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의료가 공공재라는 주장에 대하여
[기고] 의료가 공공재라는 주장에 대하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유근 아라요양병원 원장 

1970년대 후반에 필자가 대학교수로 재직할 때에 일주일에 하루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병원에 진료 지원을 나간 적이 있다. 그때 신기하게 여겼던 것이 선교사들이 진료를 하다가 오전 10시가 되면 진료를 중단하고 커피타임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1979년에 고향에 내려와 방사선과(지금의 영상의학과)의원을 개설하였을 때에 제주도 내에는 방사선과의사가 필자 혼자여서 일요일에도 의원 문을 열었다. 공무원들이나 직장을 가지신 분들이 평일에는 의원에 오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늦가을이 되면서 연거푸 2주째 환자가 오지 않기에 잘 되었다 하고 일요일에는 의원 문을 닫았다.

이후 2016년에 요양병원을 개설하여 토요일에도 출근하였으나 2년 여 운영하다 보니 토요일까지 근무할 필요가 없어서 지금은 토요일에도 일반진료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를 받지 않았다. 민간의료기관이어서 그렇다.

그런데 요즘 의료기관들이 문을 닫는다고 하니 난리다. 국공립 병원들이 문을 닫는 것은 그들이 공무원 신분이니 정부의 통제를 받지만 민간 의료기관들은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보편적인 일이다. 다만 전염병 관리 상 병원 문을 닫을 필요가 있어서 폐쇄할 경우에는 국가에서 어느 정도 그 손실을 보장한다고 한다.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꿈도 꾸지 못 하는 독재국가 내지 전제주의 국가의 틀을 가지는 것이 의료에서는 전 의료기관 국민의료보험 강제지정제와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업무개시명령제가 있다. 국공립병원에 부과하는 것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이런 제도가 어쩌면 당연하지만, 국가에서 아무런 혜택도 주지 않고 있는 민간 병원에 강제하는 것은 비민주적 악법이다. 어느 다른 직종에서 이처럼 국가가 강제로 문을 열라고 하는 업종이 있나?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의료는 공공재라고 하면서 의사들을 비난한다.

공공재란 네이버에서 찾아보면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뜻하며, 그 재화나 서비스에 대하여 대가를 치르지 않더라도 소비 혜택에서 배제할 수 없는 성격을 가지며, 국방, 경찰, 소방, 공원, 도로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되어 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의료가 공공재에 속하기도 한다. 그러니 의사를 양성하는 데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며, 의사들의 인건비와 일터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극히 일부분 공중보건장학생이나 군위탁장학생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의사들이 자비로 학교를 다니며, 졸업한 후에도 자기가 알아서 취업을 하든가 개업을 한다. 의사가 개업을 할 때에도 정부에서 제공하는 혜택은 없다. 의원이 망해서 문을 닫더라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은 없다. 그러니 의료에서 발생하는 소비는 각자가 알아서 책임지는 것이며, 돈이 없다고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없다.(다만 국가에서 치료비를 부담하는 경우나 의사의 선의에 의해서 무료진료를 하는 경우는 있다.) 장학금을 받거나 위탁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의사가 된 다음에 정부의 명령에 따라 근무지가 정해진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 의료가 공공재라는 정부의 주장은 완전 헛소리다.

요즘 독일에서 의대 입학정원을 50% 늘리려고 하니 의사들이 환영한다는 얘기를 듣고, 독일에서는 저렇게 의사들도 환영하는데 왜 우리나라 의사들은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는 국민들이 많다. 독일에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을 시키고 졸업하면 국가가 책임지고 취업을 시키니 의사 입장에서는 의사가 늘어나면 자기가 받는 봉급은 마찬가지인데 할 일이 그만큼 줄어드니 당연히 좋아한다.

국가에서 주장하듯이 시골에 의사가 부족하고, 또 특수과인 경우 의사가 절대적으로 모자라니 거기에 필요한 의사를 더 뽑자는 것은 일견 타당하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런 문제들이 의사의 절대 수가 모자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정부의 정책이 잘못 되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공중보건장학생을 늘리면 된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어느 업종이나 어렵다. 의료업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얼른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의사가 모자라다고 아우성인데 왜 의료업이 어려울까?

코로나 사태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다 보니 감염이 현저히 줄었고,(청소년소아과나 이비인후과, 그리고 안과가 특히 그렇다.) 병원에서의 감염이 걱정되니 가벼운 증상에는 병원을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게 정상이다. 그 동안 우리들은 필요 없이 병원을 너무 많이 이용하였다. 이것은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 국민들이 일 년 간 병원 방문 회수는 다른 국가의 거의 배에 이른다. 이것만 개선해도 의료 수요의 30%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필수의료과 의사가 모자라는 것도 의료 정책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적 존경을 받고 있는 이국종 교수가 외상외과를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일을 열심히 할수록 병원에 손해가 되는 까닭이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외상외과의 수가가 일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아 이익은커녕 원가 보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외과나 흉부외과 의사들이 모자라다고 아우성이다. 작년인 경우 강남성모병원에서 15명의 외과 전공의를 뽑으려고 하였는데 달랑 6명이 지원하였다. 우리가 학교를 마칠 때만 하여도 일반외과는 인기가 가장 높았다. 지금은 전문의가 되어도 개업하기 힘들고, 개업하면 자기 전공을 살리기 힘들고( 외상외과, 일반외과 및 흉부외과는 개업을 하면 어렵게 습득한 술기의 30%도 써먹지 못 한다.) 취업을 하여도 찬밥신세니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예전에 일반외과나 흉부외과를 전공하여 전문의가 되어 병원에 근무하였으나, 지금은 병원에서 눈칫밥을 먹느니 개원해봐야 별로 수입이 많지 않아도 개업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그분들이 개업해서 하는 일이라고는 다른 의사들도 할 수 있는 그저 그런 일들이다. 그러니 흉부외과를 선택한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고, 아끼는 후배가 흉부외과를 하겠다고 하면 팔을 걷어붙이고 말리는 것이다.
 
시골에 의사가 모자라는 것도, 시골에 개업해봐야 적자가 나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들이 자라면서 교육 때문에 도시로 가기도 한다. 
 시골에서 개업하시던 김상길 원장이 큰 뜻을 가지고 서귀포의료원장으로 가셨다. 3년 사이에 괄목할만한 실적도 올렸다. 그러데 원장이 연임이 되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다시 개업할 것인가? 50대 후반의 의사에게 개업이란 것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어느 유능한 사람이 공공병원에 가려고 할까?

만일 어떤 사람이 호텔을 지었는데, 그 옆에 국가에서 자금을 지원해주고 경영비도 지원해주는 호텔을 짓는다면 그 사람이 가만히 있겠는가! 개인도 호텔을 잘 운영하고 있는데 국가에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호텔을 지어주며 경쟁을 시킨다면, 국민들이 특혜를 준다고 아우성치지 않을까?

자본주의 국가에서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공기관은 민간기관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니 민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민간이 하고, 못 하는 부분을 공공이 맡는 것이 순리다.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다. 공공의료를 확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 의료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고, 그것을 노령화가 심해지는 우리나라에서 감당할 수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공공의대를 새로 만들어서 배출한 의사가 국민이 생각하는 유능한 의사가 되려면 앞으로 15년이 지나야 한다. 그때에는 우리나라 의사 수가 의대정원을 늘리지 않더라도 OECD 평균을 넘을 것이라는 것이 WHO의 판단이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의사증가율이 세계 1위인 상황에서 무리하게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정책을, 그것도 코로나로 국민의 힘을 모아야 하는 이 시기에 제기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의사들이 문을 닫지는 못 하리라 생각하였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공공의대를 만들고 공공병원을 늘리며 시골에 배치하는 의사들을 키우는 비용의 절반만 지금 의료 수가에 반영해도 이런 문제는 저절로 해결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 의사 수가 모자라고 의료 수준이 낮다면 어떻게 코로나로 온 세상이 힘든 이 때에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국가가 될 수 있었을까!

이유근 아라요양병원장.

국민 의료비의 증가는 차세대 국민들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다. 국민의 의료 이용 관행을 바꾸고, 의료전달체계를 정비하면서 왜곡된 의료수가를 올바로 잡는 것으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문제를 최악의 선택인 의사 수 증가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개구리들이 제우스신에게 왕을 보내달라고 청원한 것보다 더 어리석은  선택이다.

지금처럼 변호사가 증가하는 것이 결코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듯이, 의대입학정원을 무턱대고 늘리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의료는 공공재가 아니다. 정 공공재로 만들고 싶으면 의과대학생 전원을 정부의 자금으로 키우고, 사립의료기관을 정부에서 인수하여, 의사들의 급여를 국가에서 책임을 져야한다.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0 / 400
댓글 41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순 추천순 이 기사에 달린 댓글 41
문대탄 2020-09-16 20:12:05
정직하고 용기있는 글, 감사합니다. (독일어 brav는 용기있다, 정직하다, 두 가지 뜻).
정직한 말을 용기없이 할 수 있는 시대는 없었습니다.
... 댓글을 보니 의사는 희생하라는 도덕주의적 위선적이고 무책임한 주장들이 훨씬 많습니다.
결국 우리 사회는 의료체계가 무너져 고통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 전교조가 휘두르는 교육을 보십시오. 학교에 대한 불신, 교육청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결국 제주 교육은 무너질 것입니다.
인간을 도덕군자로 보고, 실천은 없이 말만 하는 공동체는 결국 망한다. 내가 다시 말한다, 망한다.
61.***.***.60

도민 2020-09-12 12:44:53
공공의료를 하려면 공공병원을 지어야하는건데 지금 있는 공공병원들은 적자에 허덕이며 망해가고 있는데 공공병원은 안하면서 기껏해야 10년뒤에 지역의료에서 2~3년 쓸수있는 의미없는 의사만 나라돈 써가면 키우는게 말이 안되는거죠.
122.***.***.145

이유근 2020-09-11 10:25:36
후니 씨의 주장은 지당한 말씀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부가 차세대 국민들에게 커다란 짐을 씌우게 되는 잘못된 정책을 펴면서 전문가들과 협의도 하지 않으면서 이 중차대한 시기에 정책을 밀어붙이는데 의사라는 이유로 최후의 저항조차 할 수 없다면, 그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인가? 근본적으로 의료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할 사항이지 개개인 의사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며,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의사들의 파업이 정당화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못 한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이 지경에 이르도록 한 정부의 책임에 대해서 국민들이 비판을 하여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2000년의 의약분업 사태 후 20년 만에 일어난 의사들의 대대적 파업이라는 점에 대해 국민들도 깊이 생각하여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
220.***.***.179


후니 2020-09-10 11:16:54
이 원장께서 주장한 '의료는 공공재가 아니다'는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의료는 '공공성'과 '최고의 윤리성'을 갖추어야 한다.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나는 인류에 봉사할 것이고 어떤 위협을 받더라도 환자를 위해 내 의무를 다한다'는 다짐은 그 자체로 '공공성'을 수반한다.
많은 국민들은 의사가 되기 위해 들인 '노력'과 '고비용' 구조를 이해한다. 그렇다고 의료인을 단순히 다른 전문직이랑 동일시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고도의 전문집단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리 나이 어린 의사라도 '선생님'이란 존칭을 사용한다. 이번 파업에 국민들이 거부하는 주된 이유는 '의료가 공공재'라는 것을 찬성하는 게 아니라, '환자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을 그들 스스로 저버렸기 때문이다
2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