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주차 분쟁을 벌인 벌초객에게 기계톱을 휘두른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더 늘었다.

제주지방법원 제1형사부(노현미 부장판사)는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62)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3년6월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30일 선고했다.

지역 사회에서 논란이 된 이번 사건은 2019년 8월25일 낮 12시40분쯤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마을에서 발생했다. 

벌초객인 A(43)씨는 이날 오전 부모님과 고등학생 자녀 등 가족들과 벌초에 나섰다. 사건이 벌어진 묘는 피해자의 고조할머니를 모신 산소였다.

A씨의 조상묘는 김씨가 세들어 사는 주택 내 마당에 위치하고 있었다. 애초 다툼은 A씨와 여성 집주인 사이에서 벌어졌다. 김씨는 집주인 소유 건물에 거주하는 세입자였다.

현행법상 다른 사람의 토지에 분묘를 조성하더라도 20년 이상 소유할 경우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토지를 소유해도 분묘기지권을 가진 묘를 함부로 처리할 수 없다.

벌초 과정에서 A씨가 묘 주변에 나무가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 집주인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말싸움이 시작됐다. 이후 A씨측 트럭이 마당까지 들어서면서 김씨도 싸움에 가세했다.

이에 격분한 김씨가 느닷없이 창고에 있던 기계톱을 들고 나와 휘두르기 시작했다. 톱날에 A씨의 오른쪽 바지가 말려들면서 A씨는 다리를 크게 다쳤다.

오른쪽 다리 좌골 신경과 근육이 절단돼 5시간 가까이 수술이 이뤄졌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전치 20주의 진단이 나왔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초 경찰은 김씨가 평소 전기톱을 잘 다루고 피해자의 대퇴부 동맥이 잘리면서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던 점, 주변에서 말린 후에야 행위를 멈춘 점을 고려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두 사람이 당일 처음 만났고 전기톱을 한 차례만 휘두른 점, 다투게 된 일련의 과정 등을 고려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특수상해를 적용했다.

형법 제254조에 따라 살인미수범은 사형이나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특수상해 제258조의2에 따라 2년 이상 20년 이하로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다.

지난해 10월 열린 1심에서 재판부는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징역 7년을 구형한 검찰은 이에 불복해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곧바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자는 다리의 근육과 신경이 손상돼 영구적 장애 가능성이 있다”며 “범행 당시 현장에 자녀도 있는 점에 비춰 가족들의 충격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 가족들이 엄벌을 촉구하는 등 여러 상황을 심도 깊에 논의한 결과 원심의 형량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원심파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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