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과정 온라인 생중계...허멩이답도리, 해설 등 코로나 반영한 새 구성 ‘호평’

ⓒ제주의소리
2021 탐라국입춘굿이 2~3일 비대면 온라인 중계로 마무리됐다. 사진은 서순실 심방이 보리를 들고 올해 보리농사가 풍년이라고 전망하는 낭쉐몰이 장면. ⓒ제주의소리

사상 처음으로 전 과정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탐라국입춘굿’이 2일~3일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코로나19 때문에 현장을 찾을 수 없었지만 새로운 소통 방법과 함께 코로나 없는 세상을 기원했다.

‘2021 신축년 탐라국입춘굿’은 ▲코로나와 비대면 ▲위로라는 주제로 요약할 수 있다.

입춘 날까지 전국에서 매일 300~400명 규모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5인이상 사적모임 금지라는 엄격한 통제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탐라국입춘굿은 관계자를 제외한 현장 출입을 일절 통제했다. 관계자 역시 50명으로 제한했다. 

3일 입춘 당일, 평소라면 입춘 주전부리 냄새가 진동했을 관덕정 마당은 텅 비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담장 너머 들려오는 소리 울림으로 입춘굿 소식을 인지할 수 있었다. 유일한 출입구인 제주목 관아 주차장은 평소라면 입춘국수를 맛보느라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소다. 하지만 지금은 발열체크, 손 소독, KF94 마스크 강제 착용, 제주안심코드 인증 등의 엄격한 방역 조치가 이뤄졌다. 주차장 한쪽에는 만에 하나 있을 격리 조치를 대비하는 공간까지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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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구에 설치한 방역 부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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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굿 무대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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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으로 진행해 한적한 제주목 관아 전경.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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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으로 진행해 한적한 제주목 관아 전경. ⓒ제주의소리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했어야 할 제주목 관아 경내는 제주큰굿보존회를 비롯한 참가자와 제작진을 제외하면 한산한 모습이었다.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사라진 입춘굿판이지만 올해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이번 탐라국입춘굿은 제주시-제주민예총 유튜브, 제주의소리TV라는 온라인 영상 플랫폼으로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현장에는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하는 카메라를 비치하며 생동감을 살리는데 매진했다. 여기에 더해진 해설·진행자는 입춘굿 행사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화룡점정이었다.

방송 경험이 풍부한 문화평론가 김동현, ‘할망 전문 인터뷰어’로 명성 높은 방송인 겸 작가 정신지, 굿·무속 전문가 한진오 세 사람은 현장에 차려진 부스에서 이틀 동안 생방송을 진행했다. 김동현이 진행하고 한진오가 해설하면서 정신지가 질문과 함께 추임새를 넣는 ‘토크’ 조합은 빈틈없는 영상을 만들어냈다. 특히 입춘굿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어도 자료에 의존해야 했던 기존 방식을 해설·진행자 시스템이 보완하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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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국입춘굿에서 해설-진행을 맡은 한진오(맨 왼쪽부터), 김동현, 정신지.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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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중계에서는 굿 중계와 해설 화면을 동시에 송출했다. ⓒ제주의소리

비록 현장 행사와 비교하면 유튜브 시청자는 적었지만, 타 지역에서 반갑게 보고 있다는 반응도 확인됐다. 제주목 관아를 가득 채운 다채로운 체험 행사는 SNS신청, 드라이브스루 같은 방식으로 대체했다. 놀이고팡이 제작한 그림자극 '우리가 봄이 되는 날', 제주 전통연만들기 같은 영상물도 송출했다.

2021 탐라국입춘굿은 내용적으로도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도민, 국민들을 위로했다.

“저 생이(새)는 보통 생이가 아니다. 공기 중을 날아다니며 온갖 궂을 것을 물어다 놓는 코로나라는 생이다. … 내가 총으로 빵 쏘면 총알이 생이 똥구멍으로 들어가 코로 나온다.” 

가면을 쓰고 마당을 누빈 입춘 난장은 즐거운 언어유희를 선사했다. 코로나 생이를 멀리 쫓아낸 사냥꾼이 “이제 자영업자들은 손님이 가득, 관광지는 관광객으로 가득하고, 제주사람들은 예전처럼 오순도순 정 나누며 행복하게 살 것”이라고 유쾌하게 당부한다.

지난해는 입춘굿이 열리지 못해 제주에 내려오지 못했다는 자청비 신은 "올해는 제주에 오긴 했는데 자가격리를 2주간 하면서 잘먹어 살이 쪘다"면서 "지난 번보다 곡식을 더 많이 가져왔다"고 너스레를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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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 '코로나'와 사냥꾼의 유쾌한 대결이 펼쳐진 입춘 난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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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가운데)와 정수남(오른쪽). ⓒ제주의소리

거리는 어둡고 한산했습니다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더욱 힘들고 고달팠습니다
이제 경자년 가고 흰 소가 밭을 가는 신축년입니다

오늘이 그날, 탐라국입춘굿입니다
코로나 역병도 훠이훠이 물러가고 온갖 잡귀잡신도 물러가는 날입니다
너도 나도 우리 되어 몸도 마음도 푸르러지는 날입니다
우리가 마침내 봄이 되어 땅도 하늘도 푸르러지는 날입니다

올해 입춘굿의 호장, 김수열 시인은 진심 어린 따스한 ‘입춘덕담’으로 감동을 안겨줬다. 제주울림 뮤지컬 어린이합창단은 노래와 연기로 희망찬 새날을 기원했다.

종이인형 ‘허맹이’에 죄를 담아 먼 곳으로 보내는 ‘허멩이답도리’, 천연두에 걸린 아이들의 나쁜 기운을 걷어가서 병을 낫게 해주는 신 ‘서신국 마누라’에게 모든 나쁜 병을 보내는 ‘마누라배송’ 등은 코로나 시대에 맞게 추가한 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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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굿 장면. ⓒ제주의소리

제주민예총 이종형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여러 안타까움을 잘 간직해서 내년에는 보다 풍성하고 따뜻한 분위기로 시민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는 입춘굿 한마당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안동우 제주시장 역시 “2021년 올해가 코로나19 극복의 원년이 돼 집집마다 입춘대길의 희망이 활짝 꽃 피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2022년 입춘굿은 더 큰 봄맞이 축제 되길”
[인터뷰] 이종형 제주민예총 이사장

이종형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첫 번째 온라인 탐라국입춘굿으로 기록될 2021년을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없어 힘들었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안심하고 목 관아에서 환호하고 즐기는 입춘굿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Q. 올해는 사상 첫 온라인 비대면 탐라국입춘굿으로 남게 됐다. 준비 과정은 어땠나?
A. 무엇보다 가장 아쉬운 점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이 모여 입춘굿의 의미를 나눠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시민들이 최대한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고 계획했다. 입춘국수, 입춘춘첩 같은 비대면 참여 행사 입춘맞이는 이런 취지에서 준비했다. 처음 겪는 상황이기에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고 고민이 많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했다.

Q. 올해 탐라국입춘굿 내용을 보면 코로나19에 대한 내용이 곳곳에 포함돼 있다.
A. 예전부터 제주에 돌림병이 유행했을 때 마을 단위로 굿을 했다고 알려진다. 올해 입춘굿은 대표적으로 허멩이답도리와 마누라배송을 꼽을 수 있다. 마누라는 ‘천연두’의 옛 이름이다. 허멩이답도리를 공식적으로 재현하는 건 굉장히 오랜만으로 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고통 받고 있다. 역병이 하루 빨리 물러가고, 제주사회를 뒤덮은 나쁘고 불우한 기운 역시 조속히 물러가라는 부탁을 1만8000신에게 요청하고자 허멩이답도리와 마누라배송을 추가했다.

Q. 내년 입춘굿은 어떻게 기대하나.
A. 코로나 백신이 잘 접종되면 내년 입춘굿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목 관아에서 안심하고 환호하는 입춘굿이 열리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신명나는 봄맞이 큰 잔치를 준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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