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186. 부모는 자식 위의 바람이다

* 우의 : 위의
* 보름 : 바람

왜 부모들은 자녀 교육에 혼신을 다해 심혈을 기울이는가. 왜 부모들은 자식을 교육시키기 위해 죽자 살자 정성을 다 바치면서 시종일관 매달리는가.

말로만 하지 않는다. 나는 학교 마당에 발을 놓아 본 적도 없지만, 내 자식만은 공부를 시켜야 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남들이 가는 대학까지는 보내야만 한다. 집에 기르는 소를 팔고, 사는 막사리(작은 집)며 밭을 팔아서라도 남들이 하는 대학을 졸업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을 나와야 직장을 가지고 당당하게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가 있다.

자식 교육열 하면 제주인들이 전국 제일일 것이다. 마치 가슴에 맺힌 한이라도 풀 듯 그렇게 매달린다. 비록 한평생을 섬에 갇혀 살았지만, 내 자식 대(代)에만은 보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남들처럼 보란 듯이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그러니 자식 교육을 위한 것이라면 아까울 게 하나도 없다. 제주인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집념은 대단해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러한 교육에 대한 열망은 식지 않고 이어진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부모가 그 자식에게 공들인 게 몇 년인가. 또 그 과정을 굽이굽이 넘느라 얼마나 부대꼈나. 자식이 성공하면 신바람이 절로 날 것이다. 사진은 수능시험을 마친 자녀를 안아주는 어머니 모습.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오래된 얘기지만 고3생들의 진학 희망 조사에 가장 선호하는 게 인문계는 판·검사, 자연계는 의사였다. 이왕이면 서울에 있는 명문대 좋은 과에 입학시키려 그야말로 혈안이었다. 그러한 교육열이 훌륭한 인물을 키우면서 제주에 내로라한 인재들이 속출한 것도 사실이 아닌가.

제주도는 전국의 1%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이 섬 출신으로 유명한 인물이 적지 않은 게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법조계, 학계, 연예계, 최근에는 구좌읍 한동리에서 세화고 출신 해군참모총장도 배출됐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제주도민들에게 자긍심을 일깨워 준 쾌거다.

부모들이 자식 교육에 온힘을 쏟는 이유가 있다. 무슨 덕을 바라서인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자식이 잘돼 고관 대직에 오르거나 혹은 경제적으로 넉넉하면 부모로서는 그것만으로 기쁨이요 보람을 느끼게 된다. 얼마나 신바람이 날 것인가. 없던 날개가 달려 훨훨 나는 기분이 될 것이다. ‘조식 우읫 보름’이 바로 그것이다.

평생의 한이 그렇게 풀린다면 그야말로 성공한 인생이다. 물론 부모에 따라 자식 자랑도 늘어놓을 수밖에 없을 테다. 가문의 영광인데 경사스러운 일에 입을 꾹 다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날개가 달리면 날 수밖에 없다.

‘부몬 조식 우읫 보름인다.’ 백 번 맞는 말이다.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부모가 그 자식에게 공들인 게 몇 년인가. 또 그 과정을 굽이굽이 넘느라 얼마나 부대꼈나. 자식이 성공하면 신바람이 절로 날 것이다. 주위 사람들이 하늘처럼 우러르니 더욱 그럴 게 아닌가 말이다. / 김길웅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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