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범죄를 입증할 핵심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이른바 날파리 멸치액젖 의혹으로 법정까지 선 제주지역 모 수협이 형사처벌 위기에서 벗어났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노현미 부장판사)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수협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수협은 2017년 3월28일 도내 모 창고에서 균에 오염되고 날파리 사체가 떠 있는 멸치액젖 약 300톤을 보관하다 경찰과 보건소 단속에 적발됐다.

검찰은 식품위생법 제4조(위해식품등의 판매 등 금지) 4항 위반에 해당한다며 2017년 9월 A수협은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재판부는 단속 과정의 증거물 채취가 관련 법령에 위배된다며 검찰측 공소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문제가 된 액젓저장탱크 6개 중 1곳에서만 1회용 종이컵을 이용해 액젓 시료를 채취했다. 동행한 보건소 직원은 별도 보고서도 작성하지 않았다.

관련 규정상, 해당 시설은 식품위생감시원 등이 4곳 이상에서 시료를 채취·혼합하는 방식으로 2개의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당시 경찰은 다른 나머지 5개 탱크를 무시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조사 결과, 식중독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바실룻 세레우스균과 사이크로박터균이 나왔지만 증거물 취급과정에서 2차 오염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감정이 나왔다.

재판부는 “경찰관의 시료 채취 과정이 법령에 위반된 만큼 국과수 감정 결과는 증거가 될 수 없다”며 “감정 결과에서도 2차 오염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액젖 탱크 부근에서 날파리 사체 등이 발견됐지만 노후화 이외에 눈에 띄는 이물질이 없었던 점에 비춰 인체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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