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3명 법정에 투입 1시간 가량 PPT...내국인 진료 제한 ‘부관의 위법성’ 주장

국내 1호 영리병원 무산으로 소송전에 뛰어든 중국 녹지그룹이 국내 최대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제주도 변호인단을 상대로 총공세에 나섰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이 제주도에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와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녹지측은 태평양 소속 변호인 3명을 법정에 투입해 미리 준비한 46페이지 분량의 프레젠테이션(PPT)을 진행했다. 구술변론은 당초 예고했던 30분보다 갑절이상인 1시간 가량이 진행됐다.

변호인단은 2009년 12월30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헬스케어타운 사업 추진부터 진행상황을 일일이 설명하며 애초 계획에도 없던 녹지병원이 JDC 요구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JDC는 물론 제주도 역시 내국인의 헬스케어타운 내 의료기관 방문을 당연시하고 홍보까지 진행했다며 녹지병원 설립에 행정기관이 오히려 적극적이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법률적인 부분에서는 2018년 12월5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 자체가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녹지측은 제주특별법상 의료기관 개설 특례에 따라 도지사가 의료법에 근거한 개설권한이 있지만 내국인 진료를 불허하는 부관은 법률에 위배되고 재량권도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조성에 관한 법률 제307조에는 외국인이 설립한 법인은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 제주도에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고만 명시돼 있다.

부관은 법률행위의 효력을 발생 또는 제한하기 위한 약관이다. 녹지측은 내국인 진료 금지를 의료법 위반에 더해 헌법상 기본권 침해로 몰아세우며 법치주의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행위라는 표현까지 썼다.

현행 의료법 제15조(진료거부 금지 등)에는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는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어진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취소처분 취소 소송 구술변론에서 녹지측은 선행처분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가 부당해 후속 처분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녹지측은 2017년 8월28일 병원 개설허가 신청후 제주도가 15개월 동안 실질적인 심사를 하지 않고 2018년 12월5일 느닷없이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처분을 내려 병원 개설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귀책사유가 제주도에 있는 만큼 ‘뚜렷한 이유 없이 병원 개설을 하지 않아 개설허가를 취소했다’는 제주도의 처분 근거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제주도측 변호인단이 준비한 PPT를 추가로 청취하기로 했지만 녹지측 구술변론이 길어져 기일을 다시 잡기로 했다. 제주도에도 공평하게 구술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재판부는 7월21일 오후 4시 3차 변론기일을 열어 양측의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7~8월에 법원 하계 휴정기간이 있어 선고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녹지국제병원은 JDC가 2009년 서귀포시 토평동과 동홍동 일원 153만9013㎡에 병원과 휴양콘도, 리조트를 건설하는 헬스케어타운 사업계획을 마련하면서 시작됐다.

2011년 12월 중국 부동산업체인 녹지그룹이 JDC와 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졌지만 부지는 대부분 숙박시설로 채워졌다.

녹지그룹은 2015년 3월에야 녹지국제병원 건립 사업계획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그해 12월 보건복지부가 건립사업 계획을 승인하자 2017년 8월 녹지병원 직원 134명을 채용했다.

영리병원 논란이 불거지자, 제주도는 숙의형민주주의의 공론화조사 방침을 정하고 2018년 3월 녹지측에 개설허가 무기한 연기를 통보했다. 공론화조사위의 결정은 ‘개설 불허’였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18년 12월5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부 허가를 내줬지만 실제 개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2019년 4월17일 외국인 한정 진료 조건부 개설허가는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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