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교육주체다] (10)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 인터뷰

흔히 교육의 3주체로 ‘교사·학생·학부모’를 꼽는다. 잠시 시선을 돌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또다른 주체가 있다. 교육활동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소위 ‘비교사 노동자’로 호칭되는 이들도 분명한 교육주체다. 학교라는 교육공간에서 노동의 차별은 반드시 없어져야 하고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존중도 보장되어야 한다. 경쟁과 차별을 넘어 협력과 지원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이 자리잡고 있는 주민자치 교육감 시대다. 독립언론 [제주의소리]가 현장 전문가의 릴레이 와이드 인터뷰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한다. / 편집자

코로나19 이후 한국 사회에서 돌봄노동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돌봄전담사가 작년 파업을 하면서 운영 주체, 돌봄전담사의 노동 과정과 처우 개선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제주도내 병설유치원에서는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가 돌봄전담사와 유사한 역할을 맡고 있다. 유치원 교사가 오전 기본 과정 수업을 마치면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가 아이들을 맡아 오후 5시까지 유치원 방과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유치원 방과후 노동자들은 여성노동자로서 이중의 돌봄 부담을 지고 있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유치원에서는 오후 시간 방과후과정을 맡아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우리 사회 필수노동이라고 할 수 있는 돌봄노동을 하고 있다.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로서 일하고 있는 이선희씨(42세, 가명)와 박명아(46세, 가명)을 지난 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선희씨는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로 일한 지 3년 반째. 최근 육아휴직 1년을 하고 작년 2학기에 복직을 했다. 박명아씨는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로 일한 지 10여년이 넘었다. 2006년 유치원 보조 교사로 처음 일을 시작했다. 2009년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기 위해 2년 쉰 기간을 제외하면 쭉 유치원 방과후 일을 해왔다.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의 근무 시간은 5시간이다. 1시간은 행정, 수업 준비, 마무리, 청소 등의 시간이고, 4시간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방과후 과정 시간이다. 

이선희씨는 ”5시간 근무를 하는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를 택한 것은 개인적인 이유에요. 8시간 근무가 부담스러운 것은 육아 때문이었고, 파트타임 노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를 2년 정도 했어요.“ 

이선희씨는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로 일하기 전에는 사립 유치원에서 8시간근무로 일을 했다. 여성노동자로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유치원 방과후 일을 선택했다. 

박명아씨 역시 이 일을 선택한 것은 이선희씨와 똑같은 이유다. 차이가 있다면 이선희씨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보장된 육아휴직을 1년 썼고, 박명아씨는 기간제 노동자로서 출산 이후 2년 동안 일을 그만뒀다. 이선희씨가 작년 육아휴직을 쓸 때는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가 무기계약직 노동자로 전환된 상황이었고, 박명아씨는 출산과 육아를 위해서는 일을 그만 둘 수 밖에 없는 기간제 비정규직 노동자 신분이었다. 

문재인 정부 취임 첫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펼쳤고, 제주도교육청도 정규직 전환 심의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했다. 돌봄전담사, 개관시간연장근로자 등 일부 직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당시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는 4시간 근무를 하는 기간제 교원 신분이었다. 기간제 교원 신분이라는 이유로 상시지속적인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지부장 김은리)는 이름도 길고 낯선 유치원 시간제 기간제 교원을 조직하기로 마음 먹었다. 당시에 조합원이 한 명도 없는 상황. 노동조합으로 조직할 때 무기계약직 전환이 가능하라라 생각했다.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는 정규직 전환 심의 위원회가 끝날 즈음 130여개 병설유치원에서 일하는 유치원 시간제 기간제 교원을 일일이 방문해 노동조합 가입을 권유했다. 노동조합으로 가입해 함께 싸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자고 설득하고 조직을 시작했다.  

당시 유치원 시간제 기간제 교원은 기간제 노동자로서 이중 삼중 차별을 받고 있었다. 먼저 고용불안에 시달렸다. 학교장에 따라 1년 또는 2년 시간제근무 기간제 교원으로 계약을 맺었다. 유치원 시간제 기간제 교원은 메뚜기처럼 1년마다, 2년마다 다른 학교로 가서 계약을 맺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박명아씨는 ”당시 계약을 하면서 3월 2일부터 그 다음 해 2월 중순까지 계약을 하면서 1년이 안되어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사실상 1년을 일하고도 근로 계약이 1년에 못 미쳐 부당하게 퇴직금을 받지 못했던 것. 이어 박명아 씨는 ”임금도 기간제 교원이었지만 호봉 상한을 두고 대부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저임금이었다“고 밝혔다. 

제주도교육청이 유치원 시간제 기간제 교원 제도를 2014년부터 시작하면서 첫 해에는 교원이 받던 급여 체계를 그대로 적용했지만, 2015년부터는 경력이 몇 년이든 13호까지만 기본급을 지급하는 호봉 상한을 두고 교직수당 이외에 급식비, 명절휴가비 등 복리후생 임금을 포함해 모든 수당을 일절 지급하지 않았다. 고용불안, 저임금노동, 그리고 여성노동자의 시간제노동이라는 이중 삼중의 차별이 있었다.

사진=박진현. ⓒ제주의소리
모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의 13호봉 시간제 근무 기간제 교원의 임금 내역. 사진=박진현. ⓒ제주의소리

유치원 시간제 기간제 교원의 열악한 노동 조건 때문에 읍면 지역에서는 매년 2월이 되면 구인난에 시달렸다. 꼭 필요한 인원이지만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는 2019년 3월 1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제주도교육청 정규직 전환 심의 위원회는 끝났지만, 노동조합이나 유치원 시간제 기간제 교원에게는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었다. 2018년 몇 개월 사이에 유치원 시간제 기간제 교원 130여명 중 100여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기자회견, 도의회 정책 간담회, 선전전 등을 2018년이 끝날 때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 2019년 3월 1일 무기계약직 노동자로 전환됐다. 

사진=박진현. ⓒ제주의소리
유치원 시간제 근무 기간제 교원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박진현. ⓒ제주의소리

이상의 시 '오감도'에는 ”싸움하는사람은즉싸움하지아니하던사람이고“라는 구절이 있다. 차별을 받지 않아본 사람은 차별을 하고도 차별을 한 줄 모르고, 여성으로 노동자로서 차별을 받은 사람은 그 설움을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디고 있지만, 마음으로 곱씹고 되씹게 된다. 

유치원 방과후 선생님들은 허울만 좋은 시간제 기간제 교원에서, 즉 교사에서 스스로 노동자가 되기를 선택하고 싸웠다. 임금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교육공무직 임금이 교사 임금에 비해 워낙 낮기 때문이었다. 무기계약직 전환 이후 무엇이 좋았냐고 물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박명아씨는 ”존중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아요“라며 ”계약직으로 일 할 때는 아무래도 하대를 받았어요. 이전에는 1년만 있다가 갈 사람이라고 생각들을 하니까요.“라고 밝혔다. 이선희씨는 ”무기계약직, 교육공무직 노동자가 되기 전에는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를 위한 책상과 컴퓨터가 마련되지 않아서 교육과정 선생님들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를 눈치 보며 사용했어요“라고 말했다. 일을 하기 위해서 개인 책상과 컴퓨터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지만, 계약직 신분일 때는 그 마저도 보장이 되지 않았다.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 대부분이 출산, 육아기 여성노동자들이다. 무기계약 전환 직후 노동조합에 육아휴직 상담도 많았다. 

코로나 상황에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로서 일하는 것이 어떤지 물었다. 이선희씨는 ”아이들은 친구와 함께 놀이하고 싶지만 우리들은 친구와 가까이 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코로나가 만든 슬픈 풍경이었다. 이어 이선희씨는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방학에는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가 8시간을 홀로 아이를 돌본다“며 ”어떤 경우에는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조차 뒤로 미뤄진다.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는 더운 여름방학과 추운 겨울방학에 하루 8시간을 보조인력 없이 아이를 홀로 돌보게 되어 노동 강도가 높은 뿐 아니라 코로나 상황에서도 더 감염 위험이 높은 환경에 노출된다고“고 토로했다. 

학교는 언제나 ‘안전 최우선’에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가 학기 중과 달리, 방학 중에 8시간을 홀로 아이를 보는 환경은 ‘안전 최우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교사가 안전하지 못하면 아이들도 안전하지 못하다. 

유치원생들이 급식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2미터 간격으로 줄 서있는 모습이다. 출처=김정숙, 오마이뉴스.
유치원생들이 급식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2미터 간격으로 줄 서있는 모습이다. 출처=김정숙, 오마이뉴스.

무기계약직, 교육공무직 노동자로 전환됐지만 바꿔야할 것들은 많다. 가부장제하에서 여자로서 가족 돌봄을 해야하는 본분(?),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로써 아이돌봄을 제공하야 하는 노동. 전환을 이뤄야 할 것은 유치원 시간제 근무 기간제 교원이 유치원 방과후 전담사로 전환된 것 뿐만 아니다. 

코로나19가 학교에 던진 과제들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학교는 어디로 가야하는가. 코로나 19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돌봄노동, 필수노동. 그리고 거기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안전과 처우. 그리고 여성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하게 사는 삶 자체를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닐까.

# 박진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는 학교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가입하는 노동조합으로 조합원 1천3백여명의 제주지역 최대노조다. 박진현 국장은 2014년 4월부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일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와 공공운수노조 중앙에서 일한 햇수를 합하면 20년 가까이 노동조합에서 일했다. 박진현 국장은 원래 부산 사람이다. 2013년 제주로 이주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제주로 이주하면 노동조합에서 절대로 일하지 않겠다고 떠들었지만 헛말이 됐다. 지금 제주 와서 가장 잘한 일을 뽑으라면, 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에서 일한 것이다.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고, 한 해도 파업과 투쟁을 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노동조합 하는 보람과 재미를 느낀다. 노동존중 평등학교를 실현하기 위해, 조합원들의 노동과 삶을 전하고자, 제주의소리에 연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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