일 오후 6시10분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사건은 실종과 미귀가를 전담하는 관할 제주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청수사팀이 맡았다.

신고 당일 고유정은 퇴실후 제주시내로 이동했다. 이어 범행 알리바이를 조작하기 위해 숨진 남편에게 “성폭행 미수 및 폭력으로 고소하겠어. 니가 인간이냐?”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고유정은 미리 챙겨온 전 남편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미안하게 됐다. 내 정신이 아니었다. 미안하게 됐다. 고소는 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허위 문자메시지를 재차 자신에게 발송했다.

수사팀은 이후 펜션에 함께 투숙한 고유정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정을 물었다. 고유정은 이튿날인 5월28일 경찰과 통화에서 “전 남편이 성폭행을 하려 했다”는 말을 처음 건넸다.

당시 경찰은 고유정과 전화통화만 하고 직접 만나지는 않았다. 고유정의 말만 믿은 경찰은 이미 숨진 강씨의 휴대전화 마지막 발신지를 중심으로 수색 작업에 나섰다.

경찰과 대화를 끝낸 고유정은 이날 오후 8시30분 시신을 여행용 가방 등에 담아 차량에 싣고 유유히 제주를 빠져나갔다. 이 과정에서 시신 일부를 바다에 버려 증거를 인멸했다.

고유정 사건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2월8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발생한 게스트하우스 살인 사건도 피해자 가족들의 실종 신고가 수사의 시작이었다.

피해 여성 A(당시 26세)씨는 2018년 2월7일 울산에서 관광차 제주를 찾아 해당 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이후 연락이 끊기자, 가족들이 사흘 후인 2월10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당일 동부경찰서는 해당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오후 2시쯤 경찰관은 장을 보고 돌아오는 한정민(당시 34세)과 만났다. 한정민은 경찰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면담이 끝난 후 한정민은 자신의 차량을 몰아 게스트하우스를 빠져나갔다. 경찰은 한씨의 답변과 다른 직원의 진술이 일부 불일치하자, 오후에 다시 전화를 걸어 행선지를 파악했다.

한정민에 대한 신원조회도 진행했다. 그 결과 한정민이 2017년 7월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 여성 투숙객을 성폭행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제주 게스트하우스 여성관광객 살인 용의자 한정민이 2018년 2월10일 오후 9시53분 김포공항에서 면세점 쇼핑가방을 든채 누군가와 통화하며 빠져나오는 모습.
제주 게스트하우스 여성관광객 살인 용의자 한정민이 2018년 2월10일 오후 9시53분 김포공항에서 면세점 쇼핑가방을 든채 누군가와 통화하며 빠져나오는 모습.

경찰은 곧 돌아온다는 한정민의 말만 믿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대기했지만 용의자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공항으로 이동한 후 오후 8시35분 항공편으로 유유히 제주를 빠져나갔다.

제주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며 전국을 활보한 한정민은 범행 발생 엿새만인 그해 2월14일 충남 천안의 한 펜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피해자의 시신은 게스트하우스 인근에서 발견됐지만 한정민이 숨지면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끝이 났다. 법적 처벌도 내리지 못한 채 사건의 진실도 그렇게 묻혔다.

경찰 내부 지침 상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여성청소년과의 실종팀과 별도로 범죄 가능성에 대비해 형사과 강력계 형사들도 함께 대응하도록 돼 있다.

두 사건 모두 실종 신고가 있었지만 범죄 여부를 판단하고 형사들이 개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초동 수사에서도 허점을 보이면서 유력한 용의자를 눈 앞에서 놓치는 일을 반복했다. 

경찰도 애로사항은 없지 않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실종신고 접수 건수는 2016년 1500건, 2017년 1471건, 2018년 1764건 등 하루 5건 꼴로 발생하고 있다.

상당수가 미귀가 신고가 자진 귀가로 마무리되지만, 범행으로 이어진 사건은 초동 수사가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경찰청도 고유정 사건을 계기로 실종사건에 대한 초동조치에 대한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유사 사례 재발방지를 위해 지방경찰관서를 대상으로 관련 교육도 진행하기로 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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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 2019-08-08 14:50:24
경도 경찰욕하멍 신고는 엄청 해대더라... 믿지 못하멍 무사 신고햄신고.. 개가 돌아다녀도 경찰. 사람이 아파 쓰러져도 경찰.. 경찰어시민 살아질꺼라들..
223.***.***.101

경찰이 2019-08-08 12:59:04
기본적 소양이 결여된 경찰,
민원인을 소 닭보듯 쳐다보고 모두다 자기일이 아닌양 책상에 머리만 쳐박고 있는
봉급쟁이 경찰~
약자에는 강하고 강자에는 약한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공권력이란 이름으로 선량한 국민을 후려치는
비리와 뇌물과 탈법에 찌들린 대한민국 경찰
오죽하면 초등학생이 경찰보면 무섭다고 할까?
지금의 경찰은 이땅에서 없어져야할 또하나의 악이다.
14.***.***.110


0000 2019-08-08 12:36:55
그냥 직장인들일뿐...경찰?
운동하던 직장인들...수사력?
월급날 기다리는 직장인이 무슨 수사?
12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