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주민 김민주

9월 16일.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제주도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알기 쉬운 공항이야기’에 갓 올라온 새로운 게시물을 보게 됐다. ‘제주는 작은 섬일까요?’, ‘조회수 1’. 필자가 마침 첫 번째 게시물 확인자였다.

2020.09.16. 도청홈페이지>알기쉬운공항이야기>제주는작지않습니다 캡쳐화면

게시물을 열어보면 심플하게 이미지 자료 한 장이 올려져 있다. ‘작은 섬, 2개 공항?’이라는 카피 문구가 눈에 띈다. 사실 이 문구는 제2공항 반대측에서 제주도는 2개의 공항이 필요하지 않는다며 종종 사용하던 문구다. 하지만 이미지 위에 붙인 소제목을 보면 정반대의 취지에서 올린 자료임을 알 수 있다. ‘제주는 작지 않습니다. 제주보다 크기가 작거나 비슷한 섬에 공항은 2~3개 있습니다.’ 스페인 테네리페, 프랑스 과들루프, 프랑스 레위나옹, 세인트루시아 네 개의 섬을 예로 들면서 ‘지중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태평양·카리브해 지역의 많은 섬들도 다수의 공항을 갖고 있음’이라고 덧붙여 놓았다.

거의 듣도 보도 못한 섬들이었다. 합리적으로 공감대를 끌어내거나, 데이터의 신뢰를 높이려면 보편적으로 알만한 섬들을 넣을 법한데... 직감적으로 이건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민원 전화부터 넣어 보았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잘못된 정보는 아니고, 공정한 데이터로 만들어진 것’이라 답했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척, 회피한다. 다시 물었다. 수치에는 잘못이 없을지 모르지만, 소수의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뽑아 목적에 끼워 맞춘 거 아니냐, 그 ‘의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자료를 직접 만든 사람은 아니라 자세히 모르고, 조직체계라는 것이 있으니 담당부서로 보고하겠다”고 둘러댔다. 결국 예상치에서 벗어나지 않은 답변만 받고 통화가 종료되었다. 그리하여 민원 피드백을 기다리는 동안 스스로 알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민원 전화를 걸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사실을 확인해 가는 과정에서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냉장고에 코끼리를 집어넣는 방법을 목격하게 됐다.

1. 테네리페

테네리페에 이전부터 있던 노르테(북) 공항은 해발고도 610m에 위치해 잦은 안개와 변덕스런 기상여건으로 결항이 잦았다고 한다. 국제적인 기준에 미달하는 기상조건 때문에 이미 1960년부터 신공항 건설이 추진되었다. 두 번째 공항인 수르(남) 공항 건설이 진행 중이던 1977년에  활주로에서 이동 중이던 팬암 747항공기가 같은 활주로 반대쪽에서 이륙하던 KLM 747 항공기와 충돌하여 583명이 사망하는 역사상 최악의 항공 참사가 발생했다. 둘 다 카나리아섬의 라스팔마스 공항으로 가는 도중 폭탄테러 예고 전화로 공항이 일시 폐쇄되어 테네리페 공항에 착륙했는데 유도로가 다른 비행기들로 꽉 차서 활주로를 이용하여 이동하게 되었다. 그런데, 안개로 관제탑 시야가 흐려진 상황에서, 팬암기는 지시받은 탈출로를 통해 활주로를 나가지 않았고, KLM 기장은 관제승인(스탠바이)을 이륙허가로 오해하여 활주로가 비워지지 않았다는 기관사의 지적에도 이륙을 강행하여 충돌하게 된 것이다. 사고 다음 해인 1978년 수르 공항이 운항을 시작한 이후 기존 노르테 공항은 국내선만 운항하고 있다. 공항이 두 개인 것은 사실이나, 기상여건 상 어쩔 수 없이 신공항을 만든 사례로, 두 개 공항의 이용객 수를 합쳐도 제주공항 이용객 수의 절반 수준이다. 

2. 과들루프

구글지도에 과들루프 공항을 검색했지만 도청자료에 있는 세 개의 공항이 조회되지 않았다. 예상 밖의 방법으로 세 개 공항을 찾을 수 있었는데, 하나는 범위를 대폭 늘려 떨어져있는 섬까지 화면에 두고 검색했을 때이고, 두 번째는 ‘과들루프 인근 공항’이라고 검색하는 방법이었다. 물론 그 두가지 방법으로도 과들루프 본 섬에 있는 공항은 하나밖에 찾을 수 없었다.

도청자료에 있는 세 개 공항 중 하나인 푸앵티피트르 공항만이 나타났고, 베일리프 공항과 생 프랑스와 공항은 지도에 나타나지 않았다. 구글 검색을 해 봐도 좀처럼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항공권 예약 정보도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가까스로 영어로 검색해서 찾을 수 있었는데, 결과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두 공항 모두 활주로 길이가 겨우 600m 내외로 헬리콥터나 뜨고 내릴 수 있는 공항이었다. 당연히 일반 상업용 여객기는 운항도 하지 않고 있으니 항공권 정보가 없었던 것이다. 공항도 아닌 공항을 150만 평이나 되는 제주 제2공항과 비교한 것이다.

3. 레위니옹

레위니옹의 공항을 검색하면 주 공항인 롱랑가로스 공항과 섬 남쪽에 위치한 생피에르 피에르퐁 공항이 나온다. 그런데, 생피에르 피에르퐁 공항 소개 문구가 수상하다. ‘모리셔스나 마다가스카르로 가는 항공편이 운행중이다. 생피에르 피에르퐁 공항은 1998년 개항했으며, 연간 이용객수는 2018년 기준 연간 98,194명을 기록했다’. ‘B737이나 A320과 같은 중형급 항공기가 수용 가능하다’. 비행기 기종을 알아보니 130명~220명 정도를 수용하는 중형급 비행기라고 한다. 하루 평균 269명이니 소개된 중형급 비행기로 계산하면 하루에 2~3대 정도가 뜨는 공항인 것이다. 지도에서 한눈에 봐도 2100m 활주로에 버스터미널 정도의 터미널만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근처 지역으로만 제한적으로 운항하며, 하루 260여 명만이 이용하는 작은 공항을 데이터에 포함시켜 제주도에도 공항 하나 더 지어도 된다는 명분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4. 세인트루시아

자료에 나와 있는 두 개의 공항 중 조지F.L찰스 공항에 대해 알아보려 했으나 검색되는 자료가 거의 없어 축적지도로 비교해봤다. 좌측은 제주공항이고, 우측은 조지F.L찰스 공항의 비교 이미지다. 물론 동일하게 1cm:200m로 축적한 지도다. 한눈에 보기에도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규모차이가 대단하다.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 이용객 리뷰도 찾아봤는데 모두 입모아 ‘너무 작은 공항’이라 말한다. 사실 이것 외에는 도무지 인터넷에서 보통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해당 공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영어 사이트까지 찾아서야 겨우 2016년 운항 데이터를 찾을 수 있었는데, 연간 17,569회 운항에 이용객 수는 195,859명이었다. 횟수로는 하루 50회 가까이 되지만(제주공항은 1시간에 35회), 프로펠러 비행기로 평균 11명씩 태우고 인근 섬들을 운항하는 게 전부다. 

제주도청은 거짓 데이터에 기초한 가짜뉴스를 당장 내리고 사과하라

제주와 비교된 4개의 섬과 공항들을 찾아본 결과 전문가가 보지 않아도 해당 자료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료가 합리적이고, 도민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되려면, 전 세계 섬을 면적이나 인구 순으로 정리하고 제주와 비슷한 섬 몇 개를 뽑아서 공항이 몇 개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비교해 봐야 할 것이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소수의 데이터만을 자의적으로 조합해서 그게 일반적인 양 혼란을 주는 것은 통계의 함정을 이용해 도민을 속이는 일이다. 

필자는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얻는 한 명의 시민일 뿐이지만, 해당 자료는 전문가들이 방향을 정하고, 논의를 거쳐 정리한 자료일 것이다. 자료를 제작하는 데 들어간 비용은 모두 우리의 세금일 것이고, 만약 그 전문가, 공무원이 어떠한 의도를 갖고 오류투성이인 자료를 만들어낸 것이, 퇴근 후 여가시간에 취미활동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근무시간에 이루어진 일이라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것이 제2공항 찬성단체 SNS따위에 올라온 것이었다면 ‘말장난’정도로 넘어갔을 테지만, 도청홈페이지에 게시된 것은 공무원과 전문가라고 칭하는 자들의 ‘사기행각’이나 다름없다. 

자료를 만든 담당부서는, 도민들에게 알리고자 했던 정보가 실제 보편적인 실정에 어긋난다는 것이 확인되면, 수일 째 잘못된 자료가 홈페이지에 업로드 되어 있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제대로 된 ‘제주와 비슷한 면적의 전세계 섬 공항 비교 자료’를 다시 올려야 할 것이다. 앞에서는 아무리 ‘도민들의 동의 없이 추진 않는다’, ‘많은 염원과 숙원사업이기에 추진할 뿐’이라는 주장을 하지만 실제 행동은 저열하다. 떳떳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잘못’이다. 

사실 해당 게시판에 올려놓은 글 대부분이 그렇다. 공개토론회에서 찬성측 발언들만 그대로 정리해 올렸다. 아직 갑론을박 사실관계가 필요한 쟁점들도, 찬성측의 주장을 객관적인 자료인 양 올려두었다. 이번 문제를 한 번의 실수로 보지 않는 이유다. 명확한 의도를 갖고 작업했다. 공무원들은, 제주도는, 국토부는 사실 도민들의 의견과 요구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제2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를 정해두고, 그것만을 보며 달려갈 뿐이다. 그 과정에 필요하다면 코끼리도 냉장고에 집어넣는 것이 그들의 능력이다. 

김민주씨.
김민주씨.

앞으로 또 어떤 거짓과 장난들로 도민들을 속여갈지 모른다. 그러나 더이상 속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일종의 준비를 한 셈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연습이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찾아볼 것이다. 기고문을 마무리하며, 도민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 주시면 즐거울 거란 말씀 드리고 싶다.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면 알수록 코미디가 TV 속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