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 의장, “혈세낭비, 재정압박, 공직내 갈등 야기 우려” 지적…내년 7월 설립 물건너가

제주도가 환경시설과 하수도, 공영버스, 공영주차장 관리․운영을 전담할 시설공단 설립을 내년 7월 목표로 서두르고 있지만 또 다시 복병을 만났다.

조례안을 제출한 지 6개월, 5번의 도전 끝에 제주도의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김태석 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는 24일 오후 제379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열어 각 상임위원회 심사를 거쳐 부의된 조례안과 동의안, 청원, 결의안, 추경예산안 등 60여건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의사일정에는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수정 가결된 ‘제주도 시설공단 설립․운영에 관한 조례안’은 안건 목록에서 빠졌다.

도의회에 제출된 조례안은 상임위원회에 회부할 때부터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조례안이 제출된 건 지난 6월. 김태석 의장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직권으로 상임위에 회부하지 않으면서 파행이 시작됐다.

안건이 회부된 이후에도 행정자치위원회는 10월 임시회(377회)에 상정하지 않았고, 제378회 정례회 때는 상정했지만 “인력 수급문제 및 효율적 운영방안 등의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며 심사를 보류했다.

결국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19일 회기 중 1차 회의를 열어 조례안을 수정 가결했다. 조례안이 의회에 제출된 지 6개월 만이었다.

다만 내용이 부실하다는 지적 속에 관련 법률에 있는 정관과 임원추천위원회 구성‧운영 등 관련 조항을 구체적으로 포함시켰다.

특히 공단 설립 과정을 사전에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쓰레기봉투 판매사업은 추후 검토해 추진하도록 하는 내용의 부대조건을 제시했다.

이처럼 5번째 도전 끝에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공단 설립은 9부 능선을 넘은 듯 했지만, 본회의 상정보류라는 돌발 변수로 또 다시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이와 관련해 김태석 의장은 폐회사를 통해 “의회가 지속적으로 경고했던 경기하락이 이미 시작됐다. 향후 우려되는 지역경제 및 이에 따른 재정악화 등을 고려할 때 시설공단 조례는 보더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직권 상정보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의장은 또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의견에도 나와 있듯 본 조례는 재정이 어려운 제주 상황에서 도민혈세 낭비와 재정압박의 큰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이해당사자간의 합리적인 협의가 없는 상태에서 공단을 설립하는 것은 공직사회마저 새로운 갈등으로 몰아넣을 수 있어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도정에 “시설공단 설치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재정계획과 협의를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이보다 앞서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김황국 의원(용담1․2동, 자유한국당)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상임위에서 심사해서 수정 가결했는데, 의장께서는 본회의 상정을 보류했다”며 “상임위를 무력화시키고, 의원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이런 사례가 앞으로 더 있어서는 안된다”고 김태석 의장의 의사진행에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시설공단은 현재 제주도와 행정시가 운영중인 사업 중 일부를 위탁 운영하고자 하는 것으로, 자동차운송사업(공영버스 107대)와 하수‧위생처리시설, 주차시설(공영주차장 36곳), 환경시설(매립장․재활용 시설 등) 운영을 맡게 된다.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 시설공단은 3본부‧1실‧15팀으로 구성되며 모두 1105명이 근무하는 도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이 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시설공단 설립‧운영의 근거가 될 조례가 통과되면 이사장 및 임원 공모, 직원 채용 등의 과정을 거쳐 공단 설립 등기를 마치고 위탁협약과 인계인수 작업을 마무리해 내년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업무를 개시할 계획이었다.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발목이 묶임에 따라 제주도가 계획한 시설공단 7월 설립은 사실상 물건너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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