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시선] 직면한 위기,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소리시선’(視線) 코너는 말 그대로 독립언론 [제주의소리] 입장과 지향점을 녹여낸 칼럼란입니다. 논설위원들이 집필하는 ‘사설(社說)’ 성격의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정기적으로 독자들을 찾아 갑니다. 주요 현안에 따라 수요일 외에도 비정기 게재될 수 있습니다. / 편집자 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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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국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하루에 60여만 명, 보름에 1천만 명씩 증가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세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국제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한국시간 12일 기준으로 세계 누적 확진자가 9,067만 명, 사망자가 194만2천 명에 이르고 있다. K방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우리나라도 최근 3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1월 12일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가 69,651명, 누적 사망자가 1,165명에 이르고, 그동안 코로나 청정지역이던 제주도도 누적 확진자가 489명에 달해 코로나 위기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도민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농어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여행업체, 문화예술계, 교육계 등에 종사하는 이들은 하루가 삼 년처럼 느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언젠가는 코로나가 종식될 것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과 이후는 많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코로나와 싸우면서 ‘비대면’, ‘비접촉(언택트)’, ‘온라인’이라는 말에 익숙해졌다. 실제로 경제, 사회, 교육, 문화, 종교,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산업에서는 생산자, 소비자, 판매자들 사이에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빈번히 이뤄지고, 학교에서는 비대면 강의와 세미나가 이뤄지며, 종교계 역시 비대면 법회, 예배, 미사가 이뤄지고, 예술인과 관객도 온라인에서 화상으로 만나고 있으며, 심지어 일반 시민단체나 동아리 모임의 회의도 화상에서 이뤄지고 있다.

어느 누구도 영상강의와 화상회의가 이처럼 빨리 현실화될 줄 몰랐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디지털 정보기술 사회가 10년 이상 앞당겨지고 있는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학생과 교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대면 강의가 이뤄지고 있다. 필자도 지난해에 조교와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면서 비대면 강의를 하고 화상 세미나에 참여한 바 있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정도 화상으로 만나는 것에 익숙해져서, 웬만한 회의는 비대면으로 하자고 나서는 상황이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수산물을 판매하거나 구매할 때 온라인 거래가 선택적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직접 대면하거나 접촉하는 것을 금하다 보니 온라인 거래가 필수가 되었다. 문제는 디지털 정보기술에 익숙지 못한 기성세대들이다. 생산자와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없으면 상품을 판매하거나 구매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디지털 정보기술에 익숙지 않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온라인과 디지털 정보기술에 익숙지 못한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게 최근에 활성화되는 온라인 거래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인 셈이다.

미국의 문명비평가인 제레미 리프킨은 이미 오래전에 앞으로 모든 산업에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지면서 일(노동)이 사라지는 ‘노동의 종말’을 예고하였고, 전통적인 시장이나 매장은 사라지고 온라인 상거래가 중심이 되는 ‘접속의 시대’를 예측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집, 자동차, 기계 등을 소유하기보다는 임대하는 쪽으로 갈 것이고, 재산을 평가할 때도 물건이나 부동산을 얼마나 가졌느냐를 따지기보다 어떤 정보나 지적재산이 있느냐를 따지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다. 점차 그의 예측대로 가고 있다.

앞으로 제주지역의 산업도 디지털 정보기술을 활용하지 않으면 낙오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참에 기존 산업들도 적어도 비대면과 온라인에 익숙해져야 하고, 코로나 위기를 디지털 정보기술 사회에 적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아무래도 디지털 정보기술은 부모보다는 자식이, 기성세대보다는 청년세대가 훨씬 앞서 있다. 부모(기성)세대의 경륜과 지혜를 자식(청년) 세대의 참신함과 디지털 지식에 혼합한다면, 4차산업혁명의 거센 파고를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어쩔 수 없이 비대면과 온라인을 강요받고 있는 이 시기를 4차산업혁명 시대를 학습하고 적응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지금 우리가 겪는 이 고통들이 헛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현대는 생산과 판매를 통해 돈을 벌던 전통 산업사회에서 새로운 체험과 놀거리들을 제공하여 돈을 버는 문화산업사회가 되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그러한 체험경제와 문화산업에는 거의 낯선 상황이다. 따라서 1차산업에서부터 문화산업에 이르기까지 디지털기술과 온라인에 익숙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세대의 적극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 제주사회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성세대들은 청년세대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포용해야 한다.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윤용택 제주대 철학과 교수 ⓒ제주의소리

온라인 시대는 어떤 분야든 타고난 재능과 진정성이 있으면, 순식간에 널리 알려져 결국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온라인 시대에는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끝까지 속일 수는 없다. 따라서 온라인 시대에는 예전보다 품질이 더 뛰어나야 하고, 재능과 실력을 갖추어야 하며, 진정성과 독자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먹거리, 제품, 작품, 재능, 경관 등에서 뭔가 내세울만한 게 있다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고 반드시 좋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 위기를 4차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고 마침내 이겨내는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 윤용택 논설위원·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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