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지혜는 도민이 아닌 김 지사가 보여줘야"팩스원본 공개-국방중기계획 확인은 도정의 책무다"

김태환 지사가 10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리도 11일에는 도내 일간지에 ‘제주해군기지, 도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란 담화문이 내용 전문을 광고로 냈다.

담화문을 발표하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김 지사가 해군기지와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한 것은 그만큼 이번 사안이 중요하다는 점을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노회찬 의원의 남부탐색구조부대(전투기대대) 문제와 군사기지반대대책위가 공개한 해군기지 양해각서(안)에 대한 해명성 담화문이다.

# 제주사회를 발칵 뒤집은 노회찬 의원 기자회견과 대책위의 양해각서

노회찬 의원은 지난 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도가 국방부 소유의 알뜨르 비행장과 앞으로 제주에 건설될 수 있는제2공항에 남부탐색구조부대 부지를 교환하는 내용을 유덕상 부지사가 협상 중에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또 국방부(공군)가 남부탐색구조부대에 전투기대대까지 배치하려는 구상이 있다며 ’08-12’ 국방중기계획 일부를 공개했다.

노 의원은 공군기지 건설계획 예산은 2011년 7억, 2012년 114억원 등 20015년까지 총 2542억원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예산항목까지 밝혔다. 또 국방부가 추진하는 남부탐색구조부대는 비행대대 2개 등 전대급 규모라고 말했다. 규모는 제주 제2공항 110만평 중 30만평은 공군기지, 10만평은 여객터미널, 60만평은 활주로라고 밝혔다. 

그리고 다음날인 9일 제주도군사기지반대대책위는 제주도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해군기지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안)’을 공개했다. 특히 이 양해각서(안)은 ▲제1조(목적) ▲제2조(합의범위) ▲제3조(알뜨르기지 이양 및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제4조(지역개발지원사업 및 주민지원) ▲제5조(군사기지 보호구역 설정 및 피해보상) ▲제6조(양해각서 변경 등) ▲제7조(유효기간 및 폐기) 등 모두 7조항으로 돼 있으며, 국방부장관 김장수, 제주특별자치도지사 김태환 방위사업청장 이선희, 그리고 주민대표 OOO이 서명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특히 ‘국방부가 모슬포 알뜨르기지 소유권을 법적인 절차와 제주도와의 협의를 거쳐 제주도에 이양하며, 제주도는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가 제주도에 설치될 수 있도록 부대창설 소요 부지와 함께 비행기 활주로, 착륙대, 유도로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노회찬 의원의 기자회견과 대책위가 공개한 양해각서는 제주해군-공군기지를 놓고 제주도와 국방부가 해군기지 유치여부가 결론이 나기도 전부터 이미 해군기지유치를 전제로 아주 긴밀한 협상을 진행시키고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제주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노 의원과 대책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방부는 물론, 김태환 제주도정역시 도덕적∙정치적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진위여부가 매우 주목된다.

문제는 이에 대한 사실여부를 확인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지사는 10일 담화문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도지사를 못 믿고, 국방부의 공식발표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노 의원과 대책위의 문제제기가 사실이 아님을 밝혔다.

# 유덕상 부지사, TV토론회-도청·시청공무원-기자회견 잇따라 '거짓말'

그러나 김 지사의 기자회견 이전 제주도 고위공무원들은 중대한 거짓말들을 했다.

유덕상 부지사는 최소한 양해각서와 관련해 공식적인 석상에서 4차례나 거짓말을 했다. 유덕상 부지사는 양해각서(안)이 공개되기 이전인 8일 TV토론회에서 양해각서(MOU) 에 대해 말하면서 “MOU안이 마련되지는 않았다”고 존재사실을 부인했다. 그리고 다음날 제주도청과 제주시청 공무원들에게 긴급 교육을 시키면서 “제주도와 국방부간의 MOU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오전10시에는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자리에서도 “국방부와 양해각서를 협의한 사실이 없다”면서 “해군기지 유치여부로 결정이 나지 않은 시점에서 무슨 양해각서냐”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의 큰 소리는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거짓으로 드러났다. 유덕상 부지사는 온 도민이 지켜보는 TV를 통해, 그리고 제주도청과 제주시청 공무원들에게, 그리고 모든 도민이 보게 되는 언론을 향해 4차례나 ‘거짓말’을 했다. 이것 만으로도 제주도정은 큰 도덕적 정치적 흠집을 받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유 부지사는 자신의 거짓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미안하다’ ‘잘못됐다’고 하지 않았다. “갑자기 분위기가 업 돼서 그렇다”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려 했다. 유 부지사는 본인 스스로도 계면 쩍었는지 "저가 TV토론회에서 국방부가 양해각서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나요?"라고 물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역시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에 의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말았다.

# "TV토론회에서 국방부가 양해각서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부지사는 양해각서가 제주도가 작성했다는 대책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배석했던 이종만 해양수산본부장은 국방부 OOO대령이 팩스로 제주도청에 보내 온 것이라고 친절하게 부연설명까지 했다. 그러나 이 역시 10여분이 지나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유 부지사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도록 ‘팩스 원본’를 공개하라는 기자들의 요구를 거부했다.

거부 이유도 다양했다. “절취 당한 문건을 공개하면, 절취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 공개하면 혼란만 가중된다” “우리가 수용하지 않은 양해각서를 공개할 필요가 어디 있느냐” “국방부 문건을 어떻게 우리가 공개하느냐”는 것이었다. 유 부지사는 양해각서의 논점이 누가 작성했는지, 즉 제주도인지, 국방부인지에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이를 애써 무시했다.

유 부지사는 또 자신이 양해각서를 보고 받았다고 답변했으나, 한 방송사 기자가 사전에 담당공무원으로부터 취재한 사실을 갖고 “당당 공무원은 양해각서를 환경부지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하자 그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는 나중에 가서 “이해해 달라, 공무원이 직무 때문에…”라며 이해할 수 없는 말로 둘러댔다.

# 김 지사, "도지사와 국방부를 믿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부지사 거짓말엔 '침묵'

유 부지사 4차례나 거짓말 한 사실이 확인되고, 또 기자회견장에서도 부지사와 본부장, 그리고 담당 공무원의 답변이 서로 엇갈려 취재기자 대부분이 고개를 저을 정도였지만 김태환 지사는 다음날인 10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자신을 믿어달라고만 했다.

김 지사는 ‘제주도에 전투기대대를 배치할 계획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국방부의 입장과 양해각서 역시 제주도가 아닌 국방부가 작성한 것이라는 주장만을 펼친 후 오히려 노회찬 의원과 군사기지대책위에 의해 국방부와 제주도의 공신력이 훼손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도지사를 그렇게 비하할 수 있느냐 있느냐고 흥분했다. 

그러면서도 김 지사는 유덕상 부지사 거짓말로서 상처와 분노를 받은, 비하를 당한 도민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았다. 뻔한 거짓말은 한 공무원, 그것도 제주도의 서열 3번째인 환경부지사의 ‘거짓말’, 노회찬 의원과 대책위의 ‘의혹제기’ 무엇이 크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정말 모르고 한 이야기인지 되묻고 싶을 뿐이다.

# 금방 진위여부 가릴 '팩스원본' 공개  왜 거부할까?

김 지사 역시 유덕상 부지사와 마찬가지도 팩스 원본을 공개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구는 거부했다.

“제주도지사와 국방부의 공식입장을 믿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원망스럽다는 뉘앙스였다. “도민들도 제주도정과 국방부를 믿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제주도가 팩스원본을 공개하는 게 마땅한 게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으나 김 지사는 끝내 팩스원본을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여론조사를 통해 이달 중으로 해군기지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본인 스스로가 노회찬 의원이 제기한 “국방중기계획을 확인한 사실이 없다”고 시인했으면서도 “제주도-군사기지특위-T/F 합동으로 국방중기계획을 확인할 의향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국방부로부터 공문을 받겠다”는 말로 중기계획확인을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계속 믿어달라는 말만 거듭했다.

김 지사가 11일 도내 언론 광고를 통해 밝힌 담화문 제목은 ‘제주해군기지, 도민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라고 돼 있다. 물론 해군기지 유치여부에는 도민의 지혜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 도민의 지혜에 앞서 김태환 도지사의 지혜가 필요한 때다. 각종 의혹과 설이 난무하고 거짓말이 오가는 상황에서 도민들에게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김 지사가 먼저 이를 풀 수 있는 지혜를 보여줘야 한다.

김 지사 스스로가 믿어달라고 한 만큼 믿을 수 있도록 지사가 액션을 취하면 된다.

팩스원본을 공개하고, 국방중기계획을 확인하는 것은 제주도정이 할 수도 있고 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이는 제주도민의 안녕과 제주도의 미래를 위해 공복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책무다. 이것은 해군기지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입장과는 다르다. 진실의 문제다. 수백만원씩 들이며 광고를 했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이다.

쉬운 일을 왜 이렇게 어렵게 가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도 의문은 계속 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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