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유치결정 속 국방부 30일 도의회 설명회도의회 “일방 추진반대”…도, ‘5월 시한’ 강행할까?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와 안덕면 화순리가 반대하는 해군기지를 강정마을에서 전격적으로 유치하겠다고 나서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가운데 조만간 국방부와 제주도의 입장이 표명될 것으로 알려져 금주가 해군기지 가부의 일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태환 지사가 ‘5월말 결정론’을 거듭 밝힌데 대해 도의회가 ‘충분한 공론화’를 전제로 일방적 여론조사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김 지사가 여론조사를 밀어 부칠지 여부도 주목된다. 또 여론조사 방법과 관련해 도의회에서 제안한 ‘공론조사’와 일각에서 제기된 ‘주민투표’에 대해 도와 국방부의 입장도 정리될 전망이다. 특히 강정마을의 유치결정을 도와 국방부가 어떻게 처리할지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국방부 30일 도의회 2차 설명회=국방부는 30일 오후3시 제주도의회 군사기지특위를 상대로 해군기지 관련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 설명회다.  지난 23일 군사기지특위와 제주도와의 여론조사 방법 등에 대한 간담회에서 도의회와 집행부 모두 국방부의 의견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을 맺은 데 따른 설명회다. 국방부 차원에서는 무지 발 빠른 대응이다.

지난 13일 김장수 국방장관이 제주를 방문한 이후 ‘잘 풀려나가던(?)’ 해군기지가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으면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엉켜버린 정국을 국방부 입장에서는 되돌려 놓을 필요가 절실한 상황이다.

국방부는 지난 13일 김 장관의 발언에 ‘정교’하지 못했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해군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도민의 여론이 우선돼야 하는 해군기지 문제를 국방부(해군)가 결정권이 있는 것처럼 비쳐진데 대해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 또 알뜨르 비행장 문제와 700억 인센티브 문제도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는 자체 평가인 만큼 도의회 간담회에서는 이를 보다 정교하고 명확하게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도 두 가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시간이 없다는 점과 해군기지 문제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란 점을 분명히 밝힐 것으로 보인다.

유덕상 환경부지사가 ‘4월말’, 김태환 지사가 ‘5월말’을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국방부, 특히 해군은 현재 시간에 쫓기고 있다. 청와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산하 갈등중재특위가 지금 ‘개입’할 형국이다. 여기에다 더 심각한 것은 내년 예산문제다. 내년 정부예산은 오는 8월까지 마무리 돼야 한다. 올해 해군기지 예산도 ‘예비비’로 묶여 있는 상황에서 이전에 해군기지 문제가 사전에 정리되지 않으면, 내년 예산은 확보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주민주표 문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국방부와 해군의 기본 입장이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주민투표에 넘길 경우 이는 제주 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군사기지 문제가 주민투표 대상이 되는 선례가 되기 때문에 국방부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국책사업에 대한 주민투표 부의는 각 부처 장관에게 있다는 법적 근거도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깔고 있다.

◆김 지사, ‘5월말 시한론’ 계속 유지할까? = 현재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태환 지사가 거듭 밝히고 있는 ‘5월말’ 시한론이다. 김 지사는 그러나 왜 5월말까지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구체적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문제가 지난 2002년부터 계속돼 와 더 이상 끌 수 없지 않느냐”는 게 그 이유라면 이유다. 그러나 그게 왜 반드시 5월인지. 도민들 사이에서 충분한 공론화를 위해 6월이나 7~8월, 또는 그 이후로 밀려서는 왜 안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이 없다.

도민여론조사 후 해군기지 유치 가부와 후보지를 5월말까지 결정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도의회가 ‘일방적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특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여론조사 방법에 대해 ‘공론조사’를 제안하자 도는 공론조사의 핵심인 첫 번째와 두 번째 여론조사 응답자를 같게 하는 ‘표본샘플 유지’ 빼고는 1차 여론조사와 2차 여론조사 사이에 한 차례 TV토론회를 할 수 있다는 역 제안을 해 놓은 상태다.

현재 도는 도의회와 후보지 주민, 그리고 반대대책위가 요구하는 ‘충분한 공론화’에 대해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는 입장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해군기지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답변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론조사를 강행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지난 27일 갑작스레 TV토론회를 연 것도 “토론회를 충분히 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도의회, 공론화 없는 ‘여론조사’ 불가=국방부(해군)∙제주도와 주민들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도의회는 이미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가 없는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해 왔다.

임문범 도의회 군사기지특위 위원장은 27일 KBS <시사파일 제주>에 출연해 "어떠한 경우에도 충분한 정보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로드맵 일정에 얽매여 성급한 여론조사 실시는 옳지 않다"면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임 위원장은 “도민사회에 군사기지와 관련한 정보제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 의회가 충분히 공감하고, 의회가 제안한 공론조사가 해결 방법”이라고 강조한 후 “제주도는 정부가 밝힌 해군기지관련 발표내용이 도민사회의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로드맵 일정에 얽매이지 말 것”을 재차 촉구했다.

국방부와 해군이 ‘시한’에 쫓기며 계속 조속한 결정을 요구하고, 제주도 당국도 아무런 근거 없이 ‘5월말’을 거듭 밝히는 상황에서 도의회 만이 충분한 정보제공과 공론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는 상황이다.

도의회측에서는 “김 지사가 왜 아무런 이유도 없이 ‘5월말’을 발표하고 나중에 본인 스스로 거기에 발목이 잡혀 헤어나오지 못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의회는 국방부의 설명회에 앞서 30일 오후1시30분 전체 의원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강정마을=27일 마을총회를 통해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한 강정마을은 그야말로 ‘전격적’이다. 그동안 극히 일부에서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유치 논의가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 이처럼 어촌계와 마을총회를 통해 이틀 사이에 결정한 것은 마치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치밀했다.  총회는 외부의 출입이 통제됐다. 자칫 내부의 파열음이 외부에 공개되고 이게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위미1,2리와 화순리가 ‘생존권’을 이유로 해군기지를 반대한 반면, 강정마을은 오히려 ‘지역발전’을 내세워 해군기지를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주민들이 강력한 반발에 대해 일방적으로 밀어 부쳐왔던 해군 입장에서는 ‘우군’을 만난 셈이다. 제주도 당국은 내심 무척 반기는 상황이다.

해군은 아직 강정마을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현장 답사와 도면을 통해 해군기지가 들어설 수 있는 입지적 조건을 갖고 있는지를 검토한 수준이다. 현재까지는 수심 등은 충분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해군기지 건설을 위해 이주해야 할 주민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해군입장에서는 ‘장점’이다.

그러나 전략적인 측에서는 아직 검토가 되지 않았다. 해군에서는 지금까지 위미1리와 위미2리, 화순리를 후보지로 적극 검토해왔다. 강정마을은 그 이전까지는  검토대상이 아니었다. 이제 검토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를 먼저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반대일변도인 상황에서 ‘파트너’가 생겼다는 것은 어느 곳으로 가던지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근거다. 다만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내정할지, 아니면 강정마을을 내세워 당초 해군이 생각하고 있는 위미1리로 가는 지렛대로 삼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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