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장터 기행 1] 제주시 함덕오일장

▲ 손등까지 내려온 할머니 주름에서 인심까지 사 왔다. ⓒ 김강임
손등까지 내려온 할머니 주름 인심 듬뿍

"우영 밭에서 심은 거 주!"

이마의 주름이 손등까지 내려온 할머니는 빨간 바구니에 양파 1개를 더 얹어 주셨다. 토실토실한 양파가 꼭 할머니의 마음처럼 꽉 차 있다. 할머니의 은발 머리가 아침 햇빛에 반짝였다. 1천원어치 양파를 담아온 나는 행복까지 살 수 있었다.

길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계시던 할머니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인심을 듬뿍 담아 주신다.

지난 6일 오전 9시 제주시 조천읍 함덕 오일장, 매월 1일과 6일에 장이 열리는 함덕오일장은 해변이 아름다운 함덕해수욕장에서 5분 거리에 있다. 6월의 시골 장은 마늘수확과 보리수확을 앞두었기 때문인지 한산했다.

▲ 직접 바다에서 따온 미역,톳을 파는 할머니의 모습 ⓒ 김강임
농부의 땀방울이 어린 곳

시골 장날 물건 파는 상인들이라야 마을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할머니들은 각자가 집에서 가꾼 푸성귀와 바다 밭에서 따온 미역과 톳을 가지고 나왔다. 그렇다 보니 중간 상인을 거칠 필요가 없다.

담합이나 덤핑, 뒷거래의 의혹이 필요치 않은 순수함이 묻어난다. 때문에 여느 대형마트의 농수산물보다 농부들의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듯하다. 그렇다 보니 가격 형성도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 콩, 팥 등 갖가지 곡식에 자루마다 가득하다. ⓒ 김강임
사실 요즘 시골에까지 중소형 마트들이 들어서다 보니 오일장은 찬밥 신세가 될 것은 뻔하다. 하지만 중소형 마트의 가격은 0.1kg만 초과해도 가격이 더 붙여지지만 재래시장이나 시골 장은 어르신들의 눈짐작이 곧 저울이다.

인심 후한 시골사람들의 손끝에서는 덤으로 얹어 주는 인심에 더더욱 감동을 받는다. 오전 9시면 시골 장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갈 즈음인데 찾아오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 마늘이 100개에 1만원이면 비싼가요? ⓒ 김강임
올해는 마늘농사가 흉년인가 보다. 마늘을 쌓아놓은 할머니 곁에 가서 슬그머니 가격을 물어보았다.

내가 "할머니, 이 마늘 가격은 얼마예요?"라고 물으니, "응, 올핸 마농 농사가 잘 돼서 비싸우다"라며 훈수를 준다. 대체 마늘값이 얼마나 되기에 마늘 파는 할머니가 비싸다고 엄포를 놓는 것일까?

"얼마나 비싼데 마심?"이라고, 물으니 할머니는 "어, 100개에 1만원이우다"라고 짤막한 대답으로 일관한다.

'마늘 100개에 1만이면 가격이 과연 비싼 것일까?'라며 나는 잠시 머리를 굴렸다. 1개에 100원인 마늘이 비싸다고 호들갑 떨면 농부의 마음은 어떠할까?

지난 가을 마늘을 파종하여 겨울을 나고 초여름까지 땅에서 묻혀 있을 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농부들의 손이 갔을까 생각하니 마늘값은 그리 비싼 편이 아닌 것 같다.

▲ ⓒ김강임

집에서 씨를 뿌려 키워낸 호박 모종과 오이 고추 모종, 집에서 기른 닭이 나은 달걀. 농부의 땀방울이 송글송글 묻어나는 오일장 풍경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한적했다.

▲ 시골 장터의 시설은 영세하다. ⓒ 김강임
▲ 길거리가 곧 시골장터 ⓒ 김강임
▲ 점포가 없으니 자신의 트럭이 바로 가게이다. ⓒ 김강임
시골 장터, 현대화 이뤄져야

하지만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예나 지금이나 시골 오일장은 현대화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번듯한 오일장 팻말 하나 없고, 상인들이 마음 놓고 장사를 할 만한 점포 하나 없으니 말이다.

햇빛을 가로막을 천막이 있을까. 그저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으면 물건을 거래하는 사람들. 시골 오일장은 풍경은 아직도 애환이 담겨 있다.

마을 사람들이 얼굴을 보며 소문을 들을 수 있는 정겨움이 묻어나고, 고령의 할머니들의 아지트가 될 수 있는 그 맛이 잃어 갈까 걱정이다. 시골 장터, 재미와 향수, 그리고 테마가 있는 오일장으로 활성화 시켰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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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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