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관리해야 할 도지사가 오히려 도민사회 갈라치기…“민의 거역” 사퇴론 부글부글

제주도가 도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우세한 제2공항 건설 문제에 대해 ‘강행’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하기로 하면서 제주사회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달 22일 민의의 전당에서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도민통합과 공동체 회복에 함께 해 달라”던 원희룡 지사가 직접 ‘강행’을 천명하면서 도민사회의 배신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민의 배반 원희룡 사퇴 목소리

도민사회에서는 마을공동체를 완전히 붕괴시킨 ‘제2의 강정’이 재현됐다는 한탄의 목소리와 함께 민의를 뒤집은 원희룡 지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반면 제2공항 찬성 측에서는 원 지사의 ‘강행’ 의지를 등에 업고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국책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라”며 국토교통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원희룡 지사는 10일 오후 3시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2공항 추진 의사가 담긴 의견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본인 스스로 ‘제2공항을 둘러싼 갈등에 마침표를 찍자’고 했던 도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우세한 것과 관련해 “여론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공항 인근 지역은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반면 공항에서 먼 지역은 반대가 우세하다는 점이다. 기존 공항과의 조화로운 운영에 대한 염려가 반영된 것”라며 아전인수 해석을 내놨다.

특히 “여론조사를 통해 공항 입지에 대한 성산지역 주민 수용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도민전체 의견을 왜곡했다. 무엇보다 성산읍 내에서도 제2공항 건설 예정부지에 속한 3개 마을에서는 ‘반대’ 의견이 훨씬 우세했음에도 ‘성산읍’ 전체로 퉁 친 것이다.

이에 대해 제주 제2공항 강행정지 비상도민회의(이하 비상도민회의)는 “공식 절차를 거쳐 확인된 도민의견을 거역한 원희룡 지사는 즉각 사퇴하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비상도민회의는 원 지사의 기자회견 직후 긴급성명을 내고 “원희룡 지사가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도민의 민의를 배반하고, 비열하고 비굴하게 토건투기세력에 머리를 조아리는 행태를 저질렀다”고 맹비난했다.

또 “원 지사는 2019년 당정 협의로 합의된 공정한 여론조사를 통해 수렴된 도민의 ‘반대’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하는 것으로 역할이 끝났다”며 ‘여론조사 이후 갈등을 야기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도민의 대표기관인 도의회와 합의해놓고도 도민사회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부와 제주도가 짬짜미?

제주도와 국토부간 ‘짬짜미’ 의혹도 제기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어제(9일) 국토부 항공실장이 제주도 행정부지사를 면담하더니 오늘 제주도가 제2공항 강행추진 의견을 국토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며 “국토부와 짬짜미를 통해 사업 강행을 모의하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희룡 지사는 더 이상 도지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자질도, 자격도 없다. 도민의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 도지사는 제주도에 필요 없다”며 “본인의 정치적 생명을 건 도발을 감행한 만큼 정치적 책임을 지고, 당장 지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원희룡 도정의 입장에 적극 동의한다”며 원 지사를 엄호했다. 국민의힘은 도민 여론조사 전후로 ‘제2공항 찬성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쳤었다.

이들은 “대형 국책사업인 제2공항 추진의 가장 중요한 어려움인 지역주민들의 수용성은 성산지역 주민들의 높은 찬성 의견으로 사실상 해소됐다”며 “제주도는 제2공항에 대한 접근성을 확보하고, 환경관리 역량을 제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강력히 추진함으로써 갈등 요인들을 해소해나가는 노력을 경주해 달라”고 제주도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국토부를 향해서는 “원희룡 도정의 제2공항 사업 추진 결정을 적극 수용하고, 법적 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임을 고려해 제2공항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라”고 압박했다.

갈등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할 도지사가 ‘찬성론자’들의 손을 들어 줌에 따라 이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도민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제2공항 추진 논란에 마침표를 찍으려던 ‘당·정’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더 이상 폭탄 돌리기를 봐줄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당·정 협의 이후인 지난 2020년 11월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정부는 제주도민들이 어떤 선택을 하던 그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월15일부터 17일까지 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한 곳은 찬성 43.8%, 반대 51.1%, 다른 조사기관은 찬성 44.1%, 반대 47%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KBS제주 여론조사 "도민 뜻 따라 철회" 64.5%

이와 별개로 KBS제주가 여론조사기관 (주)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3월6~7일) 결과, ‘국토부가 전체 도민 뜻에 따라 사업을 철회해 한다’는 의견은 64.5%나 됐다. ‘성산주민 뜻에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은 28.2%에 불과했다.

제2공항을 둘러싼 도민의견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이제는 ‘당·정’이 결자해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제주도민들은 ‘강정의 눈물’을 기억한다. 제2의 강정 사태가 재연되며 제2공항 추진을 둘러싸고 ‘성산의 눈물’이 제주 땅을 적시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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