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농가와 한미FTA 대화 의지 강해...20일 전후 추진FTA반발 확산 ·해군기지 등 난제...'신중론'도 일각서 제기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20일을 전후해 제주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또 대통령이 제주에 올 경우 한미 FTA 협상결과와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어떤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제주 현지 분위기가 그리 만만하지가 않아 아직은 유동적이다. 

노 대통령의 제주방문 일정은 빠르면 오는 18일 광주민주화운동 제27주년 기념식 하루 전날인 17일이나, 한미FTA 협정문이 공개되는 20일 직후 등 두 가지 일정을 놓고 적기를 저울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 제주방문은 한미FTA협상 타결로 극에 달해 있는 제주농가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게 일차적 목적이다. 대통령은 5.18에 맞춰 광주방문도 추진 중에 있으며, 특히 "제주감귤농가와 만나고 싶다"는 뜻을 참모들에게 직접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를 방문해 한미FTA를 왜 체결할 수 밖에 없는지, 정부가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 또 농가들을 어떻게 달랠 것인지 등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참모들의 분위기는 다소 '부담'스럽다는 표정이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보다 제주현지 민심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 2004년 8월 제주에 왔던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서귀포시 한 감귤농가에 들러 직접 열매솎기를 하며 감귤 폐원과 열매솎기 간벌 등 농가들의 자구노력을 칭찬한 바 있다.

한미FTA협상 타결 직후 정부 관계자들이 FTA협상으로 어떤 형태로든 큰 타격을 입게 될 감귤농가와 지역사회에 대한 '미안함'과 그에 대한 '후속대책' 마련 보다는 오히려 떳떳하다는 모습이 보여 농가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 놓았기 때문이다.  ‘제주 감귤피해가 적을 것’이란 부적절한 언급은 물론 지난 1월에 이미 오렌지류의 계절관세 도입방침을 정해놓고도 이를 철저히 은폐해온 사실이 최근 국회에서 드러남에 따라 정부에 대한 제주농민들의 분노가 정점에 달해 있는 상태다. 

이때문에 대통령 방문시 과연 서로 터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정상적인 만남이 가능한지 확신이 서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이야기를 하면 현지 분위기가 이를 수용하고, 새로운 발전적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렇게까지 갈 분위기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 제주 농심을 달랠 만큼 정부가 무엇인가를 줄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대통령과 농가들의 서로다른 입장만 확인하는 어색한 만남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또 해군기지 문제도 난제중 하나다. 대통령이 제주에 왔을 경우 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 밝혀달라는 도민사회의 요구가 제기될 것은 뻔한 일. 제주4.3에 대해 사과하고 제주 평화의 섬을 직접 선포한 대통령이자, 국군 통수권자로서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언급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에게 또 다른 부담과 논란이 야기될 수도 있어 여간 조심스런 게 아니다. 

▲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1월 27일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선언하는 문안에 직접 서명했다.

특히 대통령의 방문 시점이 제주도에서 해군기지와 관련해 TV토론회와 여론조사 등으로 찬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할 시점이어서 더욱 민감할 것으로 참모들은 내다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내부에서도 대통령의 제주방문 시기를 놓고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제주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게 참모들의 입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좀 더 제주의 분위기가 식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견해다.

하지만 대통령 자신은 제주를 방문하겠다는 입장이 강하다. 노 대통령은 지난 4.3 59주년 기념식에도 제주를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주방문을 추진 하다가 갑작스레 새로운 일정이 생겨 제주에 내려오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제주방문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4.3에 대해 사과하고, 평화의 섬을 선포하고, 또 제주특별자치도를 만든 대통령으로서 그만큼 제주에 애착이 강하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이밖에도 청와대 일각에서는 한미FTA와 해군기지 문제 등 지역여론이 숨고르기를 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어 오는 6월21일 제주에서 개최되는 제4회 제주평화포럼에 노 대통령이 참석하는 안도 대안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방문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이 5월 또는 6월 제주방문이 성사될 경우 ‘FTA’와 ‘해군기지’ 결과에 대해 어떤 논리로 도민을 설득할 지 벌써부터 도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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