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애자 의원, 대통령 해군기지 찬성발언에 ‘비난’ 논평

22일 제주평화포럼 참석차 제주에 온 노무현 대통령이 도민과의 비공개 오찬간담회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 한데 대해 15일째 단식농성중인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이 논평을 내고 "노무현 대통령은 끝내 평화를 저버린 폭군으로 남고자 하느냐"며 노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현 의원은 "노 대통령이 '무장과 평화가 같이 있는 게 잘못이 아니'라며 해군기지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혀 평화의 섬을 지정한 당사자로 군사기지 대신 제주를 진정한 동북아의 평화거점으로 가꾸어 주기를 소망해왔던 모든 이들의 실낱같은 기대가 남김없이 무너져 버렸다"며 대통령의 제주발언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표했다.

현 의원은 "평화의 섬과 군사기지가 양립가능하다는 선언만 할 것이 아니라, 전략기동함대와 공군기지가 진을 치게 될 제주에서 도대체 무엇으로 ‘평화의 섬’을 만들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것이 그 동안 우리가 정부에게 요구했던 주문이었다"면서 "노 대통령은 귀를 틀어막고 살고 있는가"라며 노 대통령이 지정한 평화의 섬 참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되물었다.

현 의원은 “제주해군기지가 동북아 군사적 긴장의 핵심 축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그저 ‘힘이 있어야 평화를 지킨다’는 단세포적인 논리를 앞세운 막연한 선언에 그치고 말았다”며 “같은 장소에서 ‘군사기지를 만들겠다’는 말과 ‘제주를 동북아 평화를 선도하는 지역으로 만들자’는 말을 어떻게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라고 혹평했다.

현 의원은 “(21일) 제주도청 앞에는 주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군사기지 추진을 강행하기 위해 온갖 비열한 방법을 동원해 마을공동체를 분란에 빠뜨린 제주도정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도지사에 대한 원성이 솟구치는 판에 대통령이 ‘반대하는 분들이 있지만 결정을 해준데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냐”고 분노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현 의원은 이어 “대통령은 ‘절차적 민주주의의 완성자’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희망하겠지만, 적어도 올해 제주도민들이 지켜본 해군기지 추진과정은 민주주의는커녕, 과거 독재정권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며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여론조작과 선별적인 주민 포섭 등 온갖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서 기지 유치결정에 필요한 억지 근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대통령이 생각하는 민주주의인지, 군사작전 펼치듯 얼렁뚱땅 결정해 버린 김태환 도지사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이라면, 도대체 반대의견을 갖는 나머지 도민들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현 의원은 “이제 대통령은 거대한 항쟁에 직면하게 되고,하늘이 내려주신 청정한 자연에 기대어 공동체를 이루며 평화롭게 살아가던 제주도민들의 분노를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더 이상은 이 아름다운 섬에 군대와 국가폭력에 의해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기를 염원하는 4.3영령의 원혼이 되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맺힌 긴장과 대결의 20세기를 넘어 상생과 공존의 새로운 21세기가 열리기를 고대하던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의 저항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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