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여론 뒤집은 '제2공항 강행', 도민설득 뒤로 하고 정부 성토 몰두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낸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주 제2공항과 관련한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콩밭으로 떠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질의응답 과정에서 주어진 대부분의 시간을 도민사회를 설득하는 것이 아닌, 정부와 여당을 성토하는 것에 할애하면서다.

원 지사는 10일 오후 3시 제주도청 4층 탐라홀에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난 제주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제2공항 강행 의지를 밝혔다.

사실상 도민사회의 총의를 모은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한 것으로, 취재진의 질문 역시 추후 야기될 도민 갈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 과정에서 원 지사는 정부와 여당이 정책 결정을 제주도에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제2공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가덕도 신공항' 사례도 수 차례 언급됐다.

원 지사는 여론조사 후 내재된 도민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이냐는 질문에 "공항으로 인해 형성된 경제적인 환경이 불리해지거나 피해를 입는 것 아닌지, 이런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지만, 보완 방안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며 "국가가 오히려 더 획기적으로 투자해서 해결할 생각을 해야 한다"고 정부에 활시위를 돌렸다.

이어 "도민들의 걱정과 불만을 이유로 (국책사업을)무산시키는 것이, 대한민국 책임있는 정부가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나"라며 "사업타당성은 커녕 기본그림도 안나와있는 가덕도 공항에 대해서는 법안을 만들어서 예타(예비타당성 용역) 다 면제시키고, 계산도 안 뽑아온 공항을 대통령까지 직접 현장에 가면서 선거를 앞두고 밀어붙이며 제주도 공항에 대해서는 '너희끼리 여론조사 찬반 갈리니 할말 없지' 하는게 말이 되나"라며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그는 "갈등 요인에 대해서는 국가가 더 획기적으로 투자하라. 가덕도에 공항을 짓겠다는 그 정부가 제주도의 동서 발전을 위해, 인프라를 위해 왜 투자를 못하나"라며 "입법으로 해줘라. 제주공항특별법 입법 해줘라. 국회의원 뭐하나. 180석"이라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노골적으로 겨냥했다. 

정부를 성토하는 발언 과정에서는 한껏 목소리를 높여 답변을 쏟아냈지만, 최초 질문의 의도인 '도민 갈등 해소방안'과는 다소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사전에 제2공항 찬성단체와 만나 의견을 교환한 것이 갈등을 유발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과 관련해서도 원 지사는 "의회와 협조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지만 국토부가 오늘까지 날짜를 박아서 공문을 내라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겠나"라며 "가덕도는 그렇게 국회에서 법으로 하고, 환경단체는 뭐하나? 을숙도, 철새떼, 바다매립 문제 뭐하나?"라며 엉뚱하게 답변을 흘렸다.

한국주택공사(LH)에서 시작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2공항 발표 시점인 2015년을 전후로 성산지역에서도 불거졌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개발과 관련된 토지의 투기 거래와 그로 인한 내부 정보의 이용에 대해서는 대한민국의 근본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라고 규정하면서도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거래가 있었다고 하면 전부 밝혀내 모두 엄벌해야 한다. 부산 김해공항, 가덕도 부지, 100조 가까이 진행된 예타 면제 사업, 그 주변에 발생한 개발 이익과 공무원들, 설계 회사 등 모든 내부 정보 접근이 가능한 사람과 친인척 지인 관계를 다 조사하라"고 정부를 탓했다.

제2공항 성산 투기에 대해 자체 조사할 계획은 없는지를 거듭 묻는 과정에서야 "지자체로서 조사할 수 있는 방안을 깊게 검토하겠다"고 짧게 답했을 뿐이었다.

한편, 제주도는 이날 제2공항 추진 의사가 담긴 의견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국토부가 2월26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결과와 제2공항 사업추진 추진 필요성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을 요구한지 12일만의 공식 답변으로, 원 지사는 "최종 판단은 국토부와 대통령이 하라"고 책임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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