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이슈빨리감기] (19) 선거구 획정, 이렇게 합니다

4.15총선, 내가 속한 선거구는 어디일까요? 제주도에는 제주시 2개, 서귀포시 1개 등 총 3개의 선거구가 있습니다. 제주시는 개략적으로 중앙로를 기준으로 서쪽은 제주시 갑 선거구, 동쪽은 제주시 을 선거구입니다. (이도2동과 아라동의 경우 양쪽에 모두 걸쳐있지만 제주시 을로 분류됩니다)

어떤 기준으로 이렇게 나눈거죠? 

선거구를 정할 때 중요한 기준은 인구입니다. 내 1표의 가치가 다른 지역 1표의 가치와 차이가 많이 나면 안되겠죠? 인구 100만명인 지역과 10만명이 지역에서 똑같이 1명의 국회의원을 낸다면 표의 등가성의 원칙을 크게 어기는 일입니다. 

가장 인구가 많은 선거구와 가장 적은 선거구 차이를 헌법재판소는 2001년에는 3대1, 2014년에는 2대1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습니다.

총선 때마다 선거구별 인구 하한선과 상한선을 정하는 이유입니다. 인구가 하한선 밑으로 내려가면 그 지역에서는 국회의원 1명을 독자적으로 선출할 수 없고 주변 선거구과 합쳐야 합니다.

제주도는 해방 후 몇 번의 변화를 거쳐 1988년부터 2000년 총선까지는 제주시, 북제주군, 서귀포시·남제주군 3개 선거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4년 총선을 앞두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시 선거구당 인구 하한선은 10만5000명인데 북제주군 인구(10만1828명으로)가 이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제주도가 2개 선거구로 줄어들 위기였죠. 결국 국회 논의 끝에 제주시 동쪽 끝 삼양동(9576명) 인구를 떼내 북제주군과 합쳐 인구하한선을 넘기게 됐습니다.

당시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삼양동이 제주도내 3개 선거구 유지에 기여한 것으로 이해해야한다”고 했지만 삼양동 주민들은 반발했고, 합당하지 않은 선거구 조정이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이 선거구 조정은 이후 대한민국의 주요 개리멘더링(gerrymandering, 기형적이고 불합리한 선거구 조정) 사례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되면서 행정 효율화를 위해 제주시와 북제주군,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이 각각 통합됩니다. 이후 제주시 동쪽 생활권과 서쪽 생활권을 나눠 제주시 갑과 제주시을 선거구가 탄생한 겁니다.

선거구 획정시에는 인구와 함께 행정구역, 생활문화권, 전통적 일치감, 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제주시 동서 생활권으로 나누는 게 가장 적절한 안으로 여겨진 거죠.

선거구는 누가 결정하는 건가요?

원래 선거구 획정 권한은 국회에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각 정당별로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기 위한 계산 혹은 현역의원들의 입지를 지키기 위한 의도로 불합리하게 선거구가 조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결국 2015년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독립기구로 설치됐습니다. 이 위원회가 획정 권한을 갖게 되고, 국회는 이 위원회가 제출한 선거구획정안을 단 1회에 한해 거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모든 논란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구획정위원회 몫이지만, 인구 상·하한선 등 구체적인 기준은 여전히 국회가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국회도 총선을 코앞에 두고서야 겨우 여야가 선거구 획정에 합의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어떤 선거구가 통합되고 나눠지느냐의 문제가 있으니 서로 이해득실을 따지다 나온 결과죠. 이 획정안을 두고도 여전히 반발하는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이처럼 선거구 하나하나를 정하는 것 역시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내가 사는 곳이 어느 선거구에 속해있는지 살펴보고, 누가 출마하는지 꼼꼼히 살펴봅시다. 그리고 4월 15일 투표소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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