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제주, 도두해녀회 손잡고 ‘제주 해녀 뮤지컬 버스’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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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제주가 8일 진행한 '제주 해녀 뮤지컬 버스' 가운데 뮤지컬 '해녀의 집' 모습. ⓒ제주의소리

제주해녀 뮤지컬을 실제 해녀들이 사는 마을 안에서 공연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해녀와 해녀 자녀들이 배우와 제작진으로 참여한다면? 이런 당돌한 상상이 제주섬에서 첫 발을 뗐다. 바로 극단 제주(대표 신한빈)의 ‘제주 해녀 뮤지컬 버스’다.

지난 8일 제주시 도두동 도두해녀쉼터는 분주한 모습이 연출됐다. 한 쪽에서는 막 잡아온 신선한 소라를 연신 손질하고 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음향 장비를 손보며 안내판을 설치했다. 이날 극단 제주는 공들인 문화 체험 행사 '제주 해녀 뮤지컬 버스'를 선보였다. 신한빈 대표는 '2020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문화기획학교 심화 과정’에 참여하면서, 지난 2018년 제작해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했던 자신들의 창작 공연 <해녀의 집>을 새롭게 활용했다. <해녀의 집>은 좌혜경·권미선이 2010년 제주도 해녀박물관을 통해 발표한 제주해녀 노래집 <이여 이여 이여도사나>를 기반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시작은 소극장이었지만 해녀들의 이야기를 해녀들이 직접 들려주는 방법을 고민했다. 읍면 지역보다는 오히려 시내에서 가까운 옛 마을이 문화적인 사각지대 일 수 있다는 판단에 도두해녀회를 찾았다.

신 대표는 공연, 관광, 체험을 접목한 방식을 구상했다. 참가자들은 <해녀의 집> 공연 앞뒤로 지역 명소인 도두동, 이호테우해변 같은 명소를 찾아 사진작가로부터 ‘인생샷’을 찍어본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해녀들이 직접 잡은 싱싱한 소라 요리를 즉석에서 시식하며 맛으로도 여운을 간직한다. 

<해녀의 집>은 극단 제주의 임성묵, 김슬기, 박상아, 전수연이 배우로 출연했다. 줄거리는 해방과 제주4.3을 지나며 각각 가족과 이별한 나이든 해녀, 어린 해녀 두 제주 여인의 정을 그려낸다. 배우 상체를 가리는 인형을 안고 연기했는데, 그 속에서 배우들이 아카펠라로 만들어내는 화음은 인상적이었다. 배우 가운데 박상아, 전수연 두 사람은 타 지역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배우고 고향 제주에 돌아와서 연기의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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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인형을 안고 연기를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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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인형을 안고 연기를 펼치고 있다. ⓒ제주의소리

<해녀의 집>은 해녀들의 즉석 공연으로 예상치 못한 호응을 얻었다. 양순옥 도두해녀회장의 제안으로 자리에 앉아있던 도두 해녀들이 <이어도 사나>를 다함께 부르면서 도두해녀쉼터는 짧은 순간이지만 모두가 어우러진 공연장으로 탈바꿈 했다. 

양순옥 회장은 “도두해녀회는 독일에서도 초청 공연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 해녀들은 지금도 꾸준히 모여서 전통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면서 “손녀 뻘 되는 배우들이 수경에 모자까지 챙겨서 우리 이야기를 하니 기특하기도 하고, 옛날 이야기에 가슴이 짠해지기도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제주 해녀 뮤지컬 버스’ 일정을 처음부터 참여한 이은주 연극놀이터 와랑와랑 대표는 “최근 들어 제주해녀를 공연 예술과 접목하는 크고 작은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오늘은 실제 해녀들과 함께 할 때 느껴지는 실체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해본다. 극 속에서 구체적인 전달 사례가 보완된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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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회장의 제안으로 갑작스레 성사된 도두 해녀들의 공연.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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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마치고 해녀들이 직접 따온 소라를 모두가 맛보고 있다. ⓒ제주의소리

신한빈 대표는 “비단 도두동 뿐만 아니라 제주 지역 어느 해녀 마을이라도 해녀와 그 자녀, 손자들이 직접 공연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런 시도가 있다면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함께 배우면서 전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계획했다”면서 “마을 마다 각 지역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마을 주민들이 공연한다면 모든 해녀의 집이 공연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예술과 지역 문화의 상생을 꿈꿨다.

극단 제주는 이번 제주 해녀 뮤지컬 버스는 제주문화기획학교 심화과정의 일환으로 시도한 만큼, 향후 극단 활동을 이어가면서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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