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소리] 창간 16주년 초청 강연서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 역설

거침없었다. 문학계 거장의 육성, 그리고 강연에 담긴 메시지도 막힘이 없었다. 
“보존할 의무는 있되, 훼손할 권리는 없다. 우리는 잠시 이 땅을 빌려 쓰고 가는 거다. 이는 절대명제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창간 16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한국문학 거장 조정래 선생 초청 강연’에서 제주 최대 현안인 제주 제2공항 문제에 대해 소설가 조정래는 단호하고 냉철한 목소리로 “국토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면서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말로 ‘도민이 결정해야’ 함을 역설했다.  

조정래 선생은 7일 오후 7시 김봉현 편집국장 사회로 제주상공회의소 5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강연에서 “제주도를 망치고 해친다면 그대로 무너질 것이다. 물려받은 제주의 땅은 우리에게 보호할 의무만 있되, 훼손할 권리는 없다. 이것은 절대 명제”라고 목청을 돋웠다. 

조정래 선생은 제주 제2공항 문제를 지적하며 천혜의 자연 경관을 보유하고 있는 제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조정래 선생은 제주 제2공항 문제를 지적하며 천혜의 자연 경관을 보유하고 있는 제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조정래 선생은 이날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는 청중의 질문에 “제주 제2공항 문제는 제주도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큰 난제 중 하나”라며 “(국토부와 제주도 등 찬성 입장은) 관광객이 앞으로 더 찾아올 것이란 예측으로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그는 “올해 초 언론에 보도됐던 제주도의 개발사업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다행인 것은 도민 여론조사에서 자연 친화적 개발을 원하거나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바로 그 점이 (제주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제주도가 올해 1월15일 발표한 도정 정책 방향과 대규모 개발사업 등에 대한 여론·인식조사 결과, 제주의 미래를 위해 개발과 보전 가운데 우선순위를 묻는 질문에는 개발과 보전의 조화(47.1%), 환경보전(45.6%), 개발(7.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환경보전이 개발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도민 여론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여론조사는 제주도가 여론조사기관 미래리서치에 맡겨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 방식을 통해, 대규모 개발사업 등에 대한 인식조사(지난해 11월1~15일)를 실시한 결과다. 

이어 그는 지난 2일 제주 제2공항 관련 쟁점 해소 공개연속토론회에서 제2공항 건설 추진 의견을 피력한 국토부 직원에 대해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조정래 선생은 이명박 정부 시절, 국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이 ‘4대강 죽이기’로 변질됐던 것도 ‘제주 제2공항’ 찬반 논란에 반면교사 삼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70%가 넘는 국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강행한 덕분에 ‘4대강 죽이기’에 성공해 물이 썩고 자연이 죽어갔다”면서 “제2공항 문제도 같다. (4대강 같은) 어리석은 일이 대한민국 최고의 자연경관을 가진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제주 제2공항에 대해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하는 국토부 공무원 탄핵을 결의해야 한다”며 “도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는 의견을 궐기를 통해 보여주고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 “현재 제주도의 공항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해야지 건설은 안 된다. 많은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이다. 관광객이 무조건 많이 온다 해서 좋은 것이 아니다”라며 “관광객이 많이 와 쓰레기, 환경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폐허가 돼가도 좋냐? 제주의 관광사업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주를 보호하기 위해선 현재에 만족하고 방문객들을 더 천천히 맞아들여야 한다”고, 양적팽창에 매몰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제주 제2공항에 대해 묻는 청중의 질문에 조정래 선생은 ⓒ제주의소리
제주 제2공항에 대해 묻는 청중의 질문에 조정래 선생은 바다와 한라산이 어우러진 제주를 파괴하고 망가뜨린다면 사람들도 찾지 않게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제주의소리 이동건 기자

자연 보호는 제주뿐만 아니라 인류가 지켜야 할 삶의 기본이라며 화석연료를 사용해 환경을 파괴하고 무작정 개발하는 것은 인간의 자만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조정래 선생은 “인간이 최고인 것처럼 자만하며 자연을 개발하자는 구호를 내세운 결과 지구는 지난 100년간 완전 폐허가 됐다”며 “코로나19 역시 인간의 자만에 의한 자연 파괴와 훼손에서 비롯된 문제임은 자명하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그러면서 “제주의 본령과 생명은 자연에 있다. 바다와 한라산이 어우러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주 환경이 파괴되고 자연 풍광이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굳이 왜 제주를 찾겠는가”라고 꿰뚫었다. 
 
조정래 선생은 “철학자 플라톤은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가장 저급한 정치인에게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이라 했다.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안 주고 귀찮아한다면 계속 불행해질 것이다”라면서 “시민단체를 통해 방만한 정치를 감시 감독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제주의 문제 해결은 도민이 해야 한다. 그것이 제주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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