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웃음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인도 아이들
올해에도 어린이날이 찾아왔다. 벌써 열여덟이 되었고, 어린이날 선물을 기대하기엔 나이도, 지난 한해간 잘못한 일도 넘치도록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레는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다.
어린이. 발음 할 때면 사탕이 도르륵 하고 굴러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말이다. 너무나 달콤해서 자꾸자꾸 발음하고 싶어지는 말.
새우깡을 먹을까 오징어땅콩을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힘겹게 새우깡으로 결정하고는 오징어땅콩을 향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몇 번이고 슈퍼를 돌아보던 기억도 난다. 그 때에는 그게 얼마나 큰 고민이었던지!
세상 어린이들은 다 똑같은 모양이다. "언니 핸드폰 있어?"를 묻고는 주소록에 몽당연필로 내 전화번호를 꾹꾹 눌러쓰는 사촌동생을 보아도, "압까남꺄헤?(당신 이름이 뭐예요?)" 라며 하얀 이를 온통 내보이는 웃음을 짓는 인도의 어린이를 보아도 그렇다.
어느 과자를 먹을까 콧잔등에 온통 주름을 잡고 고민하는가 하면, 사탕 하나를 쥐어주어도 얼마나 기뻐하는지. 참 별것 아닌 일로 고민하곤 하지만, 참 별것 아닌 일로도 기뻐할 줄 아는 그들을 볼 때면, 나까지도 별 것 아닌 일로 기뻐지곤 한다.
인도에서는 참 많은 어린이들이 일을 한다. '원 루피' 하고 손을 내미는 박씨시 어린이도, 한화 300원가량쯤 되는 15루피를 벌기 위해 하루 종일 채석장에서 일하는 어린이도, 관광객을 상대로 엽서나 지도를 판매하는 어린이도 무척이나 많다.
바이샬리라는 이름의 마을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속된말로 하자면 깡촌중의 깡촌인 곳이었는데, 그 곳에서 배탈이 나서 얼마나 호되게 고생을 했었는지. 숙소까지 걸어가지도 못할 정도로 배가 아파서 온몸을 웅크리고 낑낑대다가 결국 한 소년의 자전거 뒤에 매달려서 숙소까지 '운반'됐었다.
어린이날이라서 그런가보다. 생각해보니 난 이제 어린이날 축하전화를 받을 입장이 아니라 해 줘야 할 입장이다. 받을 수 있는 특권이 사라졌다는 게 조금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 건 역시 어린이날이라는 이름이 가진 힘이겠지! 소중한 동생들에게 축하전화를 걸고 나서는 사진첩을 뒤적이며 인도의 어린이들에게도 마음속으로 축하를 보내주고 싶다!
그들에게 children's day는 오늘이 아닐 테지만, 그래도 마음을 열고 사귀었던 한국의 친구가 해줄 수 있는 건 그 정도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