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럴 때일수록 국민들께서 현명하게 대응해야 / 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
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

이제 우리나라 국민 중 코로나 19에 감염된 사람이 6000명이 넘고, 대구 경북 지역에서도 4000명이 넘었으니 지역사회감염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고 본다. 

이렇게 된 이상 온 국민이 한마음이 되어 강력 대처해 나가야 할 터인데,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네 탓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모든 언론매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쪽에서는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정부의 부실한 대처로 국내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하며, 다른 한쪽에서는 모 종교단체가 이 병을 전국적으로 퍼뜨린 장본인인데 반대쪽에서 두둔하고 있다고 맹비난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런 논쟁은 병의 관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선 국내 발병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과연 중국인의 국내 출입을 통제하였으면 우리나라에 병이 들어오지 못 했을까? 코로나 19가 중국에서 발생하고 우리나라로 퍼진 것은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병의 유입은 중국인에 의해서만 된 것이 아니고 중국을 다녀온 우리 국민이나 태국이나 싱가포르에 다녀온 분들에 의해서도 발생하였다. 

그러니 감염원을 제대로 차단하려면 중국이나 외국인을 막는 것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출입도 막아야 한다. 즉 쇄국을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태가 한두 달에 끝날 것이 아니니 무역으로 살아가는 우리나라에서 도대체 얼마나 오래 공항과 항만을 폐쇄할 수 있을까? 

이 병이 증상이 있는 환자들에게서만 옮긴다면 열 감지기 등으로 환자들을 구별할 수도 있지만, 그 동안의 임상경험을 보면 아무 증상이 없는데도 병을 옮길 수 있으니 이것을 어떻게 완전히 막을 수 있을까? 한 5~6개월 문을 닫으면 우리나라로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동안 망가지는 경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반면 모 종교단체 때문에 이 병이 확산되었다고 하면서 그 단체를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하는 데도 필자는 반대다. 물론 이 교회에서 행한 예배로 다수의 환자가 발생하고 대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되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없는 것 같다. 더구나 발병 초기에 신도들의 상황을 제대로 알려 주었더라면, 그리고 신천지 이만희 회장이 방역활동에 적극 협조하도록 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더라면, 병의 확산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경조사에 열심히 참석하거나 종교 시설들이 대형화 하면서 많은 신도들이 모이는 기회가 많은 우리 문화에서, 신천지 교회에서 먼저 문제가 발생하였을 뿐, 그렇지 않았다면 다른 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하였을 것이다. 요즘 코로나19에 대하여 국민 사이에 널리 경각심이 퍼져 있는데도 다른 종교 시설들에서 집단적으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물론 신천지교회에서 행해지는 집회 형태가 병을 더 쉽게 전파하는데 일익을 담당하였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것은 이 바이러스가 가지는 전파력이 강해서 생기는 것이다. 우리 제주도의 경우 대부분이 대구와 연관된 사람들이 확진자로 드러나고 있는데, 그러면 우리가 대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대구를 다녀온 사람들을 비난하여야 할까?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코로나19 바이러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바이러스는 생체조직에 들어가야만 생존할 수 있으며, 무생물과 접촉하였을 경우 대부분 12시간이면 죽는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상적이라면 우리 모두가 2주 동안 서로 접촉을 하지 않으면 이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다. 

별 합병증이 없는 한 바이러스 자체는 2주면 치유가 되니 그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전염이 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이 바이러스는 전파는 쉽게 되지만 치사율은 높지 않으니 너무 공포에 떨지 말았으면 한다.

이제 우리 모두는 나도 환자일 수 있으며, 나와 지금 만나고 있는, 또는 모임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이 환자일 수 있다는 것과, 내가 만지는 것들이 오염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개인위생에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단 한 사람이라도 덜 전파되도록 힘쓰고, 이미 감염이 되신 분들은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도록 힘써야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정부의 초등대처가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보여 너무 일찍 축배를 든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중국에서 유행이 되고 있는 한 언제든지 우리나라에 전파될 수 있으며, 코로나 19가 전파력이 높기 때문에 언제든지 대량발생이 가능한 것인데, 이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였다고 여겨진다. 

호흡기질환이 유행할 때 정부에서 제일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병의 확산을 막는 것인데, 그럴 때에 방역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마스크의 확보다. 더구나 이번에는 처음 환자가 발생한 후에 꽤 여러 날이 지난 다음에야 집단발병이 이뤄졌으니 마스크를 확보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이를 잘 대처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다. 

부산의 기장군이나 해운대구에서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발생하자마자 55억이라는 예산을 들여 마스크를 대량 확보하는 바람에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할 수 있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정부에서 이런 조치를 전국적으로 시행하였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방 정부에서 이렇게 미리 대비할 수 있었던 일을 전문가들이 더 많이 포진하고 있는 중앙정부에서 대비하지 못 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한 지금 마스크 대란은 가수요의 폭발도 한몫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것은 국민들의 불안심리 때문인데, 정부나 지자체가 좀 더 현장 상황에 맞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데 노력해줄 것을 당부 드린다. 마스크를 사려고 긴 줄을 서고도 사지 못하는 국민들만 생고생을 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잘못은 중국 우환에서 다수의 환자가 발생하여 그 큰 성(省)이 완전 봉쇄되고 병실이 모자라 임시 병동을 세우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대량 발생하였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었어야 하는데 수 백 개의 음압병실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니 대구에서 다수의 환자가 발생하니 음압병실이 모자라 확진환자들을 자기 집에서 자가격리라는 형태로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생활치료시설을 처음부터 활용하였더라면 혼란과 병의 확산 및 사망 환자 수가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제 많은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대구로 달려가고 있고, 또 생활치료시설도 많이 확보되어 조만간 환자 발생이 피크에 다다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경우(예를 들면 경조사나 종교행사 등)가 많은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언제든지 집단감염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언제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이런 전염병이 돌 때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자제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나 자신과 우리를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실천하자. 그리고 마스크 대란은 가수요를 줄여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들이 이해하고 협심하여 대처하는 것으로 이 난관을 헤쳐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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