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군사특위,국방부-도에 '면죄부'...'거수기' 자처해군기지 현안 '병정놀이'하듯 제멋대로…'월권'논란

제주도의회 군사특위가 '양해각서(안)'에 대한 진위논란을 뒤로 한 채 결국 "MOU는 없던 걸로 하자"며 어이없는 결론을 내렸다.

바로 직전까지 '양해각서(안)'에 대해 민감한 내용을 삭제.수정을 요구했던 군사특위는 간담회를 종료하며 사실상 '백지화'해 코너에 몰린 국방부와 도에 면죄부를 준 셈이다.

군사기지 특위가 해군기지와 관련 졸속 협의로 끝낸 것은 지난달 30일 제주도정이 제기한 여론조사 방식을 포함한 로드맵에 전격 동의한 이후 두번째다.

이에대해 주변에서는 "최대 현안인 제주해군기지 사업을 마치 '병정놀이' 하듯 회의를 마무리짓는데 대해 할 말을 잊었다"며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예상치 않은 결론에 무척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군사특위, 지난달 30일 '여론조사 방식' 로드맵 동의 이후 두번째 '면죄부'

▲ 'MOU 백지화'를 선언한 임문범 군사기지 특별위원장
이날 간담회는 초반부터 MOU  작성처와 제주도가 팩스로 받았다는 원본 공개 여부로 설전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국방부와 도는 "최초 작성은 국방부가 했으며, MOU 팩스원본은 어디로 사라졌다"며 어처구니 없는 답변으로 '말바꾸기'를 넘어서 또 다른 거짓말 의혹을 자초했다.

간담회 중반에 이르면서 도의원들의 ''알뜨르비행장 부지 교환 조건과 탐색구조부대 맞교환 조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양해각서(안)'에 대한 삭제 및 수정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결국 국방부는 '양해각서(안)' 제3조 '알뜨르기지 이양 및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조항을 수정하거나 삭제하겠다고 밝히기에 이르렀다.

한마디로 작성처 논란을 빚고 있는 양해각서(안)은 MOU 효력 유무와 별개로 '알뜨르 비행장 부지와 탐색구조부대간 부지 교환조건'이 빠지는 것으로 특위로서는 해군기지와 탐색구조부대를 따로 떼어놓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 됐다.

양해각서(안)에 따르면?....결국 국방부 "땅 내놔라" 일방 요구(?)한 셈

▲ 국방부 서우덕 대령

실제 국방부 서우덕 전략정책팀장은 '양해각서 3조 2항'에 대해 "의도와 달리 오해를 불러 일으켜 유감스럽다"며 "원래 의도는 제주 활주로 등을 건설해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2공항 건설 시 공동사용'을 보장받겠다는 의도였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은 기존의 나와 있던 문구에서 '부대창설 소요부지를 제공한다'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3항은 삭제한다'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3조(알뜨르기지 이양 및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 조항을 보면,

1.국방부는 모슬포 알뜨르기지 소유권을 법적인 절차와 제주도와의 협의를 거쳐 제주도에 이양한다.

2.제주도는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가 제주도에 설치될 수 있도록 부대창설 소요 부지와 함께 비행 활주로, 착륙대, 유도로 등을 제공한다.

3.알뜨르기지 제공과 공군 남부탐색구조부대 설치에 필요한 부지 및 활주로의 제공은 국방부(공운)와 제주도간 기부대여 또는 교환의 방식에 따라 추진한다.

거짓말 논란 행보 속 막판 '기상천외'한 타협안 도출?
도의회 "없던 걸로 합시다"....국방부 "네~~^^"

▲ 간담회 내내 MOU 팩스원본 요구때문에 곤욕을 치른 유덕상 환경부지사

하지만 이 것도 잠시. 간담회를 마무리 하면서 '기상천외'한 타협(?)이 이뤄졌다.

간담회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임문범 위원장은 "양해각서(안) 문제는 전부 없던 것으로 하자"며 "백지상태서 집행부와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 국방부가 이를 수락하면서 싱겁게 간담회를 마무리 지었다.

언뜻 보면 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듯 보이지만 2시간 넘게 진행된 간담회 결과를 놓고 볼 때 사실상 '맥'이 빠지는 대반전인 셈이다.

임문범 위원장은 이와관련 "제주 해군기지 양해각서는 국방부에서 작성해 도에서 보낸 것이다. 도에서 이를 검토해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결론을 내려도 좋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아직 해군기지 유치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해각서(안) 논의는 적절치 않다"며 "해군기지 사안이 결정된 이후에 집행부가 국방부와 논의하겠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임 위원장은"양해각서(안) 문제는 전부 없던 것으로 하고, 백지상태서 집행부와 함께 논의하는 것은 어떻겠는가"고 제안하자, 국방부는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답해 이날 간담회가 마무리됐다.

결국 "해군기지 없던 걸로 합시다~~?"와 뭐가 다르지?

이날 간담회를 지켜본 의회 주변에서는 "제주해군기지 같은 중대한 국가현안 사항을 특위 위원 5명이 참가한 가운데 없던 걸로 하자고 제안하고, 국방부 관계자가 '예'라고 해서 끝나는 일이냐"며 "절차와 합의도 없이 양해각서(안)을 없던 걸로 하자고 결정한데 대해 아연 실색할 따름"이라며 무척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이를 지켜본 한 취재기자는 "사실 'MOU'라는 글자만 들어간 것일 뿐, 사실상 '해군기지는 없던걸로 합시다'는 셈이 되는 것 아니냐'며  "합리적 절차없이 특위 위원장 직권으로 'MOU'를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능력'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허탈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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