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민단체, 노무현 대통령 제주방문 강하게 비판

노무현 대통령 제주방문을 하루 앞둬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성명을 내고 “애당초 참여정부의 구호 속에는 국민과 지역주민들의 삶에 대한 고려는 존재하지 않았었다”며 노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평화네트워크, 참여연대평화군축센터,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의 평화단체와 한국진보연대(준),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22일 노무현대통령의 제주도 방문을 앞둬 ‘제주 군사기지화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서며’란 공동성명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한미FTA 재협상설과 제주도 해∙공군 군사기지 논란이 뜨거운 상황에서 23일 제주도를 방문하게 된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방문하게 될 제주도가 현 정부가 내세운 ‘평화번영’과 ‘참여정부’의 기치가 한낱 ‘말잔치’에 불과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는 지역임을 분명히 기억해 두기 바란다”며 노 대통령의 제주방문에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 시민단체들은 “제주도 군사기지 건설 계획은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해 놓고도 그 실내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공백상태로 남겨 놓고 있는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의 지표이며, 온전한 의미의 ‘평화의 섬 제주 만들기’에 대한 지역 주민들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철저히 묵살하는 정부의 행태는 ‘참여정부’ 구호 속에 애초부터 국민과 지역 주민들의 삶에 대한 고려는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에 다름 아니다”라며 노 대통령의 평화의 섬 선언 의미를 일축했다.

이들은 “또한 김태환 제주도 도지사는 지난 5월14일, 도의회와 제주 지역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군기지 건설 수용’ 입장을 발표했으나 주민들의 삶과 생존권에 직결된 현안을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는 것은 일반적 상식으로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설사, 제주도가 주관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군사기지 건설에 대한 반대가 40%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 군사기지 건설을 강행한다면 지역사회에 극심한 갈등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민주적 기본권에 대한 정면도전”이라며 김태환 도정에도 경고 메지시를 보냈다.

 “무엇보다도 김태환 도지사와 국방부는 ‘제주도 공군기지 추가 건설’과 ‘공군 전투기 배치’ 의혹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며 공군기지건설과 관련해 국방부와 제주도 당국의 태도에 의혹을 제기한 이들은 “제주도에 공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국방중기계획2007-2011’과 관련해서도, 처음에는 ‘실무선에서 검토했던 것’이라고 했으면서 이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말을 바꾸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와 군 당국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오히려 21일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책기획분과위원회' 및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자료와 속기록에 나타난 국방부의 “전투기 수용 공간 확보계획을 2006년 7월에 이미 포기했고, 부대규모를 대폭 축소했다”는 주장은 ‘예산과 부대면적, 부대시설규모는 하나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임’이 드러나 제주도에 전투기 대대 배치 계획이 없다는 국방부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게 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또 사업명칭을 '제주공군기지'에서 '남부탐색구조부대'로 바꾸고, '전투기 수용능력을 갖춘 부대'라는 대목을 삭제했을 뿐, 그 실상은 공군기지 건설에 대한 제주도민의 반발을 의식해 ‘진실을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밝혔다.

전국의 평화 시민사회단체들은 “제주도에 대규모 해군기지가 건설되고, 공군기지 등이 추가적으로 건설된다면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 아니라 ‘무기의 섬’, ‘분쟁의 섬’으로 전락하고 말 것임을 경고해왔다”며 “해군의 계획에 따르면 제주도에 건설될 해군기지에는 미국의 이지스함과 잠수함 , 혹은 항공모함도 정박할 수 있도록 대규모의 부두를 만들 예정으로, 제주해군기지는 한미 해군의 중추 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결국, MD구축을 둘러싼 동북아 강대국 간 갈등구조 속에 제주도가 ‘연루’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 제주 해군기지에 배치될 이지스급 구축함 KDX-3를 주력으로 하는 전략기동함대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이 해양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에 활용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로 해군기지가 건설되면 미군의 함선과 잠수함이 기항하게 된다는 점을 해군 측도 인정하고 있어 제주도 해군기지가 잠재적 분쟁수역에서 ‘균형자 역할’을 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동북아 군비경쟁의 초점이 되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제주도는 4.3 항쟁 당시 무자비한 국가폭력으로 인해 3만명 이상이 희생당한 아픔을 가지고 있는 곳으로 노무현 정부가 4.3 항쟁의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약속하고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것은 그러한 역사를 교훈으로 삼고자 했던 것”이라면서 “제주도를 명실상부한 ‘세계 평화의 섬’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정부가  ‘근거 없는 경제 논리’와 ‘일방적인 군사 논리’로 제주도 지역 주민들의 갈등을 부추기고 국민들을 현혹시킨다면, 현 정부는 정책적 무책임성 뿐만 아니라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게 되는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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