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웅의 借古述今] 192. 소리 좋은 여자 팔자 세다

  * 존 : 좋은
  * 예펜 : 여자
  * 팔저 쎈다 : 팔지 세다

1970년대 잔치 모습. [사진출처-제주시 사진DB]
1970년대 잔치 모습. [사진출처-제주시 사진DB]

목소리도 타고 나는 것이지만, 목소리가 낭랑해 좋은 것은 옛 사람들은 별로 탐탁하게 생각지 않았다. 소리가 좋다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이 그렇다는 유추 해석일 것이다.
  
특히 여자가 목소리가 좋으면 생애가 그리 순탄치 않을 것으로 여겼다. 여자가 소리가 고우면 노래를 잘하게 마련인데, 노래를 잘하게 되면, 자연히 이곳저곳에 가 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재능을 뽐내게 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보면 남성들의 유혹을 받게도 되어 뜻하지 않은 남녀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그냥 일인가. 풍기 문란으로 물의를 빚었으니 사람들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쯤 되면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르러 인생을 망치고 만다.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노래를 잘 불러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편하게 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집안을 돌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리 될 수밖에 없었다.
  
꼭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밖으로만 돌아다니는 여자를 남편이 좋아할 리 없고, 남편과 시부모의 눈 밖에 나 버린 여자가 온전하랴. 그러니 결국 버림을 받아 올데갈데없는 가련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닌, 자신이 몸가짐을 흐트러짐 했던 데 따라 그리 된 것으로 그야말로 자업자득이다.
 
‘소리 존 예펜 팔저 쎈다’
  
그러고 보면 제 팔자는 하기에 달렸다는 뜻이 안에 숨어 있는 듯하다. 노래 잘한다고 몸도 마음도 집을 떠나 있었으니 팔자가 좋을 리 만무하다.

예전에 딸이 재능이 있어 연예계로 나아가려 하면, 그 아버지 몽둥이로 다리를 분질러 놓겠다고 노발대발했던 이유를 알 만하다.
  
여기서 ‘소리 존 예펜’은 노래 잘하는 가수이기도 하고, 탤런트 같은 타고 난 미모의 여인일 수도 있다. 가수나 탤런트라고 모두 팔자가 세겠는가. 가수를 하든, 탤런트를 하든 중요한 것은 성품이요 행동거지다.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는 함의(含意)를 읽어야 할 것이다.

 

# 김길웅

동보(東甫) 김길웅 선생은 국어교사로서, 중등교장을 끝으로 교단을 떠날 때까지 수십년 동안 제자들을 가르쳤다. 1993년 시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문학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도서관에 칩거하면서 수필, 시, 평론과 씨름한 일화는 그의 열정과 집념을 짐작케한다. 제주수필문학회,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문학대상, 한국문인상 본상, 제주도문화상(예술부문)을 수상했다. 수필집 <마음자리>, 시집 <텅 빈 부재>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