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안보·관변단체 對 의회·종교·시민단체 '대립각' 뚜렷
강정 옆 법환+서귀포반대대책위 출범… '갈등풀기' 수렁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싼 찬.반 논란의 '대립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한 축이 안보단체 중심으로 일부 관변단체가 제주도의 해군기지 유치 동의 결정을 적극 지지하는 등 '찬성입장'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면, 반대의사를 공식 표명해오던 시민사회단체에 종교계와 의회가 적극 가세한 형국이다.

한마디로 다시 제주도정과 도의회 및 군사기지 반대단체간의 대립각으로 모아지는 국면이 전개되는 셈. 전면적인 제2라운드로 접어드는 양상이다.

道·관변단체 對 의회·종교·시민단체 '대립각' 뚜렷

이처럼 해군기지 논란이 행정-의회간에 '기(氣)싸움'을 통한 새판짜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쉬이 사그러드는 기미가 보이지 않는 등 깊을 수렁으로 빨려들고 있다.

이 가운데 제주도의회 군사특위가 25일 행정사무조사 계획안을 확정짓고, 곧 본격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어서 해군기지 의혹 해소를 위한 특위의 조사 결과에도 상당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해군기지 논란에 어느 정도 방점을 기대했던 노무현 대통령이 결국 공식 발언을 삼가하면서 오히려 제주도지사의 정치적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한미FTA협상 타결 이후 농민과의 대화를 위해 23일 제주를 찾은 노무현 대통령. 해군기지에 대해 공식발언은 철저히 삼갔다.
▲ 대통령 왜 말 아꼈나?

지난 23일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결국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낀채 돌아갔다. 한미FTA협상 타결 이후 감귤 농가와 제주민심을 달래기 위한  목적도 목적이지만 '득'보다 '실'이 크다는 정책적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통령 일행은 이날 공항입구에서 부터 '한미 FTA 대책위와 군사기지 반대대책위 소속 회원들의 항의 시위로 정문 일반 출입구가 아니라 화물청사 쪽으로 빠져나가 목적지로 이동해 호사가의 입에 오르내렸다.

이는 불과 1년 전 제59주년 4.3 범도민위령제에 참석했을 당시 제주도민의 뜨거운 환영을 받을 때와 비교하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이날 김태환 도지사는 자신은 물론 유치를 동의한 윤태정 강정마을회장까지 특별 초청하고 '해군기지 사업이 국책사업'임을 내세우며 대통령에게 '특단의 조치'를 기대했지만 대통령은 끝내 공식 언급을 삼갔다.

국방부 차관까지 참석했지만...결국 도지사에 '짐 떠넘기?' 부담 가중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첨예한 논란을 빚고 있는 점을 감안한 듯 김영용 국방부 차관까지 참석했지만 '일언반구'도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급기야 제주도는 노무현 대통령이 23일 제주방문을 마치고 청와대로 돌아가기 직전, "항공기 탑승 직전에 김태환 도지사를 긴급히 찾아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한 말씀을 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상세하게 전해지지 않았다.

이날 오후 김 지사는 '대통령의 말씀'이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민과 대천동 강정마을 주민이 중요한 결단을 내려 준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대통령 발언을 기자단에게 전했지만, 오히려 각종 억측과 추측만 무성한 상태다.

더욱이 대통령의 공식 발언자제가 나름대로 '셈법'에 의한 것인지, 정말 적정치 않은 상황이어서 '빠뜨린 것'인지에 대해서도 하마평만 난무하고 있다.

김 지사로선 적지 않은 정치적 부담과 함께 결국 도지사에게로 다시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강정마을 옆 법환까지 '반대'-서귀포시 군사기지 반대위 '출범' ...전국차원 번져

강정어촌계와 함께 물질을 해 오던 법환동 어촌계의 공식 반대 표명도 제주도와 강정마을에선 적지 않은 부담이다.

실제 법정동으로서 대천동에 포함된 강정을 비롯한 도순, 용흥, 월평 등 4곳 마을 보다는 바닷가에 인접한 법환동이 지리적이나 생활문화권으로 더욱 가까이 있어 이를 무시할 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강정마을내에서 지난 18일 "당시 마을 총회 유치결정은 날치기 통과"라며 공식 '해군기지유치반대위원회(위원장 양홍찬)가 출범한데 이어 23일 서귀포시내 12개 각계 단체가 모여  군사기지 반대 대책위원회(위원장 허태준)를 발족, "군사기지 철회 투쟁에 총력을 다할 것"을 천명하는 등 상당한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여기에 23일 대통령 방문에 맞춰 전국의 44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지금 제주가 찬·반갈등으로 4·3사건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군사기지 추진 중단을 요구했으며, 제주여민회가 참여한 한국여성단체연합를 비롯한 전국의 8개 여성단체도 이날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제주도에 군사기지를 세우려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나서는 등 전국 시민단체가 '반드시 군사기지를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도 제주도와 정부로선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제주도가 지난 22일 슬며시 국방부-제주도-해군-강정마을이 참가한 가운데 이행각서 체결식을 서두른 것도 이러한 내부 반대 움직임을 사전에 차단시키고 나아가 '조기 종결'을 위한 행보로 읽히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해군기지와 관련해 밀실 추진에도 상당한 제동이 걸리는 것은 물론 행정측에선 적잖은 부담감을 떠안게 됐다.

 

▲ "강정마을 유치결정이 강정동 주민 1500명 중 86명만 참석했다"며 반대를 선언한 강정마을 해군기지유치반대위원회(위원장 양홍찬).
▲ 군사특위 본격 가동...적극 '문호 개방' 통해 의혹 '낱낱히 규명'

여기에 사실상 제주도정에 주도권을 내줬던 도의회가 뒤늦게 김지사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행정조사권을 발동한 제주도의회는 행정사무조사의 범위를 국방부와 제주도간의 '양해각서(MOU)에 대한 실체규명과 여론조사 적정성 등으로 설정해 놓으면서도 주변에 쏠리는 시선을 인식해 적지 않은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행정조사를 담당할 군사특위가 그간의 부정적인 인식을 탈바꿈하기 위해서도 '냉정하고 정밀하게' 해군기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등 절치부심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25일 행정사무조사 계획안 확정→28일 본회의 상정→행정사무조사(20여일)→6월 19일 보고서 채택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절차가 오는 6월말까지 기획예산처에 해군기지 관련 예산신청을 마쳐야 하는 국방부와 '동의' 결정을 내린 도지사의 일방통행에 얼만큼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천주교 단식 → 기독교 단식 기도...25일 주민소환제 발효

종교인 단체의 '군사기지 반대' 운동은 물론 반대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이슈화되며 확산되는 것도 부담이다.

천주교 제주교구 사제단은 24일 단식기도 중단을 선언하며 "조용한 단식기도에서  밖으로 나가 좀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새로운 운동을 벌이겠다"며 '평화의 섬 수호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 .
이어 25일부터 '제주해군기지 철회와 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이 해군기지 철회를 위한 평화기도회 를 갖고 바로 단식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혀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제주도군사기지반대대책위원회가 별도 여론조사를 통해 응답자의 68%가 여론조사 보다 주민투표가 낫다는 결과를 내놓는가 하면, 김태환 지사가 최근 해군기지 유치여부와 후보지역을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한데 대해 도민 47.2%가 비민주적인 결정이라고 응답한 결과를 토대로 '무효'주장까지 나오는 등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25일부터 발효된 주민소환법이 제주지역 경우 해군기지 여론조사 일방발표와 유치 동의결정을 내린 김태환 지사를 상대로 첫 사례가 될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제기되는 등 도지사를 압박하는 요인들이 점차 다각화되고 있다.

따라서 김재윤 국회의원이 지난 10일 도지사의 여론조사 발표 직전, "해.공군기지 건설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을 위해 제주도와 도의회, 지역주민, 언론게, 학계, 종교계, 시민단체를 총 망라하는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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