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이 적발한 불법체류 의심자를 국가경찰이 조사도중 현장에서 놓치고, 징계 대상에 오른 현직 경찰관이 기관 간 업무분장 문제를 지적한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김현룡 부장판사)는 현직 경찰관인 A경위가 제주동부경찰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견책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13일 밝혔다.

소송의 발단이 된 사건은 2018년 12월9일 오후 4시50분쯤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남영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스타렉스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자 자치경찰이 이를 적발했다.

자치경찰이 운전자에 신분증을 요구하자, 외국인인 B씨는 운전면허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자치경찰은 미등록 외국인(불법체류자)의 무면허운전으로 판단해 국가경찰에 연락했다.

제주특별법상 자치경찰은 음주운전 단속권은 있지만 무면허운전자에 대한 수사나 단속권한은 없다. 해당 사건을 인지할 경우 국가경찰에 사건을 인계해야 한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국가경찰은 피혐의자를 상대로 진술서를 작성했다. 국가경찰이 이를 살피는 사이 B씨는 현장을 벗어나 도주했다. 당시 A경위는 순찰차 조수석에 있었다.

동부경찰서는 A경위가 피혐의자에게 임의동행을 요구하거나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를 태만했다는 이유로 2019년 1월15일 견책 처분을 했다.

A경위는 소청심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2019년 7월16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과정에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간 업무분장 문제로 발생한 일이라며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자신은 자치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나 업무감독권이 없는 만큼 피혐의자에 대한 조사를 중단시키고 임의동행이나 현행범 체포 등의 조치를 할 수 없었다는 논리를 폈다.

반면 재판부는 A경위가 출동 당시 상황근무자를 통해 무면허운전과 불법체류 혐의를 통보 받은 점을 내세워 현장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주특별법상 무면허운전과 불법체류 혐의자에 대한 조사권은 국가경찰에 있고 동부경찰서가 불법체류자 등 업무분장과 관련한 유형별 사무처리 기준을 수차례 하달한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자치경찰의 요청을 받아 단속에 관여했음에도 피혐의자에 대한 주시를 소홀히 했다”며 “자신은 아무런 책임도 없고 자치경찰에 모든 책임이 있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동부경찰서의 징계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청구 기각 사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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