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시선] ‘카지노 지역상생 협력사업’ 논란...정책 기조 변화?

호시절에 카지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가장 최근의 호시절은 사드 사태 전 중국인이 물밀 듯이 몰려올 때였다. 곳에 따라 다르지만, 당시 카지노 업소들은 매출 증대로 콧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얼마없어 ‘큰 손’들의 발길이 끊기자 죽을상을 하고 있다.  

호시절이든 아니든, 카지노는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거나 ‘황금알 거위’를 꿈꾸는 존재다. 적어도 업계 입장에서는 그렇다. 늘 사업권을 따내지못해 안달이니 말이다. 자기들끼리 암투도 대단하다. 이제 경찰이 출동하는 일은 뉴스거리도 안된다. 

반면 대중들은 카지노에 무관심했다. 그들에게 카지노는 딴 세상이었다. 도박 또는 노름 한마디로 치부해버리곤 끝이었다. 

‘세상’이 다르다 보니 당국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아니 굳이 개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게 더 정확할 것 같다. 말이 관리감독이지, 그동안 어떤 권한을 행사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오리 발 아래 세상처럼 물밑에선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몸을 사렸다. 

당국에서도 카지노라는 용어 자체를 꺼려했는지는 모르겠다. 전국 카지노의 절반이 제주에 몰려있지만, 도청 직제상 ‘카지노’가 들어간 부서가 생긴 것은 불과 4년 전이다. ‘1기 원희룡 도정’ 초반이었다. 정식 명칭은 카지노감독과. 음지를 전전하던 카지노가 부서 명칭으로나마 비로소 햇볕을 보게되는 순간이다.     

카지노감독과는 이후 카지노정책과로 바뀌었다. 대단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그랬다. 이전까지 카지노는 정책이랄 것도 없었다. 규제·감독만 하면 됐지-실제로는 이것도 제대로 안했지만-뭔 정책을 수립하나 싶었을 것이다. 카지노를 하나의 산업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탓이 크다.    

인식을 전환하는 것까지는 좋다. 사행산업도 산업은 산업이니까. 업체마다 덩치를 키우기 급급한 상황에서 마냥 터부시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기도 했다. 

지위가 격상된 카지노정책과가 모처럼 이름값을 했다. 새로운 사업 하나를 ‘개발’한 것이다. 근데 이게 좀 이상야릇하다. 그럴 듯 하지 않은 것은 넘어갈 수 있다. 왜 추진주체가 제주도가 되어야 하는지 의아한 게 문제다.

이름하여 ‘카지노 지역상생 협력사업’. 도민들이 도내 카지노 혹은 제주밖 복합리조트를 견학하거나, 도박 중독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내년 예산으로 4000만원이 편성됐다. 카지노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자는 취지라고 한다.   

도의원들이 그냥 넘어갈리 만무했다. 사업자가 할 일을 제주도가 대신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카지노 대형화에 제동을 거는 조례 개정을 주도했던 이상봉 의원은 “규제는 고민하지 않고, 카지노를 진흥하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진 배경을 의심하는 반응도 많았다.  

지역상생 방안을 제주도가 고민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으나, 이 사업이 카지노 정책 변화를 위한 신호탄이 아니길 바란다.  

카지노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관리감독 체계가 구축되기 전까지 신규 허가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지노 대형화에는 불분명한 입장을 취해왔다. 원희룡 지사가 “카지노면적 총량제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2018년 9월7일 도의회 도정질문)거나, 드림타워 카지노 허가에 대해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견해(2018년 9월4일 도의회 본회의)를 피력한 정도다.  

괜히 해보는 소리가 아니다. 제주도가 기조를 바꾼 게 아닌가 의심할 만한 정황은 여럿 있었다. 

지난해 2월21일 ‘랜딩카지노 영업장 소재지 및 면적 변경 허가’가 그 중 하나다. 당시 랜딩카지노는 영업장을 이전하면서 면적을 7배 가까이 늘렸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달이 났다. 허가 일주일 전 쯤 규제책을 마련하라는 도의회 의견은 묵살됐다. 

올초 ‘꼼수 이전’을 원천봉쇄하는 이상봉 의원의 조례 개정안이 발의되자 도청 안팎에선 제주도가 ‘재의(再議)’ 요구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이미 제주도는 지난해 1월28일 같은 조례 개정안에 재의를 요구한 바 있다. 

결국 이 의원의 개정안은 우여곡절 끝에 10월28일 사실상 부결됐다. 의원 18명의 총의가 모인 터라 무난하게 통과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해당 상임위가 싱가포르와 인천 영종도에 있는 카지노 복합리조트를 시찰한게 기류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후 상임위도 부담을 느꼈는지, 카지노업 갱신허가제 도입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갱신허가제 도입의 전제는 관광진흥법 개정이다. 이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국회에서 2년넘게 잠자고 있다. 자동폐기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 결의안 채택이 여론 무마용 이벤트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싱가포르에서 선진적인 카지노 시스템을 보고 왔다면 더 강한 규제방법 등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주제넘게 '상생'부터 고민하는 도정 앞에선 이 의원의 일갈도 맥없이 들린 뿐이다. <논설주간 / 상임이사>

* 소리시선(視線) /  ‘소리시선’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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