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시‧논픽션 부문, 본심 80편 가운데 수상작 총 3편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이 발표됐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본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장편소설·시‧논픽션 부문 당선작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4·3의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선작은 ▲장편소설, 이성아 작가 ‘그들은 모른다’ ▲시, 김형로 작가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논픽션, 양경인 작가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 등 3편이다.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은 제6회 제주4.3평화문학상 이후 3년 만에 수상자가 나왔다. 

이번 문학상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 15일까지 공모가 진행돼 같은 달 22일부터 2개월에 걸친 예심과 본심 끝에 결정됐다. 

제주4.3평화재단은 장편소설 부문 당선작인 ‘그들은 모른다’에 대해 “한국 현대사의 상처와 질곡에 대한 폭넓은 성찰과 성실한 천착을 배경으로 폭력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는 인물들의 문투를 세심하게 전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역사적 안목과 함께 문제의 현재성, 당대성에 대한 감각도 예민하게 유지하고 있다. 4.3평화문학상이 지향하는 주제 의식의 측면이나 소설적 완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내전과 인종청소의 참혹한 시간을 통과해온 발칸반도의 역사를 한국 현대사의 국가 폭력에 연루된 개인의 비극적 이야기와 세심하게 공명시키며 국가 폭력에 대한 질문을 좀 더 넓은 시야로 성공적으로 옮겨냈다”고 평가했다. 

또 “지성과 사유의 힘이 느껴지는 세련된 문장과 발칸의 땅을 떠도는 한 여인의 우수와 고독을 전하는 깊은 감수성의 언어가 돋보인다”며 “폭력에 대한 탄식과 분노의 이야기를 치유와 화해를 향한 섬세하고 고독한 내면의 분투로 잘 감쌌다”라고 덧붙였다. 

시 부문 당선작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에 대해선 “제주4.3과 제주 설화를 다리 삼아 한라와 백두의 만남을 주선하는 통일 서사의 전개가 활달했다”며 “타 응모작보다 주제 의식과 상상력에서 뛰어났고, 4.3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평가했다. 

설문대할망 다리를 놔 줍서
한라에 봉화 오르면
웃밤애기 알밤애기 오름마다 불을 받고
벌겋게 섬이, 달마저 붉게
백두에도 불 오르는 통일의 그날
호랑이도 곰도 느영 나영 춤을 추고
사름이 사름으로 살아지도록 신명나게 놀아봅주
좋은 싀상 우리 같이 살아도 봅주

설문대할망 어서 다리부터 놔 줍서
울어도 울어도 못다 운 노래 한 자락
가심에 박힌 돌멩이 들어내듯
검은 땅 검은 숨 붉게 울어 볼 거네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가만 풀어 볼 거네

- 김형로,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중 일부 -

제9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자. 사진 왼쪽부터 ▲장편소설, 이성아 작가 ‘그들은 모른다’ ▲시, 김형로 작가 ‘천지 말간 얼굴에 동백꽃물 풀어’ ▲논픽션, 양경인 작가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

논픽션 부문 당선작인 ‘제주4.3 여성운동가의 생애’에 대해서는 “4.3당시 사회주의 운동가로 격변기 분단 조국의 연표를 온몸으로 살아낸 김진언 할머니의 삶을 세상에 드러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3을 드러내놓고 언급하기도 쉽지 않았던 시기부터 집요하게 취재를 진행해 작품을 갈무리했다는 점에서 논픽션의 진수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4월 중 개최 예정이며, 당선자들은 장편소설 5000만 원, 시 2000만 원, 논픽션 2000만 원의 상금을 받게 된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제주도가 지난 2012년 3월 제정한 뒤 2015년부터 제주4.3평화재단이 업무를 주관하는 문학상이다. 

▲다음은 제주4.3평화문학상 역대 수상작
제1회 △시, 현택훈 ‘곤을동’ △소설, 구소은 ‘검은 모래’ 
제2회 △시, 박은영 ‘북촌리의 봄’ △소설, 양영수 ‘불타는 섬’
제3회 △시, 최은묵 ‘무명천 할머니’ △소설, 장강명 ‘2세대 댓글부대’ 
제4회 △시, 김산 ‘로프’ △소설, 정범종 ‘청학’
제5회 △시, 박용우 ‘검정고무신’ △소설, 손원평 ‘1988년생’ 
제6회 △시, 정찬일 ‘취우’ △소설, 김소윤 ‘정난주 마리아-잊혀진 꽃들’
제7회 △시, 김병심 ‘눈 살 때의 일’
제8회 △시, 변희수 ‘맑고 흰죽’ △논픽션, 김여정 ‘그해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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