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도의회 앞서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유족 “제주의 자연, 후손에 물려주고파”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가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한 문화 마당 형식으로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가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한 문화 마당 형식으로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양용찬 열사 정신 계승해 제주 제2공항 막아내자! 우리가 양용찬이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는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한 문화 마당 형식으로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현장에는 양용찬 열사를 기억하는 시민들이 어깨를 맞대며 추위를 녹였다.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표와 배기철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이사, 강원보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도 자리를 지켰다.  

양용찬 열사의 동생인 양용주씨도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양씨는 유족을 대표해 추도사를 낭독하며 고인을 기렸다.  

양씨는 “형을 떠나보낸 지 30년이 돼 가지만 자연 파괴는 계속되고 있다”며 “지금의 제주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자연 그대로, 제주의 모습을 자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표는 제주 전역을 군사기지화 하려는 강풍이 물아치고 있다며 제주를 망치려는 모든 이들이 영령 앞에 무릎 꿇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표가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열린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에서 추도 발언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고광성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 대표가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열린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에서 추도 발언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양용찬 열사의 동생인 양용주씨가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열린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양용찬 열사의 동생인 양용주씨가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열린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에서 추도사를 낭독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고 대표는 “지금 제주는 당신 몸을 불사르며 지키려 했던 곳이 아니다. 생활의 보금자리인 제주가 아니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제주가 아니”라며 허탈해 했다.

이어 “한라산의 횃불로 살아 돌아와 미쳐 날뛰는 제주2공항을 막아 달라”며 “우리가 양용찬 열사다. 우리 모두 당신의 횃불이 돼 28년 전 외침과 그 뜻을 이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보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제주 제2공항 백지화 전국행동 출범 소식을 전하며 제2공항 건설 관련 예산 저지를 위한 전면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강 위원장은 “양용찬 열사가 우려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조차 제2공항 저지를 위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너무 개탄스럽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제2공항은 더 이상 지역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다. 양용찬 열사는 세종시에도 있고 광화문에도 있다. 힙을 합쳐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양용찬 열사는 1991년 11월7일 “제주특별법 저지와 제2차 종합개발계획 폐기,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는 유서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강원보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열린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에서 추도 발언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강원보 제2공항 성산읍 반대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이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열린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에서 추도 발언을 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가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한 문화 마당 형식으로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가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한 문화 마당 형식으로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1966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1리에서 태어난 양용찬 열사는 서귀포를 졸업하고 1985년 제주대 인문대학 사학과에 진학했다. 1987년 입대했지만 전역 후 복학을 포기했다.

2년 후인 1989년 5월 서귀포 나라사랑 청년회 가입하며 본격적인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낮에는 타일공으로 일하면서 농민사랑 대표를 맡는 등 적극적인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나섰다.

1990년에는 서귀포 나라사랑청년회가 주도하는 서귀포 지역문제 대책위원회에 참가하고 우루과이라운드와 제주도개발특별조치법, 농수산물 개방 등 현안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이듬해인 1991년 11월7일 오후 7시40분 서귀포 나라사랑청년회 3층 옥상계단에서 “제주특별법 저지, 2차종합개발계획 폐기”를 외치며 온몸에 석유를 뿌리고 투신했다.

서귀포의료원으로 옮겨진 양용찬 열사는 이날 오후 8시30분 운명을 달리했다. 당시 그의 나이 26세였다. 

그가 남기고 간 유서에는 ‘세계의 관광지 제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 제주도를 원한다’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가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한 문화 마당 형식으로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양용찬열사추모사업회가 8일 오후 7시 제주도의회 앞에서 제주 제2공항 저지를 위한 문화 마당 형식으로 제28주기 양용찬열사 추모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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