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핑크돌핀스 “도의회 의결보류 한 달 만 재심사…졸속 통과 위함 아닌가”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무리지어 헤엄치는 모습. 제공=핫핑크돌핀스.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무리지어 헤엄치는 모습. 제공=핫핑크돌핀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지구의 날을 맞아 22일 성명을 내고 대정해상풍력 시범지구 지정안 심의 중단을 제주도의회에 촉구했다.

핫핑크돌핀스는 도의회를 향해 “의결보류 한 달 만에 다시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안을 심의하겠다고 나섰다. 반대 의견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의사를 무시하며 심의에 나서는 이유가 졸속으로 사업을 통과시키기 위함은 아닌가”라고 운을 뗐다.

이 단체는 “지난 3월 23일 도의회는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안 의결을 보류했다”며 “당시 고용호 농수축경제위원장은 ‘찬반 갈등을 해소키 위해’ 의결을 보류했고, 조훈배 의원은 ‘대정은 지역주민 갈등도 많은데 해상풍력까지 가미되니 주민 간 다툼이 강정과 같은 실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고 말했다.

또 “송영훈 의원은 ‘주민수용성을 확보하지 않고 동의안을 의회로 넘긴 것은 책임을 떠넘겼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는 등 지정안에 부정적인 발언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는 28일 농수축경제위에서 한 달 만에 다시 심의하겠다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안 가까이 지어질 18기의 발전시설이 대정읍민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사업자는 심도 있는 설명과 동의를 구한 적 있었나. 지역 갈등을 불러온 것에 대해 제주도정이 반성하고 주민 의견을 모으기 위한 공론화, 숙의 과정을 거쳤는가”라며 되물으며 “대정읍 동일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마을이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4월 21일 핫핑크돌핀스가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서 촬영한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공=핫핑크돌핀스.
4월 21일 핫핑크돌핀스가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서 촬영한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공=핫핑크돌핀스.

이 단체는 “대정 해역이 해양보호생물인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처임을 국립 고래연구센터,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제주대 돌고래연구팀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등 고래 연구 해양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 단체는 “제주 서부는 탐라해상풍력이 가동 중이고 올해 안에 한림해상풍력도 예정돼 있어 자칫 서부 연안이 발전단지로 점령될 수 있다”며 “대정해상풍력까지 결정되면 멸종위기 준위협종인 남방큰돌고래들이 갈 곳이 없다. 남방큰돌고래는 연안정착성이라 먼 바다로 회유할 수 없어 해상풍력이 지어질 때 다른 곳으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올 수도 없다”고 염려했다.

그러면서 “세계 어느 나라가 보호종 돌고래의 중요 서식처 한복판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하는가”라고 되묻고 “지정안을 통과시킨다면 멸종위기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 파괴에 도의회도 동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정읍 앞바다를 해양생물보호구역로 지정하는 조례를 통해 난개발을 막아달라. 기업의 실적을 위해 제돌이가 뛰노는 바다를 버려선 안된다. 제주 남방큰돌고래 멸종을 늦추는 것이 우리의 멸종을 늦추는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핫핑크돌핀스 제50주년 지구의 날 성명서] 제주도의회는 남방큰돌고래의 멸종을 늦춰라

오늘은 제50주년 ‘지구의 날’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전세계 감염자가 25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20만명에 육박하여 지구가 그 어느 때보다 몸살을 앓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야생동물의 서식처를 보다 철저히 보전하지 않으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늘어나게 되어 앞으로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30년간 한반도 해수면은 연평균 2.97㎜씩 상승하고 있고, 특히 제주 해역의 해수면은 연평균 4.26mm씩 상승한 것으로 집계되어 우리나라 전체 해역 평균보다 1.5배가량 높다. 지구 해수면 상승폭 1.8㎜에 비하면 무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게다가 심해지는 갯녹음 현상과 연안 오염까지 더해져 지구온난화에 따른 피해가 제주 바다에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기후위기의 시대에 해양포유류는 바다의 탄소를 붙잡아 체내에 저장함으로써 막대한 탄소가 배출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탄소를 흡수하는 고래류 보호야말로 제주 바다의 생태계를 지키고 지구온난화를 완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제주도의회가 한 달 만에 다시 대정해상풍력발전 시범지구 지정안을 심의하겠다고 한다. 4월 28일 농수축경제위에서 이 건을 다루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3일 제주도의회가 이 건에 대해 의결보류 결정을 내릴 당시 고용호 농수축경제위원장은 “찬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의결을 보류한다고 설명하였다. 조훈배 의원은 “대정의 경우 지역주민 갈등도 많은데 해상풍력까지 가미되니 주민들 간 다툼이 제2의 강정과도 같은 실정”이라고 지적하기까지 하였다. 송영훈 의원 역시 “주민수용성도 확보되지 않았는데 지구지정 동의안을 의회로 넘겼다는 것은 의회한테 책임을 떠넘겼다고 밖에 안 되는 상황”이라고 발언한 것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이것이 바로 한 달 전에 일어난 일이다.
 
그 한 달 사이에 무슨 변화가 있었나? 연안에서 너무 가까운 곳에 지어지는 거대한 18기의 발전시설이 대정읍 지역 주민들에게 끼칠 영향에 대해 사업자는 심도 있는 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있었는가? 무리한 사업 추진으로 대정읍 지역을 찬반으로 나뉘게 한 것에 대해 제주도정이 반성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공론화' 또는 '숙의' 과정을 거쳤나? 대정읍에서는 동일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마을이 이 사업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 사이에서 반대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도의회가 대정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며 갑자기 이 사업에 대한 심의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졸속으로 이 사업을 통과시키기 위함인가?
 
핫핑크돌핀스는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가 예정된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일대에서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천천히 이동하며 휴식을 취하거나 무리를 이뤄 물고기를 사냥하고, 짝짓기 등 사회적 행동을 벌이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대정읍 일대에서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새끼 남방큰돌고래들도 계속 관찰되고 있다. 대정 해역이 해양보호생물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서식처임은 국립 고래연구센터,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 제주대학교 돌고래연구팀,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등 고래를 연구하는 해양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내용이다.
 
제주 서쪽 바다는 이미 탐라해상풍력단지가 지어져 상업운전을 하고 있고, 올해 중으로 한림해상풍력 공사도 시작될 예정에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발전단지가 서부 연안을 점령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정해상풍력까지 결정되면 멸종위기 준위협종으로 지정된 남방큰돌고래들이 갈 곳이 남지 않게 된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은 다른 고래류와는 달리 연안정착성이라서 먼 바다로 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럽의 일부 사례에서 나온 쇠돌고래들(harbor porpoise)처럼 해상풍력 공사 시기에 다른 곳으로 떠났다가 공사 이후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이다.
 
4월 28일 제주도의회에서 대정해상풍력 시범지구 지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는 도의회가 멸종위기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서식처 파괴에 동참하는 것이 됨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도대체 세계 어느 나라에서 보호종 돌고래들의 중요 서식처 한복판에 대규모 토목공사를 진행하는가? 바다로 방류한 쇼돌고래들이 지속적으로 발견되는 대정읍 앞바다를 해양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조례를 만들어 난개발을 막아줄 것을 제주도의회에 다시 한 번 호소한다. 기업의 실적 쌓기를 위해 제돌이가 뛰어노는 바다를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멸종을 늦추는 것이 우리의 멸종을 늦추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2020년 4월 22일
핫핑크돌핀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