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에 회신된 '제주 제2공항 건설 道 입장' 편향성 구설
전체 도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 우세 결과는 언급도 안해
복수의 여론조사 전문가 "도민 전체 의견에 비중 두는 것은 상식"

'제주 제2공항 도민 찬반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원희룡 제주도정의 편향적인 해석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혹평을 쏟아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10일 국토교통부에 '제주 제2공항 건설 관련 제주특별자치도 입장' 문서를 발송했다. 국토부가 2월 26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결과와 제2공항 사업추진 추진 필요성에 대한 제주도의 입장을 요구한지 12일만에 공식 답변이다.

이 문서는 △도민 여론조사 결과 △제주 제2공항 사업추진 필요성 등 2장으로 구성됐다. 문제는 앞선 기자회견을 통해 논란을 야기한 '아전인수'격 해석이 공식 입장에도 그대도 적용됐다는 점이다.

제주도는 도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지역 주민들은 제2공항 건설에 압도적으로 찬성함.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64.9%,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65.6%의 찬성이 나옴"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여론조사 수치가 인용된 것은 이 뿐이었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반대 51.1%, 찬성 43.8%,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반대 47.0%, 찬성 44.1%로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나타난 전체 도민 의견은 완전히 배제됐다.

도민 여론조사의 반대 의견이 우세했던 것에 대해 "전체 도민 여론의 가장 큰 특징은 제2공항 인근 지역은 압도적으로 찬성한 반면 공항에서 먼 지역은 반대가 우세하다는 점임. 이는 제2공항에 대한 접근성 보완의 필요성, 기존 공항과의 조화로운 운영에 대한 염려 등이 반영된 결과로 판단됨"이라고 기술할 뿐이었다.

제주도가 국토부에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건설 관련 제주특별자치도 입장'. 이번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도민여론조사의 핵심인 전체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는 아예 빼놓고 성산 주민 여론조사 결과만 부각시켜 언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제주도가 국토부에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건설 관련 제주특별자치도 입장'. 이번 제2공항 갈등해소를 위한 도민여론조사의 핵심인 전체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는 아예 빼놓고 성산 주민 여론조사 결과만 부각시켜 언급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이는 부지 선정 과정에서의 절차적 문제, 환경수용력에 대한 불일치, 개발과 보전에 대한 이해관계 등이 얽혀있는 제2공항 반대 의견을 애써 외면한 주관적인 해석에 불과해 도민 여론조사 직후 "여론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국토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던 제주도의 입장과는 대치되는 내용이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제주도의 해석에 대해 상당한 의문을 표했다. 특히 2개 기관으로 나뉘어져 총 4000명의 도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가 사실상 '패싱'된 데 대해서는 "상식적인 결정이 아니다"라며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A씨는 "이번 공항 관련 여론조사의 정확한 명칭은 '제주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였다. 성산 공항이 아니다. 그 이름으로 정확히 성격이 드러난 것으로, 제주 제2공항이라면 제주도민 전체의 의견에 비중을 두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A씨는 "제주도가 주민 수용성이 해소됐다고 주장했지만 그 주민의 범주가 제주도민인지, 성산읍 주민인지, 토지가 수용되는 마을의 주민인지에 대한 구분도 명확치 않았다. 정말 주민 수용성을 판단하기 위함이었다면 표본을 추출하기 이전에 그 경계부터 명확하게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말 성산 주민의 수용성을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애초에 성산 주민만을 대상으로 했으면 될 일이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정책 결정에 반영하는 사례는 여러차례 봐 왔지만, 이렇게 해석이 되는 것은 상당히 상식적이지 못하다. 합의를 깨고 이미 답을 정해놓은 해석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여론조사 전문가 B씨는 "여론조사 설계 과정에서부터 지금과 같은 갈등은 이미 예견돼 왔다.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해 확실한 전제가 없이 여론조사가 실시돼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며 "결과를 두고 여러 해석은 가능한 것이지만, 기존의 합의를 어긴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고 피력했다.

B씨는 "제주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현상이다. 지역에 따라, 종사하는 직업에 따라 찬반은 나뉠 수 밖에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표본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가중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어야 했다. 대상을 나눠 별도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 부터 갈등을 조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실 여론조사라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 점을 인정하기 때문에 두 기관에 의뢰한 것이지 않나"라며 "애초에 여론조사가 아닌 주민투표와 같은 방식으로 합의를 미리 봤어야 했다. 안타깝지만 이번 여론조사는 제주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능력의 현 주소를 보여준 결과"라고 쓴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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