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추진하는 오등봉공원 개발 사업에 대해 토지주들이 “합법을 가장한 편법을 동원해 오등봉과 한천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감사원 국민감사 청원 등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등봉공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상윤, 이하 비대위)는 23일 “오등봉공원 민간특례사업 관련, 제주시가 공원추진사업자들과 MOU를 체결하는 등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와 경관심의부터 제대로 하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문헌조사 중심으로만 춘계와 하계 등 두 계절 조사로 그친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최소 4계절 이상 현장조사 하게돼있는 환경영향평가 결과로 은근슬쩍 둔갑시키려는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더불어 “사업예정지에 서식하는 팔색조, 원앙, 두견이와 멸종위기종 긴꼬리딱새, 법정보호종 벌매 등 32종·481개체의 조류에 대한 환경영향 조사는 물론 생태계 보전 대책을 문헌조사만으로 가능하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따졌다.

특히, 천연기념물인 맹꽁이 서식지로도 알려진 한천에 대해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 측이 지난 11월 작성한 환경영향평가 문서에 따르면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조차 맹꽁이를 포함한 양서파충류에 대한 조사 방법을 확대하라고 별도 명시했다. 이제 봄과 여름이 지난 상황에서 가을과 겨울에 맹꽁이 서식지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여기에 “새로 들어설 공공하수처리장도 곧바로 포화상태나 다름없고 인근 초등학교도 포화상태인데, 이에 대한 대책과 평가까지 환경영향평가에 담겨야 한다. 하지만 대책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 제공=오등봉공원 비상대책위원회.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 위치도. 제공=오등봉공원 비상대책위원회.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 제공=오등봉공원 비상대책위원회.
도시공원(오등봉) 민간특례사업 토지이용계획도. 제공=오등봉공원 비상대책위원회.

경관 심의에 대해서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오등봉과 한천은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그저 입주민들만을 위한 뒷동산과 단지 속 내창으로 전락할 것인데 이것이 과연 제주도민을 위한 사업”이냐고 반문했다.

특히 “오름 주변에는 오름 높이를 기준으로 일정 높이 이상 건물이 못 올라가게 되어 있고, 하천을 기준으로는 45도 각도 이상의 건물이 들어설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민간특례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 무시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단순한 편법 수준을 넘어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토지 보상을 높게 받으려는 전략’이라는 자신들을 향한 비판에 대해 반박했다.

이들은 “현재 토지 보상 체계에서도 공원 지구를 해제한 상황에서의 토지 가격 보상이 적용된다. 그렇다면 현재 토지 가격의 몇 배에서 몇 십 배는 상승할 것이고 그것을 생각할 때는 이렇게까지 문제 제기할 까닭이 없다”면서 “보상을 아무리 많이 받는다하더라도 양도세와 지방세 등으로 보상액의 절반 이상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제적 유불리로 문제 제기하는 건 아니”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미 20년 동안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한 끝에 토지를 강제 수용 당하게 생겼는데 그마저도 편법과 불법으로 사업이 추진되는 것 자체가 토지주들로서는 억울한 일”이라며 “이럴 바엔 차라리 공원지구를 법대로 해제하고 토지주들에게 되돌려달라”고 피력했다.

도시공원지구 해제 시 빌라 등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주장에는 “오름 자체는 절대보전지역이라 해제되더라도 일체 개발행위를 할 수 없다. 현재 도시공원 지구 내 다른 토지들도 다들 자연녹지와 경관지구 등으로 묶여 있어 건폐율이나 개발에 상당한 제약이 존재한다.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보다 훨씬 더 환경영향이나 경관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제주시와 호반건설컨소시엄 측이 공개적인 회의 자리가 원활치 않은 코로나 시국을 틈타 주민설명회나 필수적인 소통 절차도 대충 생략한 채 무조건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면서 “감사원 국민 감사 청원과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 영산강유역환경청 제주사무소에 민원제기, 반대 서명 운동 등 다각적인 대응에 본격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제주시와 호반건설 컨소시엄은 제주시 오등동 1596번지 일원 76만4863㎡에 공동주택 1429세대를 건설할 예정이다. 부지 내 비공원 시설 9만5080㎡에 공동 주택을 짓고, 공원 시설에는 도로, 광장, 조경시설, 휴양시설, 녹지 등을 건설한다. 건축 연면적은 21만7748㎡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8162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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