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구기가 날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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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의 借古述今] 144. 내 계산이 나를 잡는다

* 나 : 내
* 구기 : 계산, 샘

물론 잘해 보려고 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렇다면 일이 끝나고 난 뒤의 결과론이긴 하겠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상황 판단의 미숙이나 지나친 욕심에서 나온다. 제 것 주고 뺨 맞는 격으로, 제가 한 계산이 일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만다 함이다. 큰 욕심 안 부리고 신중히 시종여일 매진한다면 이런 낭패는 없을 것이다.
 
예측한 것, 구상한 일이 전혀 딴판으로 흘러 큰 손실이나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다면 얼마나 무모한가. 또 어리석은 일인가.

“무사 경 해신다 모르키여. 큰 욕심 내지 마랑 허던 대로 꼬닥꼬닥 허염시민 좋은 일도 있곡 허는 건디. 욕심 내단 보난 너미 앞서네게. 보통 낭패가 아니주기.”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다. 큰 욕심 내지 말고 하던 대로 꾸준히 했다면 좋은 일도 있고 하는 건데.)

착오에 따른 자충수를 경계한 의중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자충수(自充手)’란 말이 있다. 바둑에서 자기의 수를 줄이는 돌을 뜻한다. 곧 상대방에게 유리한 수를 일컫는다.

그러니까 자기 스스로 한 행동이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됨을 말한다. ‘자업자득’이란 말과 한 맥락이다.

착수(着手)해 자충형이 되니 악수(惡手)가 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고수(高手)들의 바둑에서는 묘수의 효력을 나타내는 수도 있다.

自充手. 한자 뜻 그대로다. ‘스스로 채워 넣는 수’.

스스로 채워 넣는데 왜 자신에게 불리할까. 바둑이라는 게 집을 많이 가진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그런데 그 집이라는 게 바둑판에서 빈 공간이다. 자신의 돌이 둘러싼 공간이 커야 이긴다. 비워야 할 공간에 채워 넣었으니 결국엔 자신이 차지할 빈 공간을 채운 것. 빈 공간이 적으로 당연히 지게 될 게 아닌가.

인생을 자충수로 사는 게 보통 사람들 아닐까. 하지만 막판에 이르면, 대부분 후회나 회한으로 가득 찬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한 생을 성공적으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론적으로 말하면, ‘자충수를 최대한 피하는 것’일 게다.

스스로 행한 행동이 종국에 가서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번에 일본이 멍청한 자충수를 두었다. 통계를 보면, 그들이 수출로 손해를 본 것은 한 닢도 없다. 한국 수출로 어마어마한 이득을 챙겨 온 일본이 한국을 규제한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한국에 수출하는 일본기업 주식이 바닥을 칠 것은 명약관화할 일이다. 일본의 국가신용도는 물론이고 기업신용도도 크게 떨어질 것이다.
 
소 닭 쳐다보듯 하는 말이 아니다. 우리에게도 당연히 힘든 시기가 된다. 하지만 그들은 분명 자충수를 두었다. 이번 일로 많은 한국인이 일본 불매운동을 지속적으로 펴나갈 것이다. 우리 스스로 바꿀 수 없던 이 흐름이 공교롭게도 일본 덕분에 바꿔질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일본이 멍청한 자충수를 두었다. 통계를 보면, 그들이 수출로 손해를 본 것은 한 닢도 없다. 출처=오마이뉴스.
이번에 일본이 멍청한 자충수를 두었다. 통계를 보면, 그들이 수출로 손해를 본 것은 한 닢도 없다. 출처=오마이뉴스.

자충수를 둔 자는 바둑에서 결국 패한다. 거듭 말하거니와 일본은 자충수를 두었다.

‘예산쟁이 망한다’고도 한다. 인생을 살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다만 그게 지나쳐 어긋날 때는 외려 큰 화를 자초할 수가 있는 법이다. 무슨 일이든 도를 지나치면 낭패를 사게 마련이다. 너무 잽싸게 앞서 갈 일도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약은 고냉이 밤눈 어둡나.’ (약은 고양이 밤눈 어둡다)

앞날이나 다가올 미래에 대한 예측을 어느 범위 안에서 하면 자신의 일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일 터이나, 과도하면 오히려 인생설계를 그르칠 수가 있다. 적정해야 유효하다. / 김길웅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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