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고리를 끊어야 인권이 바로 선다.
악의 고리를 끊어야 인권이 바로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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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왓 칼럼](8) 최석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대표
편견으로 무장한 이들이 사회적 약자들에게 여전히 반인권적 발언과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 일들을 우리는 종종 목격하곤 합니다. 존재 자체로 차별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어선 안됩니다.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난민 등 대상은 다르나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차별이나 혐오, 폭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인권문제를 다룰 '인권왓 칼럼'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제주평화인권연구소왓을 중심으로 인권활동가들의 현장 목소리를 싣습니다. [편집자 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어떻게 살 것인지,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를 정하는 것은 개인이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이고 권리이다.

그 자유와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살아간다면 어떨까.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맡은 사람이 자신만 생각하는 방식을 정하고 내용을 채운다면 어떨까.
 
위탁을 한 사람은 위탁의 결정조차도 자신이 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봐야 할까.

시설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그렇게 자신의 삶을 타인에게 위탁한 채 지내고 있지만 그들의 삶은 결코 안전하지도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채 하루하루 살아지고 있다.

물론 모든 시설이 학대와 폭력이 일상으로 벌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드러난 시설들에서 보여준 다양한 학대와 폭력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당하는 것이어서 인간으로서의 삶을 지원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작년 한 해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타난 다양한 형태의 학대와 폭력은 심각함을 드러낸다.

시설 내 학대와 폭력의 수위가 심각하다는 것도 거론을 할 수 있겠으나 더 심각한 것은 관리와 감독의 의무와 책임을 가진 행정력이 보여주는 인권감수성에 대한 부분이다.

사건이 벌어지면 행정은 마치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것처럼 행동을 한다. 행정이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적극적 개입은 보기 드물다.

경찰의 개입이 있고, 고소나 고발이 이루어진 상태라면 ‘수사의 진행상황’을 지켜본 후 결정을 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적극적 개입은 간단하다. 법의 처벌을 기다리지 말고 행정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는 거다. 학대의 정황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날 경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시설운영법인의 이사회를 해산하고 공익이사진을 파견해 사건에 대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시설운영자(대표)의 해임과 함께 행정에서 파견하는 대표를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학대와 폭력의 고리가 끊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행정의 모습에서 그런 기대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장애인, 노숙인 거주시설에서 벌어지는 학대와 폭력에 대한 행정의 관리와 지도는 미온적이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본다면 행정의 방임으로 인해 학대와 폭력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시설 스스로가 자정능력을 발휘해서 수습을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불법감금, 노역, 갈취, 폭력, 방임, 경제적 착취 등 다양한 형태의 학대사건에 대해 가해자인 법인과 시설의 대표들은 법외지역에 서 있고 행정은 조력자라 할 정도로 손을 놓고 있다.

위탁기관이 없어서 문제가 있는 법인에게 다시 위탁을 준다는 게 말이나 되는 결론인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행정의 감수성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보호시설에서 보호받으러 온 사람에 대한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방법론으로는 검토할 사항 많지만,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학대한 사람들에 대해 대안이 없다고 다시 맡기는 일을 없어야 한다”

의회 도정질문에서 나온 원희룡 도지사의 답변 중 일부다. 답변은 추상적이고 원론적일 뿐이다.

그의 말에서 어떠한 정책적 변화도 읽을 수가 없다. 도지사는 제주도 내에서만큼은 최고정점의 권한이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답변은 마치 구경꾼인양 제3자의 입장에서 편하게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학대한 사람들에 대해 대안이 없다고 다시 맡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누구에게 하는 말인가. 이미 그런 일이 되풀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는데 그에 대한 책임부분에 대해 공감하는 표현이 아니다.

‘그런 일이 있었어? 그러면 안 되지’라는 식이다. 이건 최고 책임자의 입에서 나올 내용은 아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에 미안하고 죄송하다. 지금이라도 재조사를 통해 피해자와 이용자를 위한 대안을 만들고 장기적 지원정책을 마련해 현장에 적용해 가겠다.’라는 답변이 나왔어야 한다.
 
제주도정은 장애인 등 시설 이용자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을까.

2019년 기진으로 제주도 내 3만6000 여 명의 등록 장애인이 있고 거주시설과 주, 단기시설 포함해 대략 60여개의 시설이 운영되고 있는데 그들의 일상을, 삶을, 꿈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개인들에게 적용되고 효과를 내기 위한 내용들로 채워지고 있을까.

시설 내에서 벌어지는 학대와 폭력을 예방하고 해소해 갈 대안적 정책은 수립되고 집행되고 있을까.

사회 밖 환경이 아닌 사회 안에서 생활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자기 삶을 풍성하게 꾸려 갈 수 있는 지원의 내용과 방식은 그 정책안에 담겨 있을까.

사업과 프로그램으로 지원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지원하는 개인의 욕구에 맞춰진 지원이 그 정책안에 담겨 있는지를 설명 해 줄 수 있을까.
 
행정이 장애인의 삶을 지원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법인에게 다시금 운영권을 주는 일은 없었어야 했다.

이는 가해자에게 다시 몽둥이를 쥐어주는 꼴이다.

지금과 같은 행정의 일처리는 법과 원칙의 운영이 아니라 법과 원칙의 적용을 막아주는 방패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조치가 가장 기본이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그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위탁법인과 대표를 두고 종사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식으로 결론을 낸다면 어떤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가장 적극적 조치는 시설중심 정책을 사회전환, 사회적응 정책으로 바꾸는 것이다.
 
단기적 관제가 아닌 장기적 과제로 삼고 현실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위탁취소와 함께 행정기관이 직접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면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법인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익이사 파견과 인권단체의 성원 중 시민사회단체의 추천을 받아 대표를 선임하는 것도 주문을 해 본다. 거기에 시설 운영의 목적을 분명히 하고 그 목적 실현을 위한 내용들이 채워진다면 변화는 충분히 일어 날 것이다.
 
문제는 의지다. 도지사와 제주도 행정이 ‘사회적 약자’, ‘취약계층’이라 칭하는 장애인들을 위해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시선으로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지가 드러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인권침해 하는 일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에서는 어떤 의지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인권감수성은 이 표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최석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대표.
최석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대표.

‘평화와 인권의 섬’을 표방하는 제주도에서, 이 답변을 한 도지사가 속해 있는 제주도에서 학대와 폭력이 일어나고 인권침해는 일상다반사라 할 정도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행정이 반인권적 행정조치를 내린 것에 대해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적절했는지는 스스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꼭 곱씹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행정이 가진 책무성은 누구를 위해 적극적으로 발휘되어야 하는지를 말이다. 제주가 인권의 섬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정책의 인권감수성 더하기, 행정의 흐름에 인권감수성 더하기라 하겠다. 그렇게 될 때 제주도는 사각지대 없는 인권 친화적 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최석윤 제주평화인권연구소 왓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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