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결국 복합군사기지 불러와 위험 자초

세계 제주평화의 섬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게 과연 맞느냐는 논란에서부터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한 동북아균형자론에 이르기까지 현재 논란이 제기되는 해군기지와 관련해 대통령의 공약이 군에 밀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오후2시 국회 헌정회관에서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 한국진보연대(준), 참여연대, 녹색연합 공동으로 추최한 제주군사기지화 정책토론회 ‘평화의 섬 제주와 군사기지는 공존할 수 있는가’에서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평화의 섬을 직접 선포한 노무현 대통령 체제하에서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고 공군기지 마저 비밀리에 추진되는 것은 대통령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처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입장 표명 요구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고 스스로 국제평화의 섬으로 제주도를 지정하는 선언문에 서명까지 한 바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해군기지 건설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공군 역시 전략공군기지 건설을 비밀리에 시도해 온 것은 노무현 정부가 자신의 공약을 군에게 이행토록 하는데 실패했거나 이를 방관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군사기지 건설이 대양해군을 지향하는 국가안보의 문제라면 세계평화 섬 정책 역시 한반도 번영과 평화를 위한 국가정책”이라며, “세계평화섬 정책의 경우 제주도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대규모의 현대적인 해군이나 공군기지가 없이 국제 협약에 의해 세계평화 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제기구의 도시로 육성해 나간다면 그 자체가 ‘안보’ 정책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점에서 제주도민과 시민사회 내에서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제주 국제평화 섬 환경가든 구상’ 또는 ‘제주 비핵평화도시 구상’, 기타 ‘해당 해군기지 부지에 대한 관광미항 개발 구상’ 등 다양한 평화의 섬 구상에 대해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 진지하고 건설적인 모색의 실천에 옮길 기회가 제주도민과 한반도 주민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그러나 해군은 해군기지의 군사적 의미에 대한 온전한 정보를 주민과 국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경제적 의미를 과장하여 도민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심지어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제대로 된 정보공개 없는 조건에서 실시된 매우 예외적인 단 한차례의 주민여론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유보된 기지건설예산을 집행하는 등 기지건설을 밀어 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국방부의 이 같은 밀어붙이기식 기지건설로 인해 기지 예정지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된 것은 물론, 제주도민 전체의 평화로운 발전의 지향 역시도 심각하게 훼손당할 위기에 처해있다”며 “또한 제주도의 군사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 모두의 안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국민 모두의 평화적 권리 실현에도 중대한 장애를 조성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부는 더 이상 ‘모호한 안보위협’을 내세우거나 ‘기지의 군사적 경제적 효과를 신비화’해서는 안 된다”며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가 양립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해서도 안 된다. 평화의 섬은 평화적인 발전수단을 통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또 일방적으로 책정된 2007년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 예산 140억은 전액 삭감돼야 하며, 특히 이 예산안에 대해서는 제주도와 의회가 삭감을 요구한 만큼 국회는 주민의 뜻에 따른다는 2005년 국회 판단의 취지에 맞게 이를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처장은 국방부가 거듭 제주에 전투기대대를 배치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제주해군기지는 해군기지에 머물지 않고 공군기지, 그리고 탄약고와 무기고를 위한 병참기지의 건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지스함이나 중형 잠수함이 정박하는 전략해군기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들 공군기지, 병참기지의 건설이 불가피하며 특히 주변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군사적인 열세인 한국군은 본토와 멀리 떨어진 제주해군기지의 군사적 약점을 만회하기 위해 이를 보호할 군사시설을 현지화 시키고자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4월 언론을 통해 “공군이 제주에 2008년부터 약 4,400억원을 들여 공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2006~2010년 국방중기계획’에 포함시킨 사실”이 보도됐으며, 공군은 문화재청이 예고한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의 일제 격납고 시설 등이 포함되는 것에 반대한 사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처장은 “제주도에 군이 건설하려고 하는 전략해군기지는 해군 방위를 목적으로 한 공군을, 그리고 육군을, 그리고 중국을 겨냥한 미군의 육해공군을 제주도로 불러올 것”이라며 “한마디로 기지건설의 도미노가 이어져 제주도를 한국의 오키나와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제주도에 대규모 군항을 건설할 경우 이를 방어하기 위한 육상전력과 공중 전력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군사적인 측면에서 전력이 과도하게 분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 전술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배비 전략으로 이 경우 제주도가 ‘평화의 섬’이라는 이미지와는 달리 군사요충지로서 육해공군이 결집한 대규모 군사기지로 변모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군기지 방어를 위해서 도시 전체가 군사요새화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그는” 해군은 해양수송로 보호 등을 기지건설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한국 해군 단독으로 원양과 공해상에서 7000톤급 규모의 이지스구축함(KDX-3)과 대형수송함(LPX), 그리고 전략(중형)잠수함을 급파할 상황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작전은 미국과 함께 이루어질 수밖에 없고 그 대상은 유일하게 중국이 될 것이라는 것이 명약관화한 일로 ‘해양수송로 보호론’은 명백한 과장이며 ‘대양해군론’ 역시 미군의 해양패권을 좇아 미군과 한국해군의 공동작전 범위를 더욱 늘리려는 위험천만한 공세적 구상으로 이는 한반도를 도리어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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