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소리] 잘못 사용한 제주어 만연…카카오톡 이모티콘과 언론 표기 오류 빈번

제주도민 A씨(59, 오라동)는 최근 지인과의 카카오톡 대화 중 지인이 보낸 이모티콘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해녀 복장을 한 캐릭터가 ‘안녕하수꽈’라고 말하고 있었기 때문. 이모티콘 전체를 자세히 살펴보니 ‘좋쑤콰?’라고 하며 화를 내는 모습과 ‘축하허엉쪄’라고 잘못된 표기가 있었다.

‘안녕하십니까’의 제주어는 ‘안녕허우꽈’이고, ‘좋습니까’의 제주어는 ‘좋수꽈(과)’이기에 이 같은 잘못된 표기가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카카오톡 어플로 공식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무엇보다 잘못된 제주어 표기에 따라 자칫 일반 국민들이나 제주를 찾는 관광객, 혹은 제주어에 서툰 도민 청소년 세대들까지도 왜곡된 제주어를 사실로 인지하게 될까 노심초사하면서 [제주의소리]에 취재를 요청해왔다. 

'안녕하수꽈'라고 표기돼 있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취재 결과, 카카오톡 이모티콘 외에도 공공기관 공사장, 언론보도 콘텐츠 등 다양한 곳에서 제주어가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독자의 연이은 제보로 제주국제공항 내 공사현장 가림막에도 잘못된 제주어가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제주국제공항 1층 3번 게이트 안쪽 시설물 공사 현장에는 가림막에 ‘안녕하수꽈?’라고 큼지막하게 잘못 표기돼, 하루에도 공항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제주어를 홍보(?)하고 있었다. 

또 어느 의료전문 월간신문의 만화 기사에서는 ‘안녕하수꽈’라는 잘못된 표현을 소개하며 제주어에 빨리 익숙해지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유명 주간지 편집장은 제주도 독자들에게 오프라인 모임을 알리면서 ‘제주, 안녕하수꽈?’라고 기사 제목을 달아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제주국제공항 1층 3번 게이트 안 시설물 공사 가림막에는 '안녕하수꽈?'라는 인사가 버젓이 적혀있다.
한 매체의 만화 형식 기사에는 '안녕하수꽈'를 통해 제주어에 빨리 익숙해지라는 내용이 실려있다.

‘안녕허우꽈’(안녕허시우꽈)를 ‘안녕하수꽈’로 잘못 표기하는 문제의 발단을 정확히 찾아내긴 어려우나, 7년여 전 인기리에 방영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어린이 출연자가 ‘안녕하수꽈’라는 표현을 꾸준히 사용한 것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방송에는 제주도 출신 PD가 나와 제주도 사투리 교실이라며 ‘안녕하세요’의 제주어가 ‘안녕하수꽈’라고 잘못 알려줬다. ‘안녕하수꽈’가 존칭어라는 것. 이에 따라 출연자가 ‘안녕하수꽈’를 빈번하게 사용했고 방송 특성상 대부분 사람이 옳은 표현이라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에 따르면 ‘안녕하수꽈’는 잘못된 표현으로 ‘안녕허우꽈’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 ‘하다’라는 동사는 아래아( · )+호가 사용돼 ‘호다’ 또는 ‘허다’로 발음된다는 것. 이에 따라 ‘안녕허다’인 경우 ‘안녕허우다’, ‘안녕허우꽈’로 표기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좋쑤콰?’의 경우 ‘ㅎ+ㅅ’은 된소리로 발음되긴 하나 당연한 이치여서 굳이 된소리로 표기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예를 들어 ‘갑짜기’라고 발음되지만, 표기는 ‘갑자기’로 적는 것과 같은 원리라는 것이다.

또 의문형 어미인 ‘콰?’는 제주어에서 실현되지 않기 때문에 ‘좋수꽈?’ 또는 ‘좋우꽈?’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축하허엉쪄’의 표현은 ‘축하허염쩌’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좋쑤콰?'라고 표기돼 있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이에 대해 강영봉 제주어연구소 이사장은 “언어는 의사 전달의 도구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고자 한다면 표기 역시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어의 경우 모든 것을 반영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빙떡’의 경우 제주 안에서도 표현하는 방식이 7~8개나 되고, ‘잠자리’의 경우 13개 정도가 된다”면서 “제주어는 여러 방언형을 표기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바르게 표기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하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중세 국어가 살아있고 섬이라는 제주의 독특한 환경이 반영돼 있어 연구 가치가 높은 제주어는 지금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가 지난 2010년 12월 제주어를 소멸 위기의 언어로 지정하면서 제주어의 가치에 대한 논의와 보전의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제주어 소멸위기 언어 등록은 국제사회가 제주어의 가치를 인정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사라져가는 제주어를 지켜내고 전승하고자 하는 노력이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고, 더욱 더 체계적이고 실천적인 제주어 보전정책과 활용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된 제주어 표기가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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