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앞 ‘제2공항 반대 도민결정 사수 결의대회’...성산읍 투기 전면 조사 촉구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이 6일 제주도청 앞에서 여론조사에 따른 결정을 무시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규탄하고, 제2공항을 반대한 도민 결정을 사수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비상도민회의)는 이날 오후 2시 제주도청 앞에서 ‘민주주의 파괴 원희룡 퇴진! 제2공항 철회 대통령 결단! 제2공항 투기 전면 수사! 제2공항 반대 도민결정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는 제주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제2공항 건설 철회 결단을 촉구함과 동시에 제2공항 투기세력에 대한 전면적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이뤄졌다.

곳곳에서 모인 시민들은 각자 팻말을 들고 자리에 앉아 “민주주의를 파괴한 원희룡은 퇴진하라. 제주 제2공항 도민 결정을 사수하고 제주도를 지켜나가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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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6일 오후 2시 ‘민주주의 파괴 원희룡 퇴진! 제2공항 철회 대통령 결단! 제2공항 투기 전면 수사! 제2공항 반대 도민결정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여는 발언에 나선 황태종 신부(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는 “정치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행정의 본분을 잃어갈 때 목소리를 높여 사회가 정의롭고 올바르게 가도록 하는 종교인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2공항은 생태적 수용성을 고려할 때 제주도의 자연이 받아들일 수 없다. 제주도의 3배 규모인 하와이조차 관광객 680만 명을 넘겼을 때 수용성 문제를 제기하며 논의에 들어갔다”라며 “제주는 이미 쓰레기와 오폐수, 지하수 오염·고갈 등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는 제2공항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2공항을 통해 많은 인구가 들어오는 것을 제주사회는 감당할 수 없다. 이미 건설하겠다고 결정하고 나머지 것들을 요식행위로 진행하는 것이 정당한가”라고 되물으며 “절차적으로 정의롭지 못하고 생태와 도민들이 수용하지 못하는 부당한 제2공항은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성장 위주가 아니라 제주의 자연과 사회, 문화를 지키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구시대적인 성장 이론을 이데올로기처럼 여겨 반대를 빨갱이 취급 한다더라도 살아남기 위해선 제주 자연을 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신부는 “원희룡 도지사는 왜 중앙정치를 의식하며 도민 의견을 무시하고 강행을 발표하나. 이는 사익을 위해 공익을 팔아먹는 행위다. 역사에 부끄러운 오명을 남기지 말고 지금이라도 도민과 자연을 지키는 제주도지사로 남아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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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발언에 나선 황태종 천주교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 최호진 성산주민, 김정임 송악산을사랑하는사람들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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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6일 오후 2시 ‘민주주의 파괴 원희룡 퇴진! 제2공항 철회 대통령 결단! 제2공항 투기 전면 수사! 제2공항 반대 도민결정 사수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제주의소리

이어 최호진 성산주민은 발언대에 올라 “여론조사가 끝나고 농지가 다시 우리 농민에게 돌아오는 줄 알았다. 그런데 원희룡 때문에 다시 농민들이 길바닥에 나왔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성산읍 농가가 약 2600개호다. 그중 농민이 아닌 사람들이 파다하다. 농민들은 그 농지에서 임대차 계약도 못 하고 정부 혜택도 못 받으며 농사를 짓고 있다”며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 주인들은 제2공항이 들어서 땅값이 오르고 그것을 부의 축적으로 삼고자 한다”라고 맹렬히 비판했다. 

또 “농지는 경작하는 농민이 소유해야 하고 투기로 사용되면 안 된다. 그런데 가장 싼 땅이라고 투기세력들은 농지를 먼저 사들인다”라며 “농지 전수조사를 통해 모든 투기세력을 잡아넣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어 “원 지사는 농민들을 계속 망치로 두들기고 있다. 하지만 두들기면 두들길수록 우리 농민들은 강한 강철이 돼 저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을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정임 송악산을사랑하는사람들 상임대표는 “지난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는 갈등을 매듭짓기 위한 마지막 결단이었다. 제주도와 도의회, 도민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공론화를 거친 사회적 합의였다”고 말을 이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마련된 도민 자기결정권을 행사한 결과 명백히 제2공항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도출됐다. 도민들은 쓰레기 섬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간절한 마음을 모아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을 표출했다”고 피력했다. 

김 대표는 “그런데 도지사는 도민 의견을 받들지 않고 개인 의견을 통해 제2공항 강행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개인적인 의견으로 받아들여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적인 숙의 과정을 도지사는 완벽하게 파괴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도민 약속과 민주적 절차에 의한 합의 과정임을 인정하고 제2공항을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의대회가 끝나갈 무렵엔 시민들이 앞으로 나와 ‘제2공항’, ‘투기세력’, ‘원희룡’, ‘공군기지’가 쓰인 피켓을 구호에 맞춰 부수는 퍼포먼스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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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이름이 적힌 피켓을 부수고 있는 모습.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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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제2공항 피켓. 시민들은 ‘제2공항’, ‘투기세력’, ‘원희룡’, ‘공군기지’가 쓰인 피켓을 구호에 맞춰 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제주의소리

강원보 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는 당연하고 위대한 승리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 농지를 빼앗긴 농민과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도민들이 살아가는 제주도를 지키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제2공항 부지 인근 땅에는 엄청난 투기세력들이 바글바글하다. 공항이 무산될 것 같으니 투기세력들이 단체를 만들어 원 지사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라며 “제2공항은 부동산 투기세력과 난개발을 조장하는 토건족들의 미래다”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공동행동하고 도민과 싸우고 있는 가짜 도민, 투기세력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 사람을 찾아내 처벌해달라고 당당히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원 지사가 제2공항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최근 성산에 왔을 때 반대하는 도민들을 만나 찬성해달라고 설명했어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 도민 대척점에 서서 맞서고 있다”라며 “이는 도민을 향한 선전포고다. 부동산 투기세력과 토건세력에게 조상이 키워준 아름다운 제주를 팔아먹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결의대회가 끝난 이후 강 상임대표는 성명미상의 국토교통부 공무원 A씨와 부동산회사 이사로 재직했던 성명미상의 국토교통부 공무원의 친인척 B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주경찰청에 접수했다. 

강 상임대표는 고발 취지에서 “A씨와 B씨에 대해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및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 공무상비밀누설죄 등 혐의로 고발한다.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사해 처벌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내용에 대해 “A씨는 지난 2015년 10월경 B씨와 모의해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정보를 발표 이전에 유출한 뒤 계획부지와 인접한 약 1만5000㎡ 규모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JIBS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언론을 통해 A씨가 주변 지인들에게 제2공항 개발입지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이익을 취득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줬다는 사실도 폭로됐다”라며 “국가정책 관련 중요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한 것으로 법 위반은 물론 공직자의 본분마저 망각한 범죄행위”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전국적 공분을 사고 있는 LH 직원들의 신도시 예정부지 투기사태와 다르지 않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해당 의혹을 명백히 해소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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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하고 있는 강원보 비상도민회의 상임대표.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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