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속 타다 만 ‘진실의 실마리’ 찾는 사람들 ‘화재조사관’
잿더미 속 타다 만 ‘진실의 실마리’ 찾는 사람들 ‘화재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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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의날 특집] 제주소방서 양윤석-강성현 소방장...다양하고 복잡해지는 화재 현장서 사투
제주소방서 현장지휘 2팀 소속인 강성현(42.소방장) 화재조사관이 7일 제주시 영평동의 한 단독주택 화재 현장 조사를 위해 출동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57주년 소방의날(11월9일)을 앞두고 만난 제주소방서 현장지휘 2팀 소속인 강성현(42.소방장) 화재조사관이 7일 제주시 영평동의 한 단독주택 화재 현장 조사를 위해 출동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2017년 4월15일 오후 2시44분쯤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롯데시티호텔 지하3층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화재 경보음이 울리자 건물 내부에 있던 투숙객과 관광객 등 500여명이 일제히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대소동이 빚어졌다.

두 달 뒤인 그해 6월26일 오후 7시50분쯤에는 제주시 아라동의 스위첸 아파트 지하에 주차된 차량에서 불이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공교롭게도 불이 난 두 차량은 현대자동차에서 생산한 NF소나타였다. 화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제주에서만 NF소나타 차량 12대가 연이어 불에 타는 피해가 났다.

이마저 차주의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제외한 수치였다. 화재조사 보고서를 건네받은 현대자동차는 2017년 12월 전격적으로 자발적 시정조치인 리콜을 결정했다.

대기업을 상대로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의 자동차 리콜을 이끌어 내는데 결정한 역할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제주도 소방공무원인 화재조사관들이었다.

이들은 화재 분석과정에서 NF소나타 브레이크와 엔진출력 등을 전자적으로 조절하는 ABS/VDC 모듈 전원공급부분에서 합선으로 인한 화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제주소방서 현장지휘 2팀 소속인 양윤석(45.소방장), 강성현(42.소방장) 화재조사관이 7일 제주시 영평동의 한 단독주택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주소방서 현장지휘 2팀 소속인 양윤석(45.소방장), 강성현(42.소방장) 화재조사관이 7일 제주시 영평동의 한 단독주택 화재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타다 만 화재현장에서 진실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학수사대 역할을 이들이 맡고 있다. 

화재조사관은 화재 원인을 현장감식하고 인명과 재산피해 등 화재조사업무를 수행한다. 국립소방연구원에서 8주간의 전문교육을 수료하고 자격시험을 통과한 소방공무원만 할 수 있다.

제주 소방관 중 화재조사관 자격증 소지자는 31명이다. 이중 24명이 일선 소방서 현장지휘팀 등에 배치돼 3교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11명은 화재감식기사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

화재조사관들은 화재 신고시 가장 먼저 현장을 찾아 처음과 끝을 함께 한다. 1차적으로 최초 신고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현장과 주변을 분석해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을 추적한다.

현장이 잿더미로 변하면 손과 도구로 물건을 뒤져가며 단서를 찾아야 한다. 불을 끄는 소방관들이 일선 소방서나 119센터로 복귀해도 현장에 남아 증거 찾기에 몰두한다. 

화재현장을 뒤덮은 먼지와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휘발성 물질 등 다양한 화학물질은 어김없이 이들을 괴롭힌다.

7일 제주시 영평동의 화재 현장에서 만난 제주소방서 현장지휘 2팀 소속인 양윤석(45.소방장) 화재조사관이 현장 검증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7일 제주시 영평동의 화재 현장에서 만난 제주소방서 현장지휘 2팀 소속인 양윤석(45.소방장) 화재조사관이 현장 검증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제57주년 소방의날(11월9일) 앞두고 7일 제주시 영평동의 화재 현장에서 만난 제주소방서 현장지휘 2팀 소속인 양윤석(45.소방장), 강성현(42.소방장) 화재조사관도 매캐한 냄새를 뚫고 발화 지점을 찾는데 열중이었다.

며칠째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화재 현장을 누비고 있다. 영평동 주택의 경우 3일 오후 9시21분 불이 났지만 지금껏 정확한 화재 원인과 발화지점은 특정되지 않았다.

최초 화재진압반이 도착했을 당시 주택은 화염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었다. 당시 거주자는 없었고 전기요금 미납으로 한국전력공사에서 전력도 차단해 화재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양 조사관은 “객관적 사실을 토대로 불이 발생한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이라며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지만 도민들에게는 아직 화재조사관이 생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료인 강 조사관은 “화재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며 “화재로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힘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화재 유형이 점차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애로사항도 많다. 최근에는 점차 진화하는 방화범과 늘어나는 가전제품으로 인한 제조물 하자 문제가 화재조사관들을 괴롭히고 있다.

7일 제주시 영평동의 한 단독주택 화재 현장에서 만난 제주소방서 현장지휘 2팀 소속인 강성현(42.소방장) 화재조사관이 애로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7일 제주시 영평동의 한 단독주택 화재 현장에서 만난 제주소방서 현장지휘 2팀 소속인 강성현(42.소방장) 화재조사관이 애로 사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실제 최근 4년간 제주에서 발생한 전체 화재 중 방화 사건비율이 2016년 2.3%에서 2017년 2.4%, 2018년 2.8%, 2019년 3.0%로 해마다 늘고 있다.

방화의 경우 잿더미 속에서 범인이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증거를 찾지 못할 경우 원인미상으로 남아 실체적 진실은 영영 가려지게 된다.
 
지난해 도내 발생 화재 636건 중 원인미상으로 분류된 사건은 86건, 13.5%다. 반면 올해 10월말 현재는 528건 중 48건으로 9.1%까지 낮아졌다.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일부로 발화시점을 늦추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정확한 발화 시점을 확인하기 어려워 가해자를 특정 짓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

가전제품으로 인한 화재의 경우, 화재조사관이 전자제품을 화재 원인으로 지목할 경우 제조물책임법과 맞물려 제조업체가 소방관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있다.

반대로 제조업체의 잘못이 확인되면 소비자가 보상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화재조사관들의 판단이 없었다면 소비자는 고스란히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강 조사관은 “화재 유형이 복잡해지면서 화재조사관들은 작은 흔적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오늘도 도민들의 안전을 위해 여러 소방관들이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3일 오전 9시21분 제주시 영평동이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내부가 전소돼 소방서 추산 2246만원 상당의 피해가 났다. 당시 집에는 사람이 없었고 전기요금 미납으로 전력공급도 끊긴 상태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3일 오전 9시21분 제주시 영평동이 한 단독주택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내부가 전소돼 소방서 추산 2246만원 상당의 피해가 났다. 당시 집에는 사람이 없었고 전기요금 미납으로 전력공급도 끊긴 상태였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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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1
ㅎㅎ 2019-11-07 23:20:17
젤 존경받고 대우 해줘야헐 대상^^
18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